한국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이 54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보험업권이 전체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보험(대표이사 홍원학)이 차별화된 운용 전략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해외부동산 대체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보험업권 해외부동산 투자 '압도적', 장기 부채 구조가 견인
금융권별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비중. [이미지=더밸류뉴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6월 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투자 잔액은 5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험업권의 투자 규모는 30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55.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은행(11조4000억원), 증권(7조3000억원) 등 타 금융권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보험업권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이유는 보험상품 특유의 '장기 부채 구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수십 년 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장기 부채를 안고 있어 자산 역시 만기가 긴 상품으로 구성해야 한다. 해외부동산은 평균 투자 기간이 길어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전략에 최적화됐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해외부동산 투자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인플레이션 발생 시 임대료 인상으로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헤지(Hedge) 효과를 누리고 있다. 또 북미(61.6%), 유럽(18.7%) 등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며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 ‘오피스 공실’ 리스크 부각, 감독당국은 선제적 관리 강조
자산 유형별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비중. [이미지=더밸류뉴스]
막대한 투자 규모만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해 자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이자 지급이 지연되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사업장이 늘고 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채무자가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등 계약 조건을 위반했을 때, 채권자가 만기 전이라도 대출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게 되는 권리를 의미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 31조6000억 원 중 2조700억 원(6.56%)에서 이런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특히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20.6%에 달하며 오피스 부문의 자산 가치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보험사들은 전통적인 오피스 비중을 줄이고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등 신성장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의 자본완충력이 충분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투자심리 완화 등으로 저점에서 반등하며 회복 양상이나 유형별 시장 상황은 상이하다”며 “특히 시장 전반의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부문은 공실 부담 및 가격 조정 위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해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인다. 또 특이동향이 발생했거나 손실률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정 손실 인식, 감정평가 최신화 등을 유도해 건전성 관리 수준을 제고할 방침이다.
◆ '투자 공룡' 삼성생명, 독보적 규모와 전략
삼성생명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 [이미지=더밸류뉴스]
국내 보험사 중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한 자산 매입을 넘어선 '운용 생태계 구축'에 있다.
삼성생명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과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 펀드에 위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진국 핵심 지역의 랜드마크 빌딩을 직접 선별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뉴욕, 런던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우량 매물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지난 9월 유럽 대체투자 운용사 헤이핀 캐피털 매니지먼트(Hayfin Capital Management) 지분을 인수하는 등 '운용 수익’ 확보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투자부동산 장부금액은 총 8조1836억원으로 이 중 해외부동산이 3조4825억원을 차지한다. 또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이 190%를 상회하는 등 탄탄한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가능케 하는 배경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채널, 상품 경쟁력을 토대로 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증가가 보험손익을 꾸준히 높이고 있으며, 국내외 대체투자 지분투자를 통해 투자손익도 점진적 우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시장이 점차 고도화되며 국내 보험사들은 우량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한 내실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신성장 섹터로의 다변화와 글로벌 운용 역량 강화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