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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75. 에코프로, 환경기업서 ‘배터리 소재 제국’으로…인니 니켈·2세 승계 시험대

- 공정자산 10.98조·계열사 16개…재계 51위, 전년비 4계단↑

- 포항 ‘클로즈드 루프’ 앞세워 10년 매출 20배…인니·헝가리로 영토 확장

- 이동채 18.95%·가족회사 4.84%…이승환·이연수 2세 경영 본격화

  • 기사등록 2026-08-07 17: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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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6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 ‘대기업집단 탐구’는 2023년 5월 첫 회를 시작한 최장수 대기업집단 분석 시리즈입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손민정 기자]

에코프로그룹은 한 우물을 깊게 파 대기업집단에 올라선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오염 방지용 촉매·필터를 생산하던 중소기업으로 출발해 양극재와 전구체, 수산화리튬, 배터리 재활용까지 2차전지 소재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의 공정자산은 10조9890억원으로 재계 5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5위에서 네 계단 올랐다. 공정자산은 9조3871억원에서 1조5919억원(17.0%) 증가했다. 50위 이랜드와의 자산 차이가 663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50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다.


계열회사는 17개에서 16개로 한 곳 줄었다. 비금융회사가 15개, 금융회사가 1개다. 광고회사 디컴애드가 계열에서 제외됐지만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에이치엔·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코프로씨엔지 등 배터리 소재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회사는 그대로 유지됐다.


공정위 소속회사 합산 기준 그룹 매출액은 3조6491억원, 당기순이익은 5321억원이다. 자본총액은 6조1387억원, 부채총액은 4조840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78.9%다. 집계 범위와 기준이 달라 뒤에서 다루는 상장사 에코프로의 연결 실적과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집단 탐구] 75. 에코프로, 환경기업서 ‘배터리 소재 제국’으로…인니 니켈·2세 승계 시험대에코프로그룹 지배구조 현황. [자료=더밸류뉴스]


◆ 포항 ‘클로즈드 루프’가 경쟁력…광물부터 재활용까지 한 단지


에코프로그룹의 핵심 경쟁력은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구축한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이다. 배터리 소재의 생산과 재활용 과정을 한 지역에 모은 수직계열화 모델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75. 에코프로, 환경기업서 ‘배터리 소재 제국’으로…인니 니켈·2세 승계 시험대에코프로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자료=에코프로 분기보고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니켈·코발트 등을 배합해 전구체를 만들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한다. 에코프로에이피는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산소와 질소를 공급한다.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의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이 이를 이용해 양극재를 생산한다.


공정에서 나온 폐배터리와 스크랩은 에코프로씨엔지가 회수해 리튬·니켈·코발트 등 유가금속으로 되돌린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재활용 리튬을 다시 배터리급 원료로 가공하면서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계열사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물류비와 재고 부담을 줄이고 원료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에코프로가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소재 기술과 공급망을 함께 확보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비중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NCA·NCM 양극재를 주력으로 삼성SDI와 SK온 등에 공급해왔다.


[대기업집단 탐구] 75. 에코프로, 환경기업서 ‘배터리 소재 제국’으로…인니 니켈·2세 승계 시험대에코프로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그러나 하이니켈에 집중된 사업구조는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다. 완성차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리튬·니켈 가격이 급변하면서 매출액과 재고평가손익의 변동성이 커졌다. 2023년 7조원을 넘었던 매출액이 2024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에코프로는 제품군을 중저가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중간 가격대 전기차를 겨냥한 HVM 양극재와 LFP·LMR 양극재, 나트륨이온전지 소재를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체전해질과 리튬메탈 음극재도 준비하고 있다. 주요 신규 소재는 2027년부터 단계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기술 포트폴리오 확대의 관건은 고객 확보다. 신소재를 개발하더라도 배터리업체의 성능 검증과 완성차업체의 채택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삼성SDI·SK온 의존도를 낮추면서 신규 고객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다음 성장 구간을 결정한다.


◆ 인니 니켈·헝가리 양극재로 글로벌화…1.2조 유증은 부담


에코프로그룹은 국내에서 구축한 수직계열화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 첫 번째 축은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다.


에코프로는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모로왈리산업단지의 니켈 제련소 네 곳에 약 8000억원을 투자했다. 2025년에는 투자이익과 니켈 중간재 거래 등을 통해 약 25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소재 제조뿐 아니라 광물 투자와 유통으로 수익원을 확장한 것이다.


다음 단계는 니켈 제련소 BNSI다. 에코프로그룹은 BNSI 지분 3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계획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니켈 기준 9만톤이며 세 개의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2026년 말 시험생산을 거쳐 2027년 2분기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에코프로 측이 확보하는 니켈 물량은 단계적으로 연 6만5000톤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해외우려기업 규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공급망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 제련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 고객사가 요구하는 ‘비(非)중국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유럽 거점은 헝가리 데브레첸이다. 2025년 준공된 헝가리 공장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연 5만4000톤이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에코프로비엠의 국내외 양극재 생산능력은 연 27만톤 수준으로 늘어난다. 유럽 현지 생산은 운송비를 줄이는 동시에 유럽 핵심원자재법과 영국·유럽연합 무역협정의 원산지 규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에코프로비엠은 BNSI 투자와 헝가리 공장,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9150억원가량이 해외 투자에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가 계획대로 수익으로 이어지면 원료 조달력과 원가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전기차 수요 회복이 늦어지면 주주가치 희석과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에코프로의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자산은 11조3684억원, 부채는 6조335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약 126%다. 현금성 자산을 약 9000억원 보유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헝가리 투자와 국내 설비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하다.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에코프로는 2025년 말 기준 자산총액에서 자회사 주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가면서 2026년 5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자회사 지분 처분과 해외 자산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법적 지주회사에서는 벗어났지만 핵심 계열사의 최대주주로서 사업지주회사 역할은 유지하고 있다.


◆ 이동채 25.54% 영향력…데이지파트너스 통한 2세 승계 주목


에코프로그룹의 동일인은 이동채 창업주다. 에코프로의 경영은 송호준 대표이사 등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지만, 그룹의 소유와 장기 투자 방향에서는 이 창업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2025년 말 기준 이 창업주는 에코프로 주식 2558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유효지분율은 18.95%다. 가족회사 데이지파트너스는 에코프로 지분 4.84%를 보유한다. 이후 지분 변동을 반영한 2026년 6월 대량보유 보고서 기준 이 창업주와 특수관계인의 에코프로 보유지분은 25.54%다.


[대기업집단 탐구] 75. 에코프로, 환경기업서 ‘배터리 소재 제국’으로…인니 니켈·2세 승계 시험대에코프로 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자료=더밸류뉴스]

승계의 핵심 연결고리는 데이지파트너스다. 이 회사는 이 창업주의 아들 이승환 씨와 딸 이연수 씨가 각각 30%, 이동채 창업주와 배우자 김애희 씨가 각각 2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데이지파트너스는 자회사 지분과 투자자산을 보유하면서 에코프로 지분도 꾸준히 늘려왔다.


장남 이승환 부사장은 1989년생으로 삼정KPMG와 에코프로비엠 해외사업 부문을 거쳤다. 현재 에코프로 미래전략본부를 맡아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과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2세 경영인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장녀 이연수 씨는 1991년생으로 벤처투자회사 에코프로파트너스에서 투자 업무를 맡고 있다. 2025년 사내이사에 선임돼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투자 포트폴리오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이승환 부사장이 배터리 소재와 해외사업, 이연수 이사가 금융·투자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승계가 완성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승환 부사장과 이연수 이사가 직접 보유한 에코프로 지분은 각각 0.14%, 0.11% 수준이다. 가계도에 포함된 다른 특수관계인인 이온리 씨는 에코프로 주식 459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 지분은 여전히 이동채 창업주와 데이지파트너스에 집중돼 있다. 향후 데이지파트너스 지분과 에코프로 주식이 어떤 방식으로 이전되는지,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내부거래가 발생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창업주의 사법 리스크도 지배구조의 약점이다. 그는 에코프로비엠의 공급계약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기소돼 2023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원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판결자료 2024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책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에코프로는 사외이사 중심의 위원회 운영과 준법경영 강화, 근로자 이사 선임 등을 통해 내부통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창업주 가족이 지분과 미래사업을 모두 장악하는 구조에서는 독립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 3차 성장 본격화…투자 성과 입증·지배구조 확립 '시험대'


에코프로의 첫 번째 성장은 환경기업에서 세계적인 하이니켈 양극재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이뤄졌다. 두 번째 성장은 광물·전구체·양극재·재활용을 연결한 포항 클로즈드 루프에서 나왔다. 이제 세 번째 성장을 위해 인도네시아 니켈과 헝가리 양극재,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관건은 투자로 인식한 이익을 반복 가능한 영업현금흐름으로 바꾸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제련소와 헝가리 공장이 계획대로 가동되고 제품·고객 다변화에 성공한다면 에코프로는 단순한 양극재 회사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소재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 반대로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 해외 증설과 유상증자는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2세 경영 역시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 이승환·이연수 남매가 창업주의 지분을 물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성과와 준법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에코프로의 다음 10년은 광산과 공장의 규모보다 자본배분과 지배구조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sounds060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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