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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 회장 여론전'에도 MBK가 '차분 모드' 유지하는 3가지 이유

- MBK·영풍, 맞대응 여론전보다는 '차분 모드'로 지분·법적 이슈 선점 주력

- 고려아연, 보도자료 쏟아내고 24일(화) 기자회견으로 여론전 공세

  • 기사등록 2024-09-23 22: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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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민주 기자]

'8건 대(對) 4건.'


휴일이던 22일(일) 하루동안 고려아연측과 영풍측이 각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건수이다.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 이하 'MBK')가 영풍측과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선언한 것을 기점으로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은 '쉴새 없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 고객사, 노조의 'MBK∙영풍의 고려아연 인수 반대'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24일(화) 기자회견 개최도 공지했다. 


여기에 비하면 MBK∙영풍은 의외로 차분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MBK는 19일 딱 한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모조리 쏟아냈다. 그것으로 사실상 끝이었다. MBK, 영풍도 마음만 먹으면 이런저런 여론전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왜 MBK는 영풍과 함께 '차분 모드'를 유지하는걸까? 


\ 고려아연 최 회장 여론전\ 에도 MBK가 \ 차분 모드\  유지하는 3가지 이유영풍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2024.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여론전은 당사자가 불리하다는 시그널"


IB업계에서는 MBK∙영풍의 '차분 모드'가 IB업계 속성상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IB업계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에 관한 한 여론전은 실(失)이 득(得) 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IB비즈니스의 꽃이라고 할만한 M&A(인수합병), 경영권 이전 등은 기밀유지를 전제로 하고 진행되며, 기밀 유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곧바로 무산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외부에 무언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귀띔했다. 또, "외부에 공개되는 선언이나 성명은 곧바로 법적 책임이 부여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IB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화, LG, 한국투자증권, 한국앤컴퍼니,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탈, 스미모토 등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 자제가 실제 회동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IB업계에서 여론전은 자충수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IB업계의 또  다른 인사는 "공개 행보를 보이면 상대에게 나의 움직임을 알리는 격"이라며 "총칼을 들지 않은 전쟁이라고 할만한 IB 비즈니스에서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순신 장군의 이른바 '나의 죽음도 알리지 말아야 하는 곳'이 IB비즈니스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승패는 지분 구도, 법적 이슈가 결정... 여론전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 미미


IB비즈니스에 벌어지는 분쟁의 승패는 결국 어느 쪽이 지분 구도와 법 이슈(legal issue)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돼왔다는 'IB업계 경험칙'도 MBK·영풍의 '차분 모드'에 일조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이번 MBK∙영풍 대(對)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유사한 케이스로 교보생명과 IMM PE의 풋옵션 분쟁을 꼽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21년 2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를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적극 배포하면서 지금의 여론전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됐다. 


이 분쟁은 2012년 교보생명이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이 F1(재무적 투자자) 자격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 24%(주당 24만5000원)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어피니티는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등의 연합체였다. 이와 함께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의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개인에게 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걸었다. 이후 IPO가 이뤄지지 않자 2018년 어피니티와 또 다른 F1 어펄마 캐피털은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했다. 


문제는 이때 어피니티 등이 안진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에 교보생명의 기업가치평가를 의뢰했는데, 두 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적정 주가를 40만9000원으로 과대평가했다며 교보생명측이 고발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이 때 여론전이 펼쳐지며 '사모펀드=기업 사냥꾼'이 쟁점화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지주사 전환에 합의하는 것으로 정리된 상태이다. 교보생명이 자금 조달을 위해 꼭 필요한 지주사 전환을 위해 어피니티 협력이 필요해 딜(deal)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지분 구도에서 어피니티가 유리했고 법적 이슈가 어피니티에 유리하게 전개된 것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보도자료 배포 기반의 여론전은 조용히 종료됐다. 


◆"대통령실이 의견 밝힐 가능성 희박"  


IB업계의 한 인사는 "여론전은 이해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종료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분 경쟁과 법적 이슈를 놓고 어느 쪽이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느냐가 결국 승부를 결정 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B업계의 한 인사는 "고려아연 1대 주주는 영풍(25.15%)이고 최윤범 회장은 소액 주주(1.84%. 2024. 2Q 기준)라는 팩트에서 출발해 이 사안을 분석하면 향뱡이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MBK·영풍이 유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상 시나리오'는 대통령실이 이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모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통령실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번 분쟁의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IB 전문가들은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IB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통령실도 이 사안에 대해 한쪽 편을 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고려아연 입장을 지지하면 '자본시장 키플레이어' MBK와 갈등을 빚는 셈이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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