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는 명문 학교, 좋은 직장의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2021년 5월 44세에 돌연 스타트업 경영자로 변신했다. 지금 경영을 맡고 있는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컴퍼니(이하 여기어때) CEO(최고경영자)가 그것이다.
올해로 CEO 재임 4년여째.
요즘 그는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어때투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15일 내놓은 패키지 여행상품이 기대 이하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여기어때의 매출액 감소가 있었다. CVC캐피탈이 2019년 여기어때를 인수한 이후 첫 매출액 감소였다.
이 도전은 어떤 배경에서 발생한 걸까? 그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 전략을 갖고 있는 걸까? 이들 사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해답의 실마리가 보인다.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정명훈 대표는…
△1977년생(48) △서울대 기계공학과(학사)·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대학원(석사)·인시아드 경영대학원(MBA) △ABN AMRO(2006~2007) △크레디트스위스 ADE(2007~2008) △스탠다드차타드 (2009~2012) △칼라일그룹 책임자(2012~2016)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사무소 선임 경영책임자(2016~2021)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이사(2021. 5 ~현재)
◆수수료 수익, 광고 수익은 증가했지만 객실판매수익↓
여기어때는 지난해 매출액 2487억원, 영업이익 565억원, 당기순이익 4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매출액은 9.37% 감소했는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2.56%, 24.28% 증가했다.
여기어때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여기어때 연결감사보고서]
매출액 감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된 이유가 뭘까?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여기어때의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엔 나와 있다. 여기어때의 매출액(수익)은 광고료 수익, 수수료 수익, 객실판매수익의 3가지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광고료 수익과 수수료수익은 각각 전년비 219억원, 136억원 증가한 반면 객실판매수익 은 612억원 감소했다.
여기어때의 매출액 변화. 단위 1,000원. [자료=여기어때 2024 연결감사보고서]
수수료 수익이란 여기어때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호텔, 항공사, 렌터카 등을 이용하면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여기어때 사이트에 나오는 호텔에 숙박하고 10만원을 결제하면 여기어때는 수수료 15%(1만5000원) 가량을 매출액(수익)으로 인식한다.
광고료 수익이란 호텔, 항공사, 렌터카 업체가 여기어때의 사이트에 배너 광고 등을 내거는 대가로 여기어때가 받는 금액이다. 쉽게 말해 '여기어때 플랫폼 내 광고 대가'이다.
수수료 수익과 광고료 수익의 합산 증가분(291억원+136억원=355억원)이 객실판매수익 감소분(612억원)을 상쇄하지 못하면서 매출액이 감소한 것이다.
객실판매수익은 뭘까?
객실판매수익이란 여기어때가 호텔, 콘도 등의 숙박업체의 객실(room)을 미리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받는 금액이다. 대개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미리 객실을 매입한다. 객실판매수익은 로스율이 많다. 여기어때 객실을 미리 매입해두었는데 예상과 달리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실로 잡힌다. 지난해 여기어때가 호텔, 콘도 등 숙박업소 객실 매입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 336억원임을 감안하면 객실판매로 간신히 이익(48억원)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의 영업비용 변화. 단위 1000원. [자료=여기여때 2024 연결감사보고서]
반면 광고료 수익과 수수료 수익은 이익률이 훨씬 높다. 광고를 하는 대가로 딱히 들어가는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도 마찬가지이다.
◆'수수료 수익' 개선 전략으로 올해 패키지 여행 신사업 론칭
정명훈 대표가 올해 패키지 여행 신사업을 론칭한 것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명훈 대표는 지난 1월 온라인투어를 인수한 뒤 ‘여기어때투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15일부터 패키지 여행 상품을 론칭했다. 여행 상품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수수료 수익이며 앞서 언급했듯이 여기어때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고수익 매출'이다.
그런데 이 상품은 기대 이하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상품은 "기존 상품의 이름만 바꿔 재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여행 중 가장 수요가 높은 일본과 동남아 상품은 가격과 구성이 다른 회사보다 우위가 떨어졌고 스타 가이드 시스템 역시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와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쇼핑 강요, 옵션 강매, 계약 관련 불만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
여기어때의 태국 푸켓 패키지 여행 안내 화면. [이미지=여기어때]
이 신사업 론칭 당시 정명훈 대표는 "여기어때가 여행 선택 방식, 현장 품질,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관계를 바꾸는 '여행 생태계 책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명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단순 숙박, 항공, 티켓 결제를 돕는 것을 넘어 여행의 전 과정을 여기어때가 설계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고 정명훈은 대표는 예상치 않은 도전을 대면한 셈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정명훈 대표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향후에도 '수수료 수익 개선'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풀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기업 CEO' 변신… 적자 회사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탈바꿈
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신사업이 실적 개선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어때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여기어때의 주주 현황. [자료=2024 여기어때 연결감사보고서]
여기어때는 2019년 CVC캐피탈에 인수된 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2018년 68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9년 1000억원대로 올랐고 2021년 2000억원대, 2023년부터 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56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매출액 감소를 맞이했다. 회계 원칙을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K-IFRS(국제회계기준)으로 변경한 것과는 무관한 매출액 감소이다. 회계원칙을 일반기업회계기준의 동일 기준으로 놓고봐도 여기어때 매출액은 2023년 2744억원에서 지난해 2487억원으로 9.36% 감소했기 때문이다.
CVC캐피탈은 2023년 12월 여기어때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해 800억원을 회수했다. 이후 지난해 초 여기어때 매각주관사로 BOA(뱅크오브아메리카)를 선정해 매각에 나섰으나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CVC캐피탈은 여기어때 기업가치로 1조5000억원을 바라고 있다.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가 2023년 4월 1일 서울시 강남구 여기어때컴퍼니 사내 카페에서 만우절을 기념해 직원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여기어때]
정명훈 대표는 CVC캐피탈의 여기어때 인수를 계기로 2021년 5월 대표이사가 됐다.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임직원들을 세심히 살피는 '다정다감형 CEO'로 분류된다. 2021년 5월 취임 직후 임직원들을 일대일로 만드는 데 6개월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퇴사율이 감소하고 임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 개발파트의 기술 스펙을 직접 공부하고, 영업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즉각 해결하기도 했다.
현재 본사가 있는 서울 봉은사로 건물 16층 가운데 9개 층을 여기어때가 쓰고 있다. 요즘에도 임직원 편의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데 사무실에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임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