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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산업·금융’ 동맹 선언…미래 성장동력 향해 손잡아

- 한국금융연구원·산업연구원·하나금융연구소, 은행회관서 공동 세미나 개최

- 첨단산업 육성 위해 정책금융 150조원 집중 공급 및 5년간 ‘국민성장펀드’ 조성

- 증시 호황 뒤 숨은 산업 양극화 경고…민간금융의 ‘모험·인내자본’ 역할 확대 촉구

  • 기사등록 2026-06-12 09: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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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승재 김도하 기자]

글로벌 경제질서의 급격한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금융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금융연구원(KIF), 산업연구원(KIET),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과거 시장 안정과 자금 중개에 머물렀던 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반도체·인공지능·배터리 등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진행됐다.


[현장]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산업·금융’ 동맹 선언…미래 성장동력 향해 손잡아지난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산업분석 팀장. [사진=더밸류뉴스]

"산업과 금융의 조화 필수"…경제·금융 수장들, 민관 협업 한목소리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강화하고 새로운 동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의 긴밀한 조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능동적으로 산업을 깊이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전략산업은 국가의 미래와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중국이 과거 2006년부터 준비해 2014년부터 첨단산업 육성에 몰두한 결과 오늘날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약진한 사례를 지목했다. 그는 “정부가 큰 역할을 한 ‘거버넌스 가이던스 펀드(정부 인도성 펀드)’ 등의 적극적인 금융·산업 정책을 참고해, 우리도 민간 협력으로 미래 먹거리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축사에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산업과 금융 정책은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민간의 책임 또한 막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변혁의 시기에 금융은 단순한 자금 지원자가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하며, 이것이 포용금융과 결합할 때 대한민국 혁신 성장이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산업정책의 귀환과 한국의 과제, '선택과 집중' 시급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은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격변하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의 귀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들이 기술 패권을 쥐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 경쟁에 돌입한 만큼, 한국 산업의 구조적 현황과 도전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산업·금융’ 동맹 선언…미래 성장동력 향해 손잡아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조 센터장은 선진국들의 산업정책을 양적·질적으로 비교 분석한 'OECD QuIS(산업정책 분석 프로젝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의 실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적인 산업정책 강화 흐름과 달리, 한국의 산업정책 규모는 오히려 감소 추세이며 OECD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지원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한국의 산업정책은 수출금융 중심의 금융 지원과 연구개발(R&D), 중소기업 부문에만 지나치게 쏠려 있는 '저규모·분산형' 구조를 띠고 있다. 조 센터장은 이러한 분산식 지원으로는 거대한 자본력과 국가적 총력전을 앞세운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 산업의 도약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OECD QuIS 분석이 주는 핵심 시사점 역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및 금융 지원 확대와 첨단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 강화라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과거의 범용적이고 수평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전략산업을 명확히 지정해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수직적 산업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조업 중심의 프레임에서 탈피해 비제조업 분야까지 지원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성장 기조 속 정책금융의 역할 변화, 미래 생태계 혁신

 

두 번째 세션의 발표를 맡은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산업구조혁신금융연구센터장은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불확실성 상시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고성장 시기의 정책금융 틀을 깨고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센터장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신용할당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정책금융의 본질적인 역할임을 짚었다.


[현장]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산업·금융’ 동맹 선언…미래 성장동력 향해 손잡아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산업구조혁신금융연구센터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기관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생애주기별 자금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이 이어진 만큼, 단순 연명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미래 혁신 영역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앵커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구 센터장은 2026년도 자금 공급 로드맵을 제시했다. 올해 4대 주요 정책금융기관은 총 공급 규모를 252조원으로 설정하고, 이 중 150조원을 미래 성장을 견인할 '5대 중점전략분야'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해외 주요국의 대대적인 첨단전략산업 지원과 빅테크 설비투자(CAPEX)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이끌 핵심 마중물로 ‘국민성장펀드’를 꼽았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총 150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반도체, 바이오, AI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민간 자본의 동참을 유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이어 구 센터장은 정책금융의 전략적 과제로 'AI 산업 발전에 따른 밸류체인별 병목현상 해소'를 언급하며,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첨단전략산업 밸류체인의 필요한 부분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미래 산업 육성 못지않게 '기존 주력산업의 재도약 지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워크아웃과 회생절차 등 재무·사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정책금융의 역량을 기업 생애주기의 초기 단계인'혁신 육성'과 위기 극복 단계인 '재도약 지원'이라는 양대 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딜레마, 자금 배분의 '방향과 질' 개선 필요

 

마지막 세션의 발표를 맡은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산업분석팀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착시현상과 내수·산업 현장의 위기를 짚었다. 김 팀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식 시장 내 수익률 1위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부실기업의 증가와 산업 간 생산 격차 확대 등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산업·금융’ 동맹 선언…미래 성장동력 향해 손잡아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산업분석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김 팀장은 이러한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대외적 공급망 충격과 대내적 구조 재편 지연을 꼽았다. 미-이란 사태 등으로 인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 상승과 에너지·소재 공급망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 여파는 국내 전 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미-이란 전쟁 휴전은 위기 종료가 아닌 ‘위기 상시화’를 의미하며, 리스크 프리미엄은 여전히 잔존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동발 타격이 큰 화학 산업의 경우 구조개편이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주력 산업 내부의 '반도체 쏠림'과 '성장의 양극화'다. 대기업 중심으로 AI 전환과 연구개발(R&D) 투자가 집중되면서 중소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심화되고 있으며, 대기업 위주의 회복과 생산성 차이는 실적 격차를 한층 키우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중 간 기술경쟁력 역전과 팬데믹 이후의 내수 부진 장기화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2차 저성장기'에 진입했다는 시그널이 뚜렷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전방위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김 팀장은 금융이 본연의 역할인 '산업 지원'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기업 신용의 배분 비중은 경제 규모나 제조업 비중 대비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민간 신용의 팽창 수준을 고려하면 자본 흐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민간금융기관들이 현장에서 겪는 '실행 딜레마'도 털어놓았다. 금융시장은 민간금융에 리스크가 큰 모험자본 역할을 요구하지만, 부실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민간 금융사에 남는 모순된 구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세계가 다시 국가대항전 형태의 산업정책 시대로 이동하고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만큼, 민간금융도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성숙도에 따라 지원 방식을 차별화하되, 담보 위주에서 벗어나 '기술 및 미래가치 중심의 선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회수시장을 활성화해 모험자본과 인내자본의 역할을 확대하고, 정책금융과 손잡고 유기적인 '생태계 조성'을 이루어낼 때 비로소 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의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글로벌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대변혁의 시기에 이번 세미나는 정부, 정책금융, 민간금융이 삼각 편대를 이루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첫발을 내딛었다. 참석자들은 단기적인 지원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금 배분의 질적 혁신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hsem5478@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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