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지주사 중앙홀딩스와 주요 계열사 회생절차 신청으로 번졌다.
JTBC의 유동화 차입금 미상환을 계기로 그룹 전반의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방송사 한 곳의 차입금 문제가 아니다. 중앙홀딩스에서 중앙피앤아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SLL중앙, 중앙일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지급보증이 맞물리며 그룹 전반의 신용위험으로 확산됐다.
◆ 홍정도·홍정인 중심 가족 지배...중앙피앤아이·콘텐트리중앙이 핵심 축
중앙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중앙홀딩스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중앙홀딩스는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이 55.8%, 홍정인 부회장이 37.2%,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7.0%를 보유한 가족 지주회사다. 세 사람이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는 구조다.
중앙홀딩스 지배구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더밸류뉴스]
중앙홀딩스 아래에는 부동산 임대 및 투자 기능을 맡는 중앙피앤아이가 있다. 중앙홀딩스는 중앙피앤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중앙피앤아이는 콘텐트리중앙 지분 38.6%를 들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상장사로, 그룹 콘텐츠 및 극장 사업의 중간지주 역할을 한다.
콘텐트리중앙 아래에는 극장 사업을 맡는 메가박스중앙과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이 연결돼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SLL중앙 지분도 과반 보유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중앙홀딩스가 직접 지배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중앙홀딩스는 2026년 3월 말 기준 중앙일보 지분 64.7%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중앙그룹의 계열사 간 재무 연계성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앙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은 계열사 간 신용공여를 기반으로 외부자금조달을 활용하면서 계열 내 재무적 연계성이 매우 높은 구조”라며 “계열사끼리 보증, 대출 등이 얽히며 그룹 전체 차입금이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JTBC 미상환이 방아쇠...회생절차 신청 계열사로 확산
이번 유동성 위기의 직접 계기는 JTBC의 유동화 차입금 미상환이다. JTBC가 지난 12일 유동화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서 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졌다.
이후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JTBC 등 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 14일과 1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생절차는 법원의 관리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영업을 지속하는 절차다. 파산과 달리 기업 존속을 전제로 한다. 다만 회생 신청 자체가 채권자와 투자자에게는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신용평가사들은 곧바로 등급을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콘텐트리중앙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C로 낮췄다. 메가박스중앙도 기업어음과 단기사채가 B에서 C로 떨어졌다. 두 회사 모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질 경우 D 등급으로 추가 하향될 수 있다. D 등급은 상환불능 상태를 뜻한다.
중앙홀딩스 신용등급 변동. [자료=나이스신용평가원, 한국신용평가원, 더밸류뉴스]
SLL중앙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SLL중앙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BB에서 B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를 B에서 B-로 낮췄다. SLL중앙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6721억원, 영업이익 187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 98억원을 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3763억원, 부채비율은 155.0%였다.
◆ 메가박스 부채비율 2211.9%...중앙일보도 지급보증 부담
극장 사업을 맡는 메가박스중앙의 재무 부담은 더 크다. 메가박스중앙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3238억원, 영업손실 125억원, 당기순손실 634억원을 기록했다. 총차입금은 7075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211.9%까지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 회복이 더뎠고,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콘텐트리중앙도 차입 부담이 크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33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이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은 931억원이다. 총차입금은 1조3479억원이다. 연결 부채비율은 317.8%다. 2026년 1분기에는 연결 부채비율이 1020.9%까지 뛰었다.
중앙일보도 신용등급이 급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앙일보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로 낮췄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등급도 A3에서 B-로 하향했다. 중앙일보는 2025년 매출액 3210억원, 당기순이익 59억원을 기록했지만 총차입금은 2887억원에 달했다. 2026년 3월 말 총차입금은 4041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476.8%로 높아졌다.
관계사 지원 부담도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2025년 말 기준 총차입금 2887억원 외에 관계사 지급보증 225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보증 대상은 중앙일보엠앤피 1123억원, 중앙일보에스 313억원, JTBC 400억원, 콘텐트리중앙 300억원 등이다. 신문 사업 자체의 현금창출력보다 계열사 지원 부담이 빠르게 커진 셈이다.
◆ 금융권 익스포저 1.3조...한양증권 840억 노출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는 금융권 익스포저 점검으로 이어지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JTBC 등 5개사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약 8000억원이다.
중앙일보와 SLL중앙, 중앙일보엠앤피를 포함한 주요 8개사 기준으로는 익스포저가 약 1조32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이 832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특수금융기관 1642억원, 증권업 1251억원, 여신전문 797억원 순이다.
다만 금융권 전반의 재무안정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은행, 증권, 여신전문 업권 소속 회사별 익스포저를 검토한 결과 한양증권 1곳만 총자산의 0.5%, 자본의 2.0%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그 외 금융회사들은 일부 손실 가능성은 있지만 보유 규모가 총자산과 자본 대비 크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한양증권의 중앙일보 계열 관련 장부상 익스포저는 약 840억원이다. 2026년 3월 말 자기자본 6478억원을 감안하면 양적 부담이 있다. 회사별로는 JTBC 540억원, 중앙일보 300억원이다. JTBC 관련 익스포저는 유동화SPC 관련 180억원과 기업어음증권 360억원으로 구성된다.
관건은 담보자산의 현금창출력이다. NICE신용평가는 한양증권의 관련 익스포저에 담보가 설정돼 있고, 해당 담보자산이 신탁구조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TBC 관련 채권은 방송 프로그램 공급계약 매출채권, 올림픽 중계권 관련 네이버 계약대금 등이 회수 재원으로 제시됐다. 중앙일보 관련 채권은 타운보드중앙의 매출채권 회수대금을 기반으로 상환이 진행될 예정이다.
NICE신용평가는 향후 한양증권 신용도와 관련해 담보자산의 현금창출력과 채권 회수 수준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만기도래 채권 회수가 지연되거나 담보자산의 현금창출력이 저하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앙그룹 사태가 개별 계열사 회생절차를 넘어 금융권 익스포저와 채권 회수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