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향후 3~4년 안에 판가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세제와 전력 인프라를 동시에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AI 관련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세액공제율과 적용 범위, 클라우드, 입지 규제 등을 둘러싼 제도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 20일 별도 토론회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수요 증가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력망 확충 속도도 투자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3~4년 남은 '골든타임'…세제 4대 쟁점부터 풀어야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관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세제 지원 체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조문균 재정경제부 조세특례제도과장,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공지능데이터진흥과장, 김진기 한국항공대 경영학과교수,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 박성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사무관,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 [사진=인터넷기업협회]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국가전략기술 간 공제율 차등 △전력·공조·냉각설비 기준 △클라우드 사업화시설 미지정 △수도권과밀억제권역 공제 배제 등 네 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현재 AI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 공제율은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로 반도체보다 낮다.
클라우드와 전력·공조·냉각설비도 주요 쟁점이다. 클라우드는 AI 핵심 인프라지만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로 지정되지 않아 일반공제가 적용되고 있다. 전력·공조·냉각설비 역시 적용 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현행 규정상 이미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전력 공급 문제도 투자 확대의 변수다. 지난 26일 토론회 자료집에는 국내 데이터센터 계약전력의 79%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제시됐다. 앞서 지난 20일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책토론회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연간 전력사용량이 각각 약 121TWh와 140TWh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나왔다.
지난 26일 AI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도 전력망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성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사무관은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대형 기반시설인 만큼 전력망 확충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도 해외 사업자 유치를 위해 AIDC 전용 요금제 등 전력 지원제도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 SKT "현행 공제 실효성 낮아"…사업구조·지방 이전도 과제
'AI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정책 토론회'의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기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 조문균 재정경제부 조세특례제도과장,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공지능데이터진흥과장, 박성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사무관). [사진=인터넷기업협회]산업계에서는 세액공제 제도를 마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AI 데이터센터 사업구조에 맞게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영탁 SK텔레콤 AIDC 통합추진단 대외협력담당 부사장은 기존 데이터센터가 정보 저장을 중심으로 한다면 AIDC는 대규모 연산을 통해 AI를 학습·추론하고 생성된 지능을 외부에 제공하는 시설이라며 사업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AIDC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외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내부 사용을 전제로 한 현행 세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현행법상 15% 공제가 가능하지만 내부 사용 시설 중심으로 적용돼 실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AIDC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안도걸 의원도 자료집을 통해 코로케이션 방식 데이터센터와 GPUaaS 등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세액공제 적용 여부를 투자 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김세웅 카카오 AI시너지·AI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기업의 부담은 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 자체보다 투자 시점에 적용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며 사후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경우 투자 결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지방 이전 과정의 공백도 과제로 제시됐다.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부지와 전력 확보, 건설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조영임 교수는 이전 기간에 한해 적용하는 한시적 세액공제를 제안했다. 김 부사장도 AI 연산시설만 지방으로 옮길 경우 기존 서비스와의 데이터 교환이 늘어날 수 있어 관련 서비스와 시스템을 함께 이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GPU 활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낮에는 이용자 서비스를 위한 추론에 GPU를 사용하고 이용량이 줄어드는 밤에는 학습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운용 특성을 고려해 전력요금 체계에도 시간대별 인센티브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정부 "부속설비 이미 공제 대상"…클라우드는 추가 검토
정부는 업계와 학계가 제기한 세제지원 실효성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부 쟁점에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조문균 재정경제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국가마다 세액공제와 비용공제, 감가상각 등 지원 방식이 다른 만큼 해외와 국내 공제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력·공조·냉각설비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상 이미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조 과장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에 전력공급시설과 공조·냉각시설 등이 명시돼 있어 기존 세법 규정과 충돌해 공제 대상에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유권해석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데이터진흥과장도 AI 기본법과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자사용과 임대용 데이터센터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공조·냉각시설 역시 규정 충돌보다는 해당 설비가 실제 AI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클라우드 사업화시설 지정에는 추가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 과장은 필요성이 있다면 주무부처가 기업 건의를 받아 절차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장 과장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재경부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PU와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 HBM을 비롯한 반도체와 전력·냉각장비 등 전후방 산업에도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AI 데이터센터 문제는 어느 한 부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AI·에너지·세제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민간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세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비수도권 투자 여건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국내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