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의 취임 10개월 성적표에 처음으로 성장 신호가 찍혔다. 2025년 10월 CEO로 합류하고 11월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중국·면세 중심의 화장품 구조를 북미·디지털·헬스앤뷰티(H&B) 채널로 돌리고 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1조6574억원, 영업이익은 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3%, 87.5% 늘었다. 북미 매출 2058억원이 중국 1760억원을 처음 앞선 것도 분명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이익이 섞였고 상반기 매출은 아직 2.1% 감소했다. '키엘을 두 배 키운 브랜드 전문가'의 첫 반등이 구조적 성장으로 굳어지려면 환급을 뺀 이익과 핵심 브랜드의 반복 매출을 다음 분기에도 증명해야 한다.
[더밸류뉴스·AI 생성]
◇ 이선주 대표이사는…
△1970년생(56) △이화여대 신문방송학 △로레알코리아 그룹커뮤니케이션 이사(2002) △로레알코리아 키엘·입생로랑 사업부장 상무(2006~2013) △로레알USA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2013~2016) △로레알코리아 컨슈머·메디컬 채널 총괄 부사장(2016~2018) △엘앤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미국법인장(2018~2021) △유니레버 뷰티&웰빙 한국총괄·카버코리아 대표이사(2021~2024) △테라로사커피 대표이사(2024~2025.09) △LG생활건강 CEO 사장(2025.10~현재) △LG생활건강 대표이사(2025.11~현재)
◆ 2025년 영업익 63%↓·순손실 전환…첫 온전한 반기는 이익 6.8% 반등
LG생활건강의 2025년 연결 매출은 6조3555억원으로 전년보다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62.8%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뷰티 부문은 매출 2조3500억원으로 16.5% 감소하고 9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 물량 조정과 중국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 약 850억원의 일회성 비용에 해외 자회사와 브랜드의 무형자산 손상차손 1798억원까지 겹쳤다. 과거 M&A의 기대가치를 낮춰 잡은 '빅배스' 성격이 강했다.
연간 실적 전부를 이 대표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는 2025년 10월1일 CEO로 출근했고 11월10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가 됐다. 연간 매출과 상반기 비용 대부분은 전임 체제에서 결정됐다. 다만 취임 뒤 4분기 영업손실 727억원을 감수하고 채널·인력·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한 만큼, 2026년부터는 기저효과를 넘어 실제 매출 성장으로 성과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
LG생활건강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올해 2분기는 매출액 1조6574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3%, 87.6% 증가했다. 1분기 매출액(1조5766억원)과 영업이익(1078억원)은 각각 7.1%, 24.3% 줄었으나 2분기에 뷰티 부문의 흑자 전환으로 반등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액 3조2340억원(-2.1%), 영업이익 2106억원(+6.8%)을 기록했다. 한 분기 반등은 확인됐지만 상반기 전체 매출이 역성장한 만큼 '성장 전환' 선언은 아직 절반만 달성됐다.
◆ 북미 2058억, 중국 첫 추월…더후 '질적 성장'·닥터그루트·CNP가 바꾼 성장축
2분기 해외 매출은 5845억원으로 12.6% 증가해 전사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북미는 47.3% 늘어난 2058억원, 중국은 5.0% 줄어든 1760억원이었다. 회사가 2001년 독립 법인으로 분할한 뒤 북미가 중국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 면세에 집중됐던 성장축을 여러 지역과 채널로 옮기겠다는 이 대표의 전략이 숫자로 나타난 첫 사례다.
성장은 기능성 브랜드와 현지 유통망이 이끌었다. 닥터그루트는 아마존·틱톡·코스트코에 이어 3월 미국 세포라 온라인에 들어갔고 8월에는 북미 오프라인 전 매장으로 확대한다. CNP는 얼타뷰티에 신규 입점했고 빌리프도 판매 품목을 늘렸다. 더페이스샵은 월마트 매장, 유시몰은 일본과 북미 채널을 넓혔다. 2분기 뷰티 매출은 8184억원으로 3.9% 증가했고 전년 59억원 적자였던 영업손익은 44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중국 시장 내 핵심 럭셔리 브랜드 '더후'의 체질 개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개별 브랜드의 세부 실적 공개는 어렵지만, 중국 시장 내 더후 브랜드의 프리미엄화와 면세점 물량 조절 등 유통 채널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스킨 롱제비티 연구를 반영한 '환유고' 및 '비첩 자생 NAD 파워 앰풀' 리뉴얼 론칭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2025년 APEC 정상회의 VIP 선물 선정, 상하이 국빈루 행사, 스페인 바르셀로나 ISE 2026 전시회 등을 통해 글로벌 럭셔리 포지셔닝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포스트 차이나'가 완벽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상반기 뷰티 매출은 1조5895억원으로 4.7% 감소했고, 중국 매출도 2분기에 줄었다. 북미 매출 2058억원 역시 기존 에이본·더크렘샵과 신규 전략 브랜드, 환율 효과를 나눠 공개해야 성장의 질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2분기 영업이익에는 미국 관세 환급이 일시적으로 반영됐다. 회사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지 않았고 증권가는 약 15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를 단순 차감하면 영업이익은 약 878억원, 전년 동기보다 약 60% 늘어난 수준이다. 기초 체력은 개선됐지만 공식 금액과 사업부별 배분을 확인해야 한다. 3분기에도 환급 없는 뷰티 흑자와 북미 성장이 이어질 때 자력 반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
◆ '6대 글로벌+4대 리저널' 포트폴리오 재편…음료 이익·M&A 손상은 숙제
이 대표는 회사를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뷰티·건강 기업'으로 바꾸고 고성장 지역·채널 중심의 브랜드 집중 육성을 추진 중이다. 취임 두 달 안에 기존 뷰티·HDB 2개 조직을 럭셔리뷰티, 더마·컨템포러리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네오뷰티, HDB 등 5개 조직으로 재편하고 전략센터를 신설했다.
LG생활건강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브랜드에서 더후, CNP, 빌리프, 더페이스샵, 닥터그루트, 유시몰 등 '6대 글로벌 브랜드'와 VDL, 피지오겔, 도미나스, 프라엘 등 '4대 리저널(regional) 챔피언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을 확대해 북미 매출이 중국을 상회하는 실적 구조 변화가 나타났다"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시장 반응과 성장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외 부문의 반등도 과제다. 상반기 HDB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755억원, 478억원으로 2.1%, 4.8% 늘었다. 반면 리프레시먼트 매출은 8690억원으로 0.8%, 영업이익은 799억원으로 10.7% 줄었다. 2분기만 보면 음료 영업이익은 원부자재 가격과 판촉 부담으로 15.1% 감소했다. 뷰티 마케팅을 확대하면서도 코카콜라음료·해태htb의 원가와 가격, 제품 믹스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재무 여력은 충분하다. 한국신용평가는 2026년 3월 말 부채비율 25.0%, 순차입금 -1조308억원의 실질 무차입 구조를 확인했다. 현금·금융상품도 약 1조3000억원이다. 문제는 자원의 전략적 배분이다. 2025년 무형자산 손상차손 1798억원은 더크렘샵과 해외 법인 등 과거 M&A의 기대수익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재편된 10대 브랜드 중심의 자원 배분과 유통 다변화가 또 다른 손상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지속적인 수익성 검증이 요구된다.
◆ 키엘 글로벌 매출 두 배 만든 마케터…'속도·유연성'을 숫자로 증명해야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왼쪽 세번째)가 지난 4월 14일 서울 중구 LG서울역빌딩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이 대표는 1970년생으로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로레알코리아 홍보·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출발해 키엘과 입생로랑 브랜드를 총괄했다. 한국 키엘을 미국에 이은 글로벌 매출 2위 시장으로 키웠고, 로레알USA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으로 옮겨 브랜드 글로벌 매출을 두 배로 늘렸다. 이후 엘앤피코스메틱에서 메디힐의 미국 진출을, 카버코리아에서 AHC의 브랜드 정비를 이끌었다. 테라로사커피 CEO를 거쳐 LG생활건강이 위기 돌파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대표이사가 됐다.
강점은 제품 하나의 효능과 이야기를 시장별 채널에 맞춰 키워 본 경험이다. 한국 키엘 시절 대학가 샘플링과 약사 가운을 연상시키는 매장 경험으로 기능성·전문성 이미지를 만들었다. 취임 뒤 닥터그루트의 두피 과학, CNP의 프로폴리스, 더후의 피부 유전자 연구를 앞세운 것도 같은 문법이다. 2026년 신년사에서는 변화 대응의 '속도와 유연성'을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외부 브랜드 전문가의 약점도 분명하다. LG생활건강은 뷰티뿐 아니라 생활용품·음료·제조·방판을 아우르는 복합기업이다. 빠른 브랜드 선택이 장기 연구개발과 영업 현장의 실행을 앞지르면 조직 피로와 채널 갈등이 커질 수 있다. 4월 납품대금 연동제 간담회에서 원료가 급등을 협력사와 분담한 결정처럼 속도와 상생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이선주號의 2026년 최종 성적표는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하나가 아니다. 관세 환급을 제외한 뷰티 이익, 북미 전략 브랜드의 현지 매출·재구매율, 중국 더후의 정상화, 리프레시먼트 이익률, 10대 브랜드의 투자 대비 수익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다섯 지표가 이어질 때 북미의 중국 추월은 일회성 교차가 아니라 LG생활건강의 새로운 성장 공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