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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협중앙회 이전 이슈, '어업인' 위한 선택인지 '정치적' 선택인지 따져야

  • 기사등록 2026-08-20 08:00:04 | 업데이트 2026-08-20 1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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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추승수 기자]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수협중앙회의 지방 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 지역 정치권에서는 수협중앙회를 수산·어촌 현장과 가까운 전남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수산 관련 기관이 부산 등에 집중된 반면 전남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것이다. 반면 수협중앙회 노조는 전남 이전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한다. 실제 지방 이전이 가능한 인원이 제한적인 데다 수협은행과 공유하는 전산망 이전과 신사옥 건립 등에 최소 수천억원이 소요돼 막대한 낭비라는 입장이다.


수협중앙회 이전을 단순한 지역 안배 차원에서만 접근하기는 어렵다. 이전을 둘러싸고 전남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유치 요구가 제기돼 오히려 지역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정치권은 해양수산 관련 기관과 항만·물류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는 점을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결국 지역마다 서로 다른 산업적 강점을 근거로 유치를 주장할 수 있는 만큼, 특정 지역의 요구가 이전지 선정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또 수협의 설립 근거인 수산업협동조합법은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이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 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결국 이전 여부를 판단할 때도 지역균형발전 못지않게 회원조합과 어업인에게 실제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도 먼저 따져야 한다. 


특히 이전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비용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수협 노조는 본사를 광주로 옮길 경우 신사옥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은행 전산망 이전 등을 포함해 약 3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중앙회와 수협은행이 전산망을 공유하고 있어 대규모 시스템 이설도 필요할 수 있다. 수협중앙회는 올해 ‘재해복구센터 단계적 확대 구축’ 사업에 16억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미 구축한 전산 인프라를 유지할지, 이전할지, 새로 구축할지에 따라 추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문제다. 수협이 자체적으로 부담한다면 어업인 배당과 지원,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면 결국 세금과 공공재원이 들어간다. 이전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새로 부담하면서까지 옮길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비용 문제와 별개로 이전 지역의 적정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25년 국내 어업생산량(원양어업 제외) 355만2000톤 가운데 전남이 212만8000톤으로 59.9%를 차지했다. 생산기반과 어업인 접근성만 놓고 보면 전남은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본사의 입지는 생산량만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수협이 이미 보유한 자산과 기존 사업계획을 함께 놓고 봐야 한다. 수협은 노량진에 약 1만4590평 규모의 유휴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 공동주택과 업무·판매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24년에는 동작구와 ‘노량진 수협부지 복합개발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노량진 수협부지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2월에도 ‘수협 노량진 부지 복합개발사업 법률자문 용역’을 발주하는 등 관련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릴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3.0%, 부정 평가는 54.1%로 집계됐다. 이 수치만으로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Lame Duck)’ 현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국정 지지율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의 민심을 의식한 공공기관 배치가 이뤄진다면, 이는 지역균형발전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협중앙회의 이전지는 특정 지역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협과 어업인에게 어디가 가장 큰 실익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


수협중앙회의 이전 역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획일적 목표에만 매몰돼 추진할 일이 아니다. 수협이 어디에 있어야 어업인 지원과 수산업 경쟁력이 더 커지는지를 따지지 않은 채 정치권의 지역 안배와 유치 경쟁이 수협과 어업인의 실익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특히 수천억원의 이전비용과 전산망 이설, 기존 노량진 개발계획의 변경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수협과 어업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역균형발전은 필요하다. 다만 정치적 성과를 위해 멀쩡한 조직과 인프라를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전남 이전이 지금보다 더 큰 실익을 만든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 강행할 이유도 없다. 수협중앙회의 주소는 어느 지역 정치권의 요구가 더 강한지가 아니라, 수협과 어업인에게 어디가 더 많은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기자의 눈] 수협중앙회 이전 이슈, \ 어업인\  위한 선택인지 \ 정치적\  선택인지 따져야추승수 더밸류뉴스 금융증권부 기자. [사진=더밸류뉴스] 


als2051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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