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중구 청진동에 위치한 법무법인(유) 세종, '월간 공정거래 2026' 1회차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는 최근 공정거래 정책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짚는 자리였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청진동에 위치한 법무법인(유) 세종에서 석근배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가 '국민주권정부 공정거래정책 집행의 특징과 전망'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이날 현장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 과징금 고시 개정안, 현장조사 확대 흐름이 동시에 언급되며 공정거래위원회 집행 기조가 한층 강해지고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사 대응 여유가 줄어드는 동시에 경제적·법적 부담이 확대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 “강도·속도 모두 빨라졌다”…전속고발권·과징금 개편 변수
연사로 나선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공정거래 정책의 특징을 “강도와 속도”로 정리했다. 그는 “30년 넘게 공정위에 있었지만 최근처럼 정책 추진과 집행이 동시에 빠르게 움직이는 흐름은 드물다”며 “정책 변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조사와 제재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측도 세미나 서두에서 “최근 공정위 정책 변화는 단순한 기조 전환이 아니라 기업 부담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키는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과징금 고시 개정안 역시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지난달 말 행정예고가 종료된 개정안은 공정위 재량을 축소하는 대신 상·하한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법 위반 시 기업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제재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현장조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정책 신호가 포착되면 조사와 제재가 빠르게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의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청진동에 위치한 법무법인(유) 세종에서 지철호 법무법인(유) 세종 고문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 “행태개선 중심 집행 강화”…민생·담합·기술유용 집중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정거래 정책의 집행 방향이 구조개선 중심에서 ‘행태개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변화로 제시됐다. 시장 구조를 장기적으로 손보는 정책보다 개별 위반행위를 신속히 적발하고 제재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를 중앙행정기관이자 준사법기관이라는 두 가지 성격으로 설명하며 “최근에는 사건 단위의 조사·제재 기능이 더욱 빠르게 작동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집행 대상 역시 민생과 밀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민생물가 관련 품목, 담합 사건, 기술유용, 갑을관계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정책적 메시지가 나오면 즉시 조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공정위뿐 아니라 검찰, 국세청, 관계 부처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환경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나의 사건이 행정·형사·세무 리스크로 확산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징금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반복 위반 사업자에 대한 가중, 감경 사유 축소 등이 결합될 경우 기업 체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 “사후 대응은 한계”…자진시정·CP 도입 등 사전 대응 필요
세미나에서는 향후 공정거래 정책이 당분간 강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민생과 직결된 산업, 기술유용, 갑을관계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조사와 제재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직 개편과 인력 확충이 이어질 경우 현장조사 역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 대응 전략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법 위반 혐의로 신고되거나 조사를 받는 경우, 초기 단계에서 신속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 전 부위원장은 “피신고·피조사 기업은 자진시정, 분쟁 조정, 동의의결 등 제도를 활용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사 장기화는 과징금 부담뿐 아니라 민사·형사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응책으로는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이 제시됐다. 사전 컴플라이언스는 급변하는 규제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조사 및 제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자원 낭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민사상 책임 감경, 형사 책임 면제 또는 양형 참작 사유로 작용할 수 있으며, 투자 유치 확대와 자본 조달 효율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고 평판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컴플라이언스의 핵심. [자료=더밸류뉴스]
컴플라이언스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 표명, 상시적인 교육과 내부 모니터링 체계, 위반 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내부고발자 보호,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 프로세스 구축이 핵심 요소로 꼽혔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 및 평가 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P는 기업이 스스로 법 위반을 예방·관리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으로, 공정위 평가를 통해 등급을 부여받을 경우 제재 감경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이어질 수 있다.
지 전 부위원장은 “공정거래 리스크는 더 이상 특정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전반의 이슈”라며 “사전 컴플라이언스 구축 여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