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이 국내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반도체 산업 성장 과실을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취지였지만 시장은 이를 ‘기업 이익 환수’와 ‘재정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근 밸류업 정책과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에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국민배당금' 발언. [자료=김용범 개인 SNS]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을 국민과 공유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언급했다. AI·플랫폼·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 일부를 국민 전체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미국 알래스카 영구기금 사례를 예로 들며 국가 성장의 과실을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 가능성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발언을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향후 기업 과세 강화 및 초과이익 환수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업종이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며 외국인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 외신도 “한국형 AI 배당 논란” 주목…블룸버그 “증시 변동성 확대”
외신들도 이번 논란을 빠르게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김 정책실장의 발언 이후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하며 투자자들이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후파이낸스와 코리아헤럴드 등도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AI 산업 이익 공유 모델을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외신들은 특히 한국 증시가 최근 기업 밸류업 정책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 정책 책임자의 발언이 시장에 불필요한 정책 리스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김용범 정책실장 발언 후 코스피 지수 변동. [자료=네이버증권]
실제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는 발언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며 장중 변동성이 커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도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 압력을 받으며 투자심리 위축 흐름이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정책 방향성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재정 건전성과 친기업 정책 지속 여부를 핵심 변수로 보기 때문이다. 성장 산업 수익을 사회 환원 구조와 연결하는 논의 자체가 기업 투자 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대통령실 “개인 의견” 진화 나섰지만…시장 불안은 남아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정책실장이 SNS에 게재한 내용은 내부 논의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며 공식 정책과 선을 그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혼선이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가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경제라인 인사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단순 개인 의견으로 정리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책실장은 사실상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상징하는 자리인 만큼 발언 자체가 시장에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찬성 측에서는 국민배당금이 단순 현금 복지가 아니라 소비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한 새로운 경제 실험이라고 주장한다. AI 산업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논리다. 자영업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상황에서 민생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재원 조달 구조와 기업 부담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김용범 실장의 발언은 시장에 불안감만 남겼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정책 기대감 속에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국민배당금’ 논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정책 메시지는 시장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통령실 정책실장처럼 경제정책 전반에 관여하는 고위 인사의 발언은 공식 정책 여부와 별개로 시장에서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성장 산업의 과실 배분 논의가 필요하더라도, 재원 조달 방식과 기업 부담 여부 등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투자심리와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가 안팎에서 고위 정책 당국자의 발언에는 그만큼 신중한 설명과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이 요구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