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대표 김우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각각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내놓으며 국내 ETF 시장의 새 영역을 연다.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개인투자자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기존 개별 주식 투자 수요가 ETF 시장으로 옮겨올지 주목된다.
삼성자산운용이 26일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2종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더밸류뉴스]
삼성자산운용은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2종을 오는 27일 상장한다고 전했다. 두 상품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2종의 합산 상장 규모는 2조4000억원으로 국내 ETF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상품은 국내 ETF 시장이 500조원 돌파를 앞둔 시점에 나온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간담회에서 “금융당국과 업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반도체 업황 민감도를 감안하면, 이번 상품은 단순한 신상품 출시를 넘어 대형 반도체주 투자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16년 레버리지 운용 경험 앞세워...“단일종목 변동성은 부담”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상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레버리지 ETF 운용 경험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2월 아시아 최초로 ‘KODEX 레버리지 ETF’를 상장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KODEX 전체 레버리지 ETF 순자산은 19조8000억원이다. 국내 대표지수 레버리지 및 인버스 시장 점유율은 91% 수준이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고객마케팅부문장(부사장). [사진=더밸류뉴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고객마케팅부문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상품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언급했다. 김 부문장은 2009년 국내 및 아시아 최초 인버스 ETF, 2010년 KODEX 레버리지 ETF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시장 지수보다 단일 종목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음의 복리 효과에 대한 우려가 크고, 운용 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도 운용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KODEX 레버리지 거래대금이 2020년 3월 3조원 수준까지 늘었고, 최근에는 4조원을 돌파한 경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버리지는 200% 익스포저를 매일 구축해야 하는 펀드”라며 “시장의 변동성이 큰 날에는 1초 단위 판단이 운용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도 기존 레버리지 운용 플랫폼을 활용한다. 단일종목은 지수형 ETF와 달리 분산 효과가 없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개별 기업의 주가 변동, 실적, 업황, 수급에 상품 수익률이 직접 노출된다. 이에 따라 운용사의 매매 역량과 유동성 관리 능력이 상품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현물 레버리지·현물 납입 구조 도입...롤오버 비용 줄인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상품을 ‘현물 납입형’ 방식으로 설계했다. 현물 납입형은 선물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현물 주식과 선물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다. 선물 중심 구조보다 매월 롤오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현물과 선물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대응이 가능하다. 보유 현물에서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상무). [사진=더밸류뉴스]
임 본부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운용에서 주식 현물을 매도할 경우 펀드에서 증권거래세가 발생하는 점을 언급했다. 일반적인 레버리지 ETF는 설정 및 환매 과정에서 현금을 받고 운용사가 직접 주식과 선물을 매매해 포지션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매매 수수료와 증권거래세가 발생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를 줄이기 위해 현물 납입형 구조를 도입했다. 설정 시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그대로 받고, 환매 시에도 운용사가 주식을 시장에서 매도하지 않고 증권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임 본부장은 이 구조를 통해 현금 납입형 현물 레버리지 대비 연 1% 이상 거래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동성도 핵심 경쟁 요소로 제시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2종에 25개 지정참가회사(AP), 15개 유동성공급회사(LP)를 확보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상장 첫날부터 다수 LP가 호가를 공급해 실시간 순자산가치(iNAV) 대비 괴리율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총보수보다 매매 스프레드가 실질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ETF는 장기 보유보다 단기 매매 수요가 많아 매수와 매도 호가 차이가 투자 비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KODEX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2020년 이후 연평균 71회 회전했고, 이를 영업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보유일수가 약 4.4일이라고 설명했다.
◆ 상승도 하락도 2배...음의 복리 효과·가격제한폭 유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투자 편의성을 높이지만 위험도 크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삼성전자가 하루 1% 오르면 해당 ETF는 2% 상승을 목표로 하지만, 반대로 삼성전자가 하루 1% 내리면 ETF는 2% 하락을 목표로 한다.
김도형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상승도 하락도 모두 2배”라며 “KODEX 200 ETF나 KODEX 레버리지 ETF와 달리 분산 효과가 전혀 없고 위험 수준은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일반 주식의 하루 가격제한폭은 ±30%지만, 레버리지 ETF의 가격제한폭은 ±60%다.
음의 복리 효과도 유의해야 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과 상승을 반복해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손실로 남을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예시를 통해 단일 종목 가격이 급락 후 6영업일 차에 최초 가격으로 돌아와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약 20%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절차도 일반 주식과 다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투자교육원의 레버리지 일반 및 심화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수료 번호를 증권사 HTS나 MTS에 등록해야 거래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 상품이 단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레버리지 투자에는 많은 위험이 있다”며 “그럼에도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유동성과 스프레드, 음의 복리 효과를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상품은 반도체 대형주 투자 선택지를 넓히는 동시에, 개별 종목 변동성을 2배로 떠안는 구조인 만큼 상장 이후 실제 유동성과 괴리율 관리가 투자자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