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미국 참치 전문회사 스타키스트의 가치 평가에 착수하면서 국내 1위 종합 해운 물류 기업 HMM 인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보유 중인 2조원 규모의 스타키스트 지분 전량을 그룹 계열사인 동원F&B에 넘겨 HMM 인수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동원F&B는 대출을 통해 1조5000억원을 조달해 부족한 재원을 메우고, 추가로 부동산 유동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5. 9.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동원산업 측은 이 보도에 대해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의 자금 조달 목적으로 스타키스트 가치 평가를 계획중이다”며 “현재로서는 스타키스트를 실제 매각할 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20일 공시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동원그룹이 HMM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1차전은 동원·하림, 2차전은 포스코·동원 구도로
현재 HMM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동원그룹과 포스코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동원그룹은 이미 지난 2023년 HMM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경쟁 상대는 닭고기 전문 식품기업 하림으로,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섰다.
동원그룹의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당시 “HMM을 인수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꿈”이라고 언급하는 등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HMM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동원그룹과 포스코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되면서 동원그룹은 인수전에서 물러났다. 이후 최종 단계에서 인수가 무산되며 HMM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원그룹이 HMM을 원하는 배경으로는 그룹 물류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한 종합 물류 체계 구축이 꼽힌다. 동원산업은 현재 동원로엑스,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물류 관련 자회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시작해 육상 물류를 담당하는 동원로엑스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HMM은 원양 운송을 담당하는 핵심 퍼즐로 평가된다. HMM을 인수할 경우 원양부터 내륙까지 아우르는 물류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동원그룹은 지난해 HMM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역시 HMM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려 HMM 사업 가치 산정 작업에 착수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HMM에 대한 사업성 검토는 인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핵심 사업인 철강·이차전지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인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HMM 인수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홀딩스의 물류를 전담하고 있는 포스코플로우와 HMM이 합심해 상당한 규모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포스코의 물류 수요는 곡물·광석 등 벌크 화물 중심이어서, 컨테이너선 위주의 선대 구조를 가진 HMM과는 사업적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 그룹은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물류사업 진출을 통한 물류 비용 절감을 원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포스코에서 영위하는 사업은 운송 시 대부분 벌크선을 활용하는 반면, HMM의 매출액 중 80% 이상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엇갈린 과제…동원은 자금, 포스코는 해운업계 설득해야
앞서 HMM 최대주주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HMM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율은 35.42%다. 최근 산업은행은 보유 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도 진행한다고 밝히며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19조4307억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데 약 7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 및 단기 금융예치금을 합하면 7361억원이다. 인수 대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반면 포스코는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해운업계의 반대 기류 등으로 인수 참여에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포스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조1688억원에 달한다. 다만 포스코가 2030년까지 총 121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추가적인 대규모 인수에 나설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포스코가 HMM의 사업성 평가를 자문하자, 해운협회는 포스코의 HMM 인수에 반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할 경우 국내 주요 해운사인 HMM이 포스코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해운협회는 포스코의 HMM 인수에 반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미지는 한국해운협회 CI. [이미지=한국해운협회]
해운협회는 브라질 발레(Vale)가 해운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사례를 언급하며,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역시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량 화주가 해운업 등록을 신청할 경우 정책자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해운법 제24조와 물류정책기본법을 근거로, 포스코가 제도적으로 해운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 공공 영향력•해운 불확실성도 변수...장기간 탐색전 가능성
더해 HMM 인수에는 여전히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남아 있다.
HMM 주식 소유 현황. [자료=HMM 사업보고서]
먼저 산업은행에 더해 해양진흥공사 지분까지 함께 인수해야 시장에서 ‘완전한 민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산업은행 지분만 인수할 경우 해양진흥공사의 공적 지분이 남아 경영권 전반에 대한 정부 측 영향력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지난 2023년 하림의 HMM 인수 협상 과정에서도 해양진흥공사의 경영 개입 범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와 함께 HMM이 속한 해운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 운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인수 이후 실적 안정성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결국 HMM 인수는 가격과 자금 조달 능력뿐 아니라, 공적 지분 정리와 업황 리스크를 어떻게 감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전이 단기간에 결론 나기보다는 장기간 탐색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HMM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