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끼리 대출하고 에금해 서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호금융(mutual finance). 국내 최대 상호금융 조직으로 불리는 신협중앙회(회장 김윤식. 이하 '신협')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부실채권 정리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신협, 부동산 침체 등으로 상반기 순손실 3375억
신협이 올해 상반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하반기 반등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협은 올해 상반기 순손실 337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지목된다. 신협의 연체율은 2022년 말 2.47%에서 2023년 말 3.63%로 상승했고, 2024년 상반기에는 6%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응해 신협은 하반기 경영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부동산·건설업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고 있다. 또 단위 신협들의 공동대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앙회가 직접 여신 평가를 하는 대상을 '100억원 이상 채권'에서 '7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신협은 디지털 금융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 뱅킹 앱 '온(On)뱅크'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며, 비대면 실명 확인 서비스인 '리온(ReOn) 브랜치'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협은 8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다자녀 가구 주거안정 지원대출, 소상공인 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등을 포함하며, 신협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과 서민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펼쳐야 한다"며 "신협과 지역 간 상생을 도모하고, 윤리경영과 흔들림 없는 재무구조로 신협의 신인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략으로 신협은 하반기 실적 개선과 함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1조 규모 부실채권 정리로 건전성 개선 나서
신협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착수했다. 올해 하반기에만 총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대전 유성구 소재 신협중앙연수원에서 ‘2024년 회원조합 채권매각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에는 전국 임직원 700여 명이 참석해 유형별 채권을 분석하고, 하반기 동안 효과적으로 채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신협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KCU NPL 대부’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한도 규제 완화를 받아냈다. KCU NPL 대부는 올해 하반기에 3500억원어치의 신협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처리할 예정이다.
또 5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NPL) 매입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운용할 회사 선정을 완료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매입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매각 자문사를 통한 부실채권 일괄 매각도 실행에 옮길 에정이다.
신협은 KCU NPL 대부에 900억원의 추가 자본을 출자하고 대출을 지원해 부실채권 매입을 실질적으로 돕는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건전성을 개선하고 연체율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금융권에서는 신협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신협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ACCU 회장 4연임 성공...국제 위상 제고
최근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아시아신용협동조합연합회(ACCU) 회장으로 4연임에 성공했다. 이는 한국 신협 최초 사례로, 김 회장의 국제적 리더십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 받고 있다.
◇김윤식 회장은…
△1956년 대구 출생(68) △대구 대륜고(1975)·신구대 물리치료학과 졸업 △매일서예대전 대상(1997) △효성청과 대표이사(1998~2019) △신협중앙회장(2018. 3~현재) △아리아나호텔 대표(2016~현재)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ACCU 회장에 처음 선출된 이후 꾸준히 연임에 성공해왔다. 그는 세계신용협동조합협의회(WOCCU) 이사로도 활동하며 글로벌 금융협동조합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ACCU 회장 4연임 성공 후 김 회장은 "한국 신협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아시아 신협 리더들에게 주목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아시아 회원국 간 동반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 무대에서의 활약 못지않게, 김 회장은 현장 중심의 경영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털털하고 소탈한 성격의 김 회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종종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주요 의사 결정 전에는 실무진들의 의견을 꼼꼼히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회장은 ‘3S(Speed,Short,Slim)’원칙을 강조하며, 보고서는 1~2장으로 압축하고 지시사항에 대해서는 48시간 내 실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신협의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화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그의 경력과도 연관이 깊다. 그는 30대 후반에 비즈니스를 시작해 손 대는 사업마다 성공시키며 경영 능력을 보여왔다. 1999년 43세에 대구에서 대구농산물도매시장에 있는 효성청과를 인수해 매출액을 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10배 가량 늘렸다. 김윤식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무렵 대구에서 효성청과를 운영했는데 근처에 세림신협(옛 무태신협)이 있었다. 그곳 이사장이던 후배 요청으로 세림신협 이사가 돼 처음 신협과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