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손해보험사 상당수가 올해 2분기 순이익을 늘렸지만 위험을 감안한 수익성은 회사별로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이 늘어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담하는 요구자본이 함께 증가하면 위험 대비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전문 '더밸류연구소'(https://thevaluemetria.co.kr/)가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의 2023년 1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 실적과 K-ICS(신지급여력제도) 요구자본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RAROC(위험조정자본이익률)는 메리츠화재가 9.24%로 9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DB손해보험이 6.65%, 현대해상이 5.47%로 뒤를 이었다.
이번 분석의 RAROC는 각 보험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분기 순이익을 경과조치 적용 전 요구자본의 분기 평균으로 나눠 산출하여 추정했다. 분기 평균 요구자본은 직전 분기 말과 당분기 말 요구자본의 평균이며 연율화하지 않았다. 보험연구원 ‘K-ICS 영향분석과 보험회사 대응방안’에서 사용한 ‘당기순이익÷분기별 요구자본 평균’의 분석 틀을 분기 단위로 적용했다. 순이익과 요구자본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 자료를 사용했다.
◆ 메리츠화재 RAROC 9.24% ‘선두’…DB·현대 전년비 큰 폭 개선
주요 손해보험사 2026년 2분기 RAROC 순위. [이미지=더벨류뉴스 | AI 생성]
올해 2분기 RAROC는 메리츠화재가 9.24%로 9개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DB손보 6.65%, 현대해상 5.47%, 삼성화재 4.90%, KB손보 4.11%, 한화손보 3.35% 순이었다. NH농협손보와 흥국화재는 각각 2.19%, 1.23%를 기록했고 롯데손보는 0.06%에 머물렀다.
회사별 격차도 뚜렷했다. 메리츠화재는 2위 DB손보보다 2.59%p 높았고 현대해상과도 3.77%p 차이를 보였다. 반면 중위권인 삼성화재·KB손보·한화손보는 3~4%대에 모였으며 하위권인 NH농협손보·흥국화재·롯데손보는 2%대 이하에 머물렀다. 상위권과 하위권 사이 위험 대비 수익성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
다만 RAROC의 절대 수준만으로 최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메리츠화재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RAROC가 하락한 회사가 있는 반면, 현대해상과 DB손보처럼 개선 폭이 두드러진 회사도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분기 순이익뿐 아니라 각사가 부담하는 요구자본의 증감과 맞물려 나타났다.
주요 손해보험사 RAROC 추이. [이미지=더벨류뉴스 | AI 생성]
시계열로 범위를 넓히면 회사별 흐름은 더욱 뚜렷했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이후 매년 2분기 기준 가장 높은 RAROC를 기록했다. 2023년 2분기에는 삼성화재가 7.49%로 메리츠화재(7.30%)를 근소하게 앞섰다. 23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3개 분기로 범위를 넓혀도 메리츠화재는 10개 분기에서 가장 높은 RAROC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9.24%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3%보다 0.19%p 낮아졌지만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다.
반면 DB손보와 현대해상은 최근 반등이 두드러졌다. DB손보의 RAROC는 2023년 2분기 5.41%에서 2024년 6.18%로 상승한 뒤 지난해 4.69%로 낮아졌지만 올해 6.65%로 다시 올라섰다. 현대해상 역시 2023년 2분기 2.44%에서 2024년 4.87%로 높아진 뒤 지난해 3.03%로 떨어졌다가 올해 5.47%까지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2023년 2분기 7.49%였던 RAROC는 2024년 6.43%, 지난해 4.20%로 낮아졌고 올해 4.90%로 반등했다. 이처럼 올해 2분기 RAROC가 상승한 회사에서도 변화의 폭은 달랐다. 현대해상과 DB손보의 상승폭은 각각 2.44%p, 1.96%p였던 반면 삼성화재는 0.70%p 개선에 그쳤다.
◆ 순이익 늘어도 요구자본 더 빨리 불면 RAROC↓…현대·DB 개선폭 크게 나타나
주요 손해보험사 순이익·요구자본 증감률 추이. [이미지=더벨류뉴스 | AI 생성]
손해보험사의 RAROC 개선 여부는 순이익과 요구자본의 증가 속도에 따라 갈렸다.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회사가 다수였지만 요구자본까지 함께 증가하면서 개선 폭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순이익 증가율이 평균 요구자본 증가율을 웃돈 회사에서는 대체로 RAROC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현대해상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증가한 반면 평균 요구자본은 약 12% 감소했다. DB손보도 순이익이 약 55% 늘어 평균 요구자본 증가율 약 9%를 크게 웃돌았다. 앞서 두 회사의 RAROC가 각각 2.44%p, 1.96%p 상승한 배경이다.
한화손보와 흥국화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한화손보는 순이익이 약 46% 증가하는 동안 평균 요구자본은 약 5% 늘었고, 흥국화재는 각각 약 110%, 약 21%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이익 증가 속도가 요구자본 증가 속도를 앞서면서 RAROC가 개선됐다.
반면 삼성화재는 순이익이 약 71% 증가했지만 평균 요구자본도 약 47% 늘면서 RAROC 상승폭은 0.70%p에 그쳤다. KB손보 역시 순이익과 평균 요구자본이 각각 약 16%, 약 9% 증가하면서 RAROC는 0.23%p 상승했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이 약 6% 늘었지만 평균 요구자본은 약 9% 증가하면서 RAROC가 0.19%p 하락했다.
순이익이 감소한 회사에서는 차이가 더 뚜렷했다. NH농협손보는 평균 요구자본이 약 10% 감소했지만 순이익이 약 53% 줄었고, 롯데손보도 평균 요구자본이 약 10% 감소하는 동안 순이익은 약 96% 급감했다.
◆ 요구자본 증가 원인도 제각각…삼성 '시장위험'·DB '일반손해·신용·운영위험'
요구자본이 늘어난 배경도 회사별로 달랐다. 올해 2분기 말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요구자본을 비교하면 삼성화재는 시장위험,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은 생명·장기보험위험, DB손해보험은 일반손해·신용·운영위험의 증가가 요구자본 확대에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다.
주요 손해보험사 요구자본 증감률의 위험별 기여도. [이미지=더벨류뉴스 | AI 생성]
삼성화재는 2분기 말 요구자본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2% 늘었다. 위험별로는 시장위험의 기여도가 98.8%p로 가장 컸다. 시장위험액은 6조2868억원에서 15조7702억원으로 약 15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시장위험액이 6조9076억원 증가했고 주식위험액도 6조9553억원 늘어 두 지표가 비슷한 증가 폭을 보였다. 다만 시장위험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삼성화재의 2분기 말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은 282.78%로 분석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에서는 위험 구성이 달랐다. DB손해보험의 2분기 말 요구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증가했다. 일반손해·신용·운영위험의 기여도가 23.2%p로 가장 컸고 생명·장기보험위험은 9.0%p, 시장위험은 5.2%p였다.
DB손해보험의 요구자본 증가에는 올해 2분기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를 인수해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영향도 있었다. DB손해보험은 IR 자료에서 포테그라 연결로 일반보험 위험액이 약 8,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포테그라 인수 거래는 5월 30일 종결돼 2분기 말 요구자본에 포함됐다. (다만 DB손보는 반기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지배력 획득일을 6월 30일로 적용해 반기 연결손익에 포테그라 손익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RAROC는 별도 순이익 기준이라 포테그라 등 자회사 이익도 들어가지 않는다.)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에서는 생명·장기보험위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메리츠화재의 2분기 말 요구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생명·장기보험위험 기여도는 14.5%p로 시장위험(6.4%p)보다 컸다. KB손해보험도 요구자본이 약 14% 늘었다. 생명·장기보험위험의 기여도는 14.0%p, 시장위험은 7.1%p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해상은 2분기 말 요구자본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다. 시장위험과 생명·장기보험위험이 요구자본 증감률을 각각 4.6%p, 6.6%p 낮추는 방향으로 기여했다. 같은 요구자본 증감이라도 이를 움직인 위험은 회사별로 달랐으며 앞서 나타난 RAROC 변화 역시 각사가 부담하는 위험 구조와 맞물려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서는 손해보험사의 수익성을 단순한 순이익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같은 이익 증가에도 부담하는 요구자본과 위험 구성에 따라 RAROC의 방향과 개선 폭은 달라졌다. 보험사의 실적을 비교할 때는 이익 규모뿐 아니라 이를 내는 과정에서 부담한 요구자본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