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와 매일경제TV가 공동주최하고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이 주관한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무역결제의 미래’ 세미나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오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섰고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최형철 포트로직스 대표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이어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LG CNS, IBK기업은행, DSRV, 웨이브릿지, 옥타솔루션 관계자 등이 종합토론에 참여했다.
KBIZ홀에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우 LG CNS 상무, 홍승우 IBK기업은행 디지털혁신부 본부장,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인철 매일경제TV 대표,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오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최형철 포트로직스(주) 대표,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 조태흠 웨이브릿지 이사, 서병윤 DSRV 공동대표). [사진=더밸류뉴스]
현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소기업의 실제 무역대금 수취·정산에 활용하기 위해 결제수단만 바꿀 것이 아니라 외환규제와 무역업무 전반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기존 국제송금의 높은 비용과 긴 정산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실제 무역거래와 자금 이동을 연결할 제도·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 오종욱 “대기업은 이미 움직여…중소기업 활용할 구조 만들어야”
오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스테이블코인이 중소기업 무역결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기조연설에 나선 오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무역결제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 실제 활용하려면 제도와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종욱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의 수출입을 합한 무역액이 약 1조3000억달러에 달하지만 대금을 주고받는 방식은 3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역대금 정산에는 평균 3~5일이 걸리고 신흥국 거래에서는 환전비용만 3~5% 수준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도 측면에서는 지난 5월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전이 외환관리 체계에 들어오기 시작한 점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봤다. 다만 실제 스테이블코인 무역결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고서식과 법인지갑 운용, 트래블룰 적용 등 실무 기준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금융회사는 이미 관련 실증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KB국민은행의 JP모간 블록체인 결제망 활용,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하나금융·두나무의 해외 금융 인프라 구축, 현대차·현대카드의 스테이블코인 송금 실증 등을 제시했다. 기존 국제송금에 비해 결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제 사업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자체 자본과 기술로 관련 시스템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그는 중소기업이 별도의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활용할 수 있는 공동 실증과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종욱 이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바꿀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결제속도와 비용 구조, 결제 리스크를 꼽았다. 끝으로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환전비용과 결제수수료만 낮춰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제는 기술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전했다.
◆ 이승호 “스테이블코인 외환 위험 과도하게 볼 필요 없어…외환체계도 바뀌어야”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국경간 암호자산거래와 외환규제 체계의 정합성 제고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자본유출과 환율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위험을 과도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디지털자산 확산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인 만큼 외환관리 체계를 이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며 달러자산이 해외로 이동할 수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돼 해외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교환될 경우 달러 대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동해 자본유출 우려를 일부 낮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 역시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직접적인 불안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정통화와 1대1로 연동되는 구조라면 코인시장의 가격변동이 곧바로 환율 변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가치연동이 장기간 깨지는 디페깅이나 대규모 ‘코인런’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구축된 기존 외환관리 체계를 디지털 금융 환경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등을 통한 국경 간 거래를 외환전산망에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우선 마련하고,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무역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외지급수단으로서의 제도적 지위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원화 국제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선후의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봤다.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사용이 확대되면서 원화 국제화를 함께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변화가 생각보다 오게 되면 굉장히 순식간에 올 수 있다”며 "기업들의 실제 활용이 늘수록 관련 법과 제도의 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 최형철 “코인만 바꿔선 자동화 안 돼…무역 전 과정 디지털화해야”
최형철 포트로직스 대표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중소기업 무역대금 수취·정산을 위한 디지털 운영 프로세스 구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두 번째 발제자인 최형철 포트로직스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무역결제에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결제수단 자체보다 무역거래 전 과정의 디지털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면 중소기업의 무역대금 수취와 정산은 그냥 자동화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뒤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무역대금은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됐다고 해서 기업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수출기업은 은행에 선하증권(B/L)과 인보이스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실제 수출대금이라는 사실을 증빙해야 하고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야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이 과정이 여전히 대면과 수작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금과 무역정보가 서로 다른 체계에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 속도를 수초나 수분 단위로 줄이더라도 해당 자금이 실제 무역거래에서 발생했는지 즉시 확인하지 못하면 정산 과정의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에 견적과 부킹, 선적, 선하증권, 통관, 정산 등을 하나의 디지털 흐름으로 연결하고 실제 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검증계층’을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선적정보와 통관자료 등을 활용해 해당 자금이 정상적인 수출입 거래에서 발생한 것인지 비대면으로 검증하는 구조다.
그는 “기존의 무역결제를 검증하던 방식을 똑같이 스테이블코인 시대에서도 할 수는 없다”며 비대면 검증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VASP), 무역·물류사업자가 각각 금융 인프라와 스테이블코인 이동, 실제 거래 검증을 나눠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결국 무역거래 디지털화와 거래 검증, 스테이블코인 정산, AI 자동화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핵심은 단순히 자금을 빠르게 주고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자금이 실제 무역거래에서 발생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 중소기업 스테이블코인 활용, 개별 구축보다 '공동 인프라' 필요...금융·IT·규제 정비 과제
패널 토론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무역결제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와 인프라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스테이블코인의 중소기업 무역결제 활용 방안을 주제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서병윤 DSRV 공동대표, 조태흠 웨이브릿지 이사, 조성우 LG CNS 상무, 홍승우 IBK기업은행 AX디지털전략부 본부장,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 [사진=더밸류뉴스] 종합토론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중소기업 무역결제에 적용하기 위해 기술뿐 아니라 외환규제와 금융회사의 책임체계, 기업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기술 자체는 상당 부분 준비돼 있지만 실제 거래에 적용하려면 기존 금융·회계 시스템과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병윤 대표는 중소기업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지갑, 가스비 등 복잡한 기술을 직접 다루지 않아도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24년부터 남미 등 해외 거래처로부터 테더(USDT)로 대금을 받고 싶다는 중소기업의 문의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법인계좌와 환전, 외환신고 문제 등으로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거래처가 수수료 절감 등을 이유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요구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이를 받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다른 국가의 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단순한 금융기술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연결해 봐야 한다는 취지다.
홍승우 본부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더라도 은행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봤다. 외환신고와 거래서류 검증뿐 아니라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까지 금융회사와 기술기업 간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금융권의 실증이 단순 개념검증(POC) 단계에서 실제 거래기업을 참여시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IBK기업은행 역시 보다 현실적인 거래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우 상무는 중소기업이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필요한 IT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디지털자산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추가되면 기업의 ERP와 회계, 자금관리 시스템까지 함께 연동해야 하는 만큼 여러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중소기업 무역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빠른 송금과 낮은 수수료라는 장점을 실제 수출입 거래로 연결하려면 외환규제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거래 검증부터 회계·자금관리까지 기존 기업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논의가 실제 제도 개선과 실증 사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중소기업의 새로운 무역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결국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구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