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주식회사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결정문을 보면 법원의 판단의 중심축은 감정적 책임론이 아니라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에 있었다.
결정문은 홈플러스가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 코로나19 이후 매출 급감, 온라인 유통 전환 가속화, 누적 영업손실 등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빠졌다고 적시했다. 이는 홈플러스 위기가 단순히 특정 주주의 판단 실패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태 전반의 구조적 압박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 법원 판단의 핵심은 '회생 가능성'
[자료=홈플러스]
이번 결정문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비교다. 조사위원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약 2조5058억원, 청산가치를 약 3조6816억원으로 평가했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는 회생절차를 유지하려면 신규자금 유입, 사업부 매각, M&A 등 변제재원 확보 방안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관리인은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했지만, 공개경쟁입찰에서 유효한 입찰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이후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과 수정안이 제출됐으나, 법원은 최소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외부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소명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법원은 본질로 바로 들어가, 제출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의 심리나 결의에 부칠 만큼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졌다. 이번 결정은 ‘사모펀드 대주주 책임론’의 법적 확정판이라기보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이 '자금조달'과 '사업정상화 측면'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판단에 가깝다.
결정문을 보면, MBK파트너스는 핵심점포 67개의 영업 정상화와 비핵심점포 37개의 영업 종료를 위해 최소 2000억원의 DIP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메리츠 3사를 통한 추가 DIP 금융을 모색했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측이 그중 10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결정문에 반영돼 있다.
그간 MBK는 회생절차를 방치했다거나 자금지원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닫아뒀다기 보다는 오히려 추가 금융지원 구조를 모색했고, 회생계획 가결기간 연장도 요청했다.
◆ 홈플러스 사태는 유통산업 구조조정 문제...사모펀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싸고 '사모펀드가 인수했고, 자산을 활용했고, 결국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단선적 서사보다는 법원 결정문이 보여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몰, 신유통서비스를 함께 운영해 왔지만,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가 고정비 상승과 소비패턴 변화, 온라인 경쟁 격화라는 삼중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반면 대형마트는 임차료, 인건비, 물류비, 점포 유지비를 떠안은 채 가격경쟁과 배송경쟁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홈플러스의 부진은 이 구조적 전환기에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이 겪는 한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직접 사유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회생계획안과 수정안은 추가자금 조달을 전제로 했지만, 법원은 그 조달계획이 충분히 확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영업양도, 점포 구조조정, 핵심점포 중심의 재편 방향은 제시됐지만, 이를 실행할 자금과 시장의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업회생은 특정 이해관계자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금, 사업성, 채권자 설득, 시장 신뢰가 동시에 맞아야 한다는 점을 이번 결정은 분명히 보여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결정문 3-4페이지에 걸쳐 2000억원 조달에 관한, 메리츠와 MBK 파트너스의 입장이 객관적으로 잘 정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문에서 법원은 메리츠는 1000억원 그 이상의 자금을 대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며, MBK 파트너스는 2000억원을 메리츠가 집행할 경우, 1000억원에 대해 MBK 파트너스와 김병주가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는 부분을 적시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측에 운영자금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몇 주간 여러 이해관계자의 간청에도 메리츠금융은 대주주 측 운용관리사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파트너가 제공한 1000억원의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금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며 "메리츠금융이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해주길 간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측은 법원 결정에 대해 "그동안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통해 정상화되기를 희망해 왔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채권자로서 최대한의 역할을 해왔다"며 "홈플러스의 근로자, 협력업체,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