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규제는 기업집단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장치이지만, 성장 단계에 접어든 기업에는 새로운 투자의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JW그룹(회장 이경하)은 최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존 지배구조는 유지한 채 투자 유연성을 확보했다.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신약 개발에 투입해 온 JW중외제약과 투자 규제에서 벗어난 JW홀딩스의 역할이 맞물리며 그룹의 성장 전략도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10년 JW중외제약 실적 및 JW홀딩스 주요 연혁 도표. [자료=더밸류뉴스]
◆ 지주사 규제 벗어난 JW홀딩스…"투자회사 역할 본격화"
JW홀딩스 최근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JW홀딩스는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적용 제외' 통보를 받았다고 30일 공시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주회사 판단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 요건이 상향되면서 지주회사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지배구조 변화 없이 투자 규제만 사라졌다는 점이다. JW홀딩스는 앞으로도 JW중외제약(42.1%), JW생명과학(43.0%), JW신약(30.7%), JW메디칼(100%), JW생활건강(100%),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100%) 등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브랜드 로열티 수취와 경영지원 사업을 이어간다.
반면 지주회사 체제에서 적용받던 제한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지주회사법상 200% 이내 부채비율 유지 의무와 자회사 지분율 유지 의무가 사라졌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이나 초기 바이오벤처 직접 투자, 전략적 지분 투자 등을 추진할 때도 기존보다 훨씬 유연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바이오 산업은 기술 도입과 공동 연구, 적재적소의 전략적 투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번 규제 해소는 단순한 제도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픈이노베이션과 글로벌 기술 도입, 유망 바이오텍 투자 등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JW홀딩스 매출 비중. [자료=2025년 JW홀딩스 사업보고서]
특히 그룹 계열 벤처캐피털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의 운용 폭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지주회사 규제로 외부 출자자(LP) 모집과 펀드 운용에 일정한 제약이 있었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외부 자금 조달과 투자 집행의 유연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해외 바이오벤처 투자와 공동 연구, 기술 도입 등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사업회사인 JW중외제약이 창출하는 현금이 투자 기능을 담당하는 JW홀딩스와 결합하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 선순환 구조도 강화될 전망이다.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신약 개발과 전략적 투자로 연결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 수액이 만든 현금흐름…JW중외제약, 신약 개발의 든든한 '캐시카우'
JW중외제약 주요 제품 및 상품 매출액 비중. [자료=JW중외제약 2026년 1분기 보고서]
JW중외제약(대표 신영섭 함은경)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있다. 대표적인 캐시카우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바로 패밀리'와 3챔버 종합영양수액 '위너프'다. 지난해 별도 기준 리바로 패밀리는 1898억원(매출 비중 24.7%), 위너프 등 영양수액은 1400억원(18.3%)의 매출을 올리며 두 품목군이 전체 매출의 43%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
고령화와 중환자 영양치료 수요 확대에 힘입어 위너프는 국내 3챔버 종합영양수액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리바로 패밀리 역시 자체 원료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구축한 원가 경쟁력에 '리바로젯' 등 복합제 판매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수익성 개선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같은 현금창출력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JW중외제약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2021년 235.8%에서 지난해 63.9%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64억원으로 영업이익(945억원)을 웃돌았다. 회계상 이익보다 실제 유입된 현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 2023년 1431억원에 달하던 차입부채를 지난해 말 321억원 수준으로 줄였으며, 연결 기준 이자 지급액 역시 2023년 111억원에서 지난해 29억 원으로 약 74% 감소하며 금융비용 부담을 줄였다.
안정적인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신약 파이프라인도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후보물질은 통풍 치료제 '에파미뉴라드(URC102)'다. 지난 4월 23일 말레이시아에서 마지막 환자 투약(LPO)을 완료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글로벌 임상 3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회사는 올해 말 임상 결과보고서(CSR)를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용도 특허 등록으로 시장 독점 기간도 오는 2038년까지 연장하며 글로벌 사업화 기반을 강화했다.
신약 개발 효율성도 인공지능(AI)을 통해 높이고 있다. JW중외제약은 기존 합성 탐색 플랫폼 '주얼리'와 임상 데이터 플랫폼 '클로버'를 통합한 AI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구축했다. 약 500종의 세포주 유전체 정보와 4만여 개 화합물 데이터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 기간과 개발 비용을 줄이고 임상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실제 제이웨이브를 통해 발굴한 신규 경구용 대사질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은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과제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JW홀딩스의 투자 규제 해소와 JW중외제약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결합되며 그룹 차원의 투자 여력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 전문의약품 사업이 창출한 현금이 혁신 신약 개발로 이어지고, 여기에 지주회사의 투자 유연성까지 더해지면서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적 투자 확대가 가능한 성장 구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