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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디지털 입법, 속도보다 품질!"...국회입법조사처, 여야 의원 등 규제 개선 세미나

- 디지털 산업 매출 1261조…국회서 사전 검토 체계 도입 논의

- “규제 법안 평균 25.3점”…“시장 실패만큼 규제 실패 봐야”

- “자율규제·관리기반 규율·실증 환경 필요”…스타트업 해외 이전 우려도

  • 기사등록 2026-06-30 16: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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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승재 홍승환 기자]

디지털 산업 규제 입법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현장에서 이어졌다. 발제자들은 법안 발의 건수보다 사전 검토와 산업 현실 반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고, 토론자들은 자율규제와 실증 환경,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를 주문했다.


[현장] “디지털 입법, 속도보다 품질!\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산업을 위한 입법 품질 혁신: 입법 진단과 제도 개선 과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이정문·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산업을 위한 입법 품질 혁신: 입법 진단과 제도 개선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디지털 산업 관련 입법안을 점검하고, 입법 전 단계에서 규제 필요성과 비용·편익을 살펴보는 사전 정책 검토 체계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디지털 산업 총매출은 1261조원으로 국내 전체 산업 매출의 14.5%를 차지했다.


◆ 김민호 교수 “발의 자체도 기업엔 리스크”…규제 법안 평균 25.3점


[현장] “디지털 입법, 속도보다 품질!\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더밸류뉴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경제연구소 산하 디지털 산업 입법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2021년부터 국회에서 발의된 디지털 산업 관련 법안을 법적 차원, 산업 차원, 집행 차원으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위원회는 전문성, 독립성, 지속성을 핵심 가치로 운영되고 있다”며 “법안이 헌법 원칙에 부합하는지, 산업 현실과 기술 변화를 반영하는지, 부처 간 중복이나 충돌이 없는지 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평가한 법안은 2021년 180건, 2022년 150건, 2023년 154건, 2024년 108건, 2025년 273건이다. 평가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25.3점에 그쳤다. 김 교수는 “평가 대상 법안 중 실제 반영된 비율은 19.3%에 불과했다”며 “전체의 80% 정도는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기되는 법안도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고 봤다. 김 교수는 “수범자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될지 안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규제 리스크가 생긴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규제 법안부터 만들기보다, 산업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승민 교수 “법 많이 만든다고 성과 아냐”…규제 실증주의 제안


[현장] “디지털 입법, 속도보다 품질!\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더밸류뉴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입법의 양적 팽창을 문제로 짚었다. 이 교수는 “6월 4일 기준 우리나라 법률은 1712건이고 시행령은 약 1900건”이라며 “전체 법규명령은 5600건에 가깝고, 자치법규와 행정규칙까지 더하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범은 30만건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 발의 건수를 국회의원 성과로 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이 법을 많이 만든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안의 질이 중요하지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감정 해소용 입법, 여론 무마용 입법, 부처 간 관할 선점 경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부처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계열사처럼 행동한다”며 “새로운 산업이 나오면 진흥법이나 기본법을 앞세워 관할을 먼저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정밀한 시장 진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기 환자에게 개복수술을 하는 식의 규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규제 실증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실패 리스크만큼 규제 실패 리스크도 크다”며 “유럽 규제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한국 디지털 시장의 특수성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토론자들 “예측 가능성·실증 환경이 혁신 좌우”


종합토론에서는 규제 입법의 예측 가능성과 자율규제, 스타트업 실증 환경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좌장을 맡은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오늘 발표를 관통하는 단어는 입법 품질”이라며 “법률안이 많이 발의되거나 빠르게 통과되는 것보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디지털 입법, 속도보다 품질!\'디지털 산업을 위한 입법 품질 혁신 : 입법 진단과 제도 개선 과제' 세미나에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산업 규제 입법에 합목적성, 효율성, 체계정당성 원칙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영향 분석 없이 이루어진 입법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기업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디지털 산업에서는 규제 자체보다 규제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규제는 방임도, 무규제도 아니다”며 “정부 규제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디지털 산업 입법의 특수성으로 ‘근거 입법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산업 입법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에 대한 입법”이라며 “사실상 경험이나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집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입법하면 과잉 규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사실상 마련한 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처리하는 우회 입법 문제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김도승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논의 자체가 기업 의사결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가 생기면 예측 가능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지만, 규제 논의가 지나치게 선제적으로 진행될 때 생기는 비용도 크다”며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책임 있게 혁신을 유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관리 기반 규율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해외 이전 우려도 나왔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에게 규제는 단순한 행정 부담이 아니라 투자 유치, 실증, 사업화 속도, 한국에서 창업할 것인지 해외에서 창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조사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처음부터 미국에서 설립한 한국계 스타트업이 200개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스타트업은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실증이 가능한 환경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의원입법의 고유 기능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원입법은 사회적 문제를 신속하게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사전 검토는 의원입법을 제한하는 장치가 아니라 법안의 필요성과 규제 수단의 적절성을 따져보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ric978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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