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대표 브랜드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오너 3세 승계 작업도 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일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취임함과 동시에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며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전무가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계에서는 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가가 하락하거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시점을 노린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기업 가치가 정점에 달한 지금 승계를 단행했다. 증여세에 대한 부담보다 향후 지속될 견조한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삼양식품이 3세 경영 체제 아래 또 한 번의 질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불닭’ 글로벌 초과 수요로 1분기 실적 껑충... 2분기도 역대급 질주 예고
삼양식품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액 7144억원(+35%, 이하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 1771억원(+32.2%)으로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중국과 유럽 법인이 특히 많이 성장했다. 중국은 매출액 1853억원으로 40%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짝퉁 이슈가 발생하며 재고 유통 속도를 조절하느라 고전했으나 춘절 시즌에 판매량이 높아지며 실적이 성장했다. 유럽은 매출액 773억원으로 214% 증가했다. 기존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에서 성장이 이어지고 여기에 영국 법인 설립 효과와 핀란드 신규 진출이 맞물렸다.
이런 성장 모멘텀은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매출액 7532억원(+36.2%), 영업이익 1784억원(+48.6%)으로 예상된다. 북중미 월드컵과 코스트코 행사, 중국 짝퉁 이슈 완화에 따른 재고 정상화, 동남아 성수기, 유럽 커버리지 확대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다. 중국에서 불닭 공급 부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3월부터 대규모 출하가 진행되며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다.
◆ 지금이 가장 싸다... '사상 최고가'에 증여 진행한 삼양식품
삼양식품 지분률 비중. [자료=더밸류뉴스]
기업의 고성장과 함께 승계의 타이밍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은 지난 1일 회장 취임과 동시에 지분 증여를 발표했다.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전무에게 17만1500주, 장녀 전하영 씨에게 2만8500주를 다음달 6일 증여 예정이다. 전 전무의 지분율은 0.59%에서 2.87%, 전하영 씨는 0.05%에서 0.43%로 늘어나고 김 회장은 3.76%에서 1.11%로 하락한다.
많은 기업이 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가가 하락하거나 기업 가치가 낮을 때 지분을 증여한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현재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횡보하던 주가는 2024년 중순부터 오르더니 지난해 9월 11일 166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110만원대,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대로 증여 예정일까지 지금 주가 흐름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남매가 짊어져야 할 증여세 규모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세금 부담에도 삼양식품이 승계를 단행한 이유는 미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불닭볶음면'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안착한 데다 밀양 2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며 추가적인 실적 레벨업이 확실시되고 있다. 밀양 2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 연간 라면 생산능력은 기존 19억4000만개에서 26억3000만개로 늘어나 글로벌 초과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오너가 입장에서 기업 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증여하자고 판단한 셈이다.
또 역대급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유입되는 풍부한 현금 흐름과 향후 확대될 배당 재원을 활용하면 증여세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단순히 세금의 유불리를 따지며 타이밍을 재기보다 사업 전성기 때 후계자의 지분율을 끌어올려 지배구조를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선택으로 보인다.
◆ 삼양 3세 전병우, '포스트 불닭' 위한 '종합 웰니스' 도전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전무.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새로운 리더로 떠오른 전 전무는 1994년생으로 2019년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뒤 2020년 이사, 2023년 상무, 지난해 11월 전무를 역임했다. 최근 불닭볶음면 캐릭터 ‘호치’를 ‘페포’로 변경하는 것을 주도했다.
그의 첫 번째 경영 과제는 ‘포스트 불닭’의 발굴과 사업 다각화다. 현재 삼양식품 매출액은 불닭 브랜드에 치우쳐 있다. 올해 1분기 면스낵 부문 매출액은 654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7144억원)의 91.5%를 차지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전무는 마래 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낙점했다. 단순 식품회사를 넘어 소비자의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케어하는 ‘종합웰니스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앞서 2024년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현 펄스랩)’를 선보이며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다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다. 올해 1분기 뉴트리션 부문 매출액은 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0.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전 전무의 다각화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해 말 헬스케어 사업 부문을 ‘스핀들’ 본부로 개편하고 지난달 27일 대사균형조절 브랜드 ‘스핀들’을 선보였다. 첫 상품으로 ‘근력엔 아커만시아’를 판매하는 중이다. 아직 뉴트리션 부문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오너 3세의 주도 아래 관련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 시장 내에서 독자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