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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눈시울 붉힌 이유는...단종된 우지 라면 ‘삼양1963’으로 소환

- '우지 파동' 트라우마 정면돌파...신제품·자회사 전략으로 외형 확장 기대

- 폭락한 주가, 불닭 공급가 인상으로 반등... 내년 라면 수출 이익 성장 기대치 ↑

- 소스 제조기업 인수후 '삼양스파이스'로 사명 변경...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진

  • 기사등록 2025-11-11 13: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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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사람들에게 잠시 잊혀진 황금주 ‘삼양식품’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한 달간 이어진 반도체 호황과 미국 라면 관세 부과 우려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으나 관세에 대해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며 주주들의 관심을 다시 얻고 있다.


주가 반등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외형 확장도 진행하고 있다. 추억의 라면인 우지(소기름) 라면을 부활시키고 소스 전문회사 '삼양스파이스'를 출범시키며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삼양식품 가격 인상으로 주가 반등 조짐… ‘불닭신화’ 이어갈까


삼양식품이 미국 라면 관세 15% 부과에 대해 현지 불닭볶음면 공급가 9% 인상으로 대응하며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5일 기준 삼양식품의 종가는 133만9000원이다. 지난 9월 11일 166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지난달 30일 123만원으로 하락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으나 그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시장을 주도했고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에서 진행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2025 정상회의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라면 관세가 기존 10%에서 15%로 늘었다. 이로 인해 불닭볶음면에 대한 현지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삼양식품의 주가는 최고가대비 35.4% 감소했다.


삼양식품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불닭볶음면 공급가를 9% 인상했다. 월마트는 최종 소비자 가격을 14% 인상했다. 이는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액(8350억원)은 전체 라면 매출액(9849억원)의 84.8를 차지했다. 중국 수출은 지난해 연간 수출을 초과 달성했고 미국 수출도 작년 수출 규모를 상회했다. 동남아 수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하반기 유럽 수출은 거래선 정비 영향으로 상반기대비 둔화됐으나 해당 영향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에 정상 궤도로 돌아올 전망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눈시울 붉힌 이유는...단종된 우지 라면 ‘삼양1963’으로 소환삼양식품 매출액, 영업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매출액 5942억원, 영업이익 13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 35.4%, 50.7%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관세 부담과 글로벌 마케팅 비용 증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음달부터 라면 수출이 반등하고 월별 수출이 증가하며 내년 1분기에 이익 성장 모멘텀이 강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에 미국에서 코스트코를 중심으로 입점률이 증가하고 중국은 내년 춘절 물량 출고로 1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며 유럽도 거래선 정비 후 수출 물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삼양1963’으로 과거 아픔 딛고 또 한 번 도약… 맛으로 승부 보겠다


이번 주가 반등을 계기로 삼양식품은 장기적인 외형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첫번째로 62년 전 출시됐다가 36년 전 단종된 우지 라면을 재해석한 ‘삼양1963’을 지난 3일 출시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눈시울 붉힌 이유는...단종된 우지 라면 ‘삼양1963’으로 소환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1963' 출시 발표회에서 신제품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삼양1963’을 공개했다. 1961년 식용유를 만드는 '삼양제유'로 시작했던 삼양식품은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을 보고 국민들에게 든든한 한끼를 선물하기 위해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바로 소 기름인 우지로 면을 튀겨 만든 초대 ‘삼양라면’이다.


하지만 1989년 11월 3일 공업용 우지를 썼다는 일명 '우지 파동'이 벌어지며 해당 제품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삼양식품은 라면 100만 박스 이상을 폐기하고 직원이 1000명 이상 이직했다. 이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해당 기름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하고 1995년 고등법원도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삼양식품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10%대까지 하락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며 다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출의 70%를 불닭볶음면으로 벌어들이며 전 세계가 사랑하는 글로벌 라면회사가 됐다.


불닭볶음면도 어느덧 출시 10년차가 넘으며 삼양식품은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게 됐다. 그렇게 과거의 트라우마도 극복할 겸 우지 라면을 다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신제품 설명회에서 "돌아가신 창업주이자 시아버지가 평생 품고 있었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삼양1963은 편의점가 기준 19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일반 라면이 1000~1500원인 것을 보면 비싼 가격이다. 여기에 아직 우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번 도전을 하는 이유는 맛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라면을 제조할 때 면을 기름에 튀겨서 굳히는데 일반적으로는 팜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지로 튀기면 풍미가 훨씬 살아난다. 이번 신제품도 액상스프와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해 원재료의 풍미를 살리고 사골육수로 면에서 우러나온 우지의 풍미를 높였다.


불닭볶음면으로 성공적인 귀환을 누렸던 삼양식품이 삼양1963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삼양스파이스’ 출범, 소스 분야 전문화로 글로벌 복합식품기업 도약


두번째 외형확장은 소스 전문회사 '삼양스파이스'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소스를 개발한 삼양식품이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를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1일 삼양식품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인수한 소스 기업 지앤에프가 '삼양스파이스'로 사명을 바꾸고 삼양식품 임원 출신 엄기웅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성배 사내이사, 하현옥 기타비상무이사도 선임됐다.


지앤에프는 1989년 10월 설립된 회사로 '코인육수' 등 다양한 소스류를 생산하고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식품기업에 라면 수프를 공급해왔다. 지난 7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지분 100%를 약 600억원에 인수하기한 후 지난달 거래를 완료했다.


삼양식품 소스·조미소재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431억원(수출 259억원, 내수 1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8% 증가했다. 5년 전인 2019년(총 97억원, 수출 1억원, 내수 96억원) 대비로는 344.3% 늘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눈시울 붉힌 이유는...단종된 우지 라면 ‘삼양1963’으로 소환삼양식품 소스·조미소재 부문 매출액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삼양식품은 삼양스파이스를 통해 불닭소스를 직접 제조하고 장류, 조미소재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식품소재 업체 '에스앤디'로부터 불닭소스 원료를 공급받았다. 이미 불닭소스, 핵불닭소스, 까르보불닭소스, 불닭마요 4종을 운영하며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어 이번 자회사 설립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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