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본시장은 AI·반도체 과열론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성에 기대어 높은 멀티플을 부여받던 기술주들이 금리 상승 리스크에 노출되자, 자산 가치가 탄탄하고 이익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금융 및 보험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코스피 지수가 조정세를 거듭하는 하락장 속에서도 미래에셋생명보험(대표이사 김재식 황문규)은 8일 10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97% 상승한 1만8770원에 거래되며 강세를 보였다. 거래량은 95만4190주주를 기록했고, 거래대금은 184억3000만원에 육박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1만4700원이었던 주가와 비교하면 하락장 속에서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차별화된 흐름을 증명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이번달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I AI생성]
이러한 주가 움직임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와 맞물린 미래에셋생명만의 주주환원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사는 올해 초 보통주 9% 규모인 1600만 주 소각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한 보유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소각 전 보유했던 자사주 비중은 21.83%(3645만4130주)였으며, 지난 3월 13일 해당 보통주와 종류주 소각을 완료했다. 주식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규제 한계 우회와 자산관리형 사업 모델
미래에셋생명의 이 같은 주주환원 행보는 다른 생명·손해보험사들의 환경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 대다수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대규모로 적립해야 하는 감독 규제가 있어, 장부상 순이익이 증가하더라도 주주들에게 지급할 현금배당(DPS)을 즉각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1분기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 잔액이 1조2199억원에 달해 배당 제약 우려가 상존했다. 그러나 현금 배당 대신 기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자본 정책을 단행하며 주주환원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했다.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도 주요 배경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와 국내 시중 금리의 상승 전망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하는 보험사들에게 투자 이익 개선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 중 채권 비중이 총 68%에 달해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또 변액보험 및 퇴직연금 자산을 기반으로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자산관리형 'Fee-Biz'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왔다. 이에 1분기 예실차 변동성으로 보험손익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결 기준 2조4982억원의 투자서비스수익을 거두며 총 534억원의 당기순이익(전년동기대비 +115.4%)을 기록했다.
8일 10시 기준 미래에셋생명 주가. [자료=네이버증권]
◆ 전문가 분석과 향후 보험 업종 전망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향후 국내 보험 업종 전반의 자본 정책과 멀티플 산정 기준에 변화를 이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단순히 장부상 마진 규모에 그치지 않고, 감독 규제 하에서 주주가치를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자본 재배치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험사들의 향후 자본 정책 방향성에 대해 "과거처럼 보험사 주가가 단순히 ROE(자기자본이익률)나 배당수익률에만 앵커링되던 시대는 끝났다"며 "정부의 밸류업 기조 속에서 시장은 규제 완화라는 조건만 기다리며 보수적인 자본 정책 이면에 숨어있는 보험사들에게, 더 이상 멀티플 상향으로 보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래에셋생명이 배당 제한을 자사주 소각으로 정면 돌파해 가치를 증명한 것처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 부각 모멘텀이나 삼성화재·DB손보처럼 독보적인 자본 여력을 실제 자본 정책 변화로 연결하는 기업만이 멀티플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 전까지 환원 불확실성을 핑계로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보험사들은 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자본시장의 자금 흐름은 실적 안정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규제 제약을 우회하거나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자본 정책을 보여준 기업을 중심으로 선택적인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코스피 조정장 속에서 나타난 차별화 현상은 펀더멘털 지표와 자본 관리 역량에 따른 시장의 재평가 과정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