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코스피 목표지수를 '1만500포인트'로 높여 잡았다. 지난해 11월 코스피 7500포인트 가능성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파격 전망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6개월 만에 다시 상단을 40% 끌어올렸다.
달라진 핵심은 실적이다. 지난해 KB증권의 7500포인트 전망이 3저 호황과 밸류에이션 할인 해소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1만500포인트 전망은 AI 투자 확산에 따른 이익 추정치 급상향을 전면에 세웠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KB증권]
◆ 7500 전망 당시엔 ‘대세 상승장 진입’…지금은 ‘실적이 지수 추월’
KB증권은 지난해 11월 <코스피, 대세 상승장 쉼표> 보고서에서 2026년 코스피 타깃을 500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장기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근거는 1980년대 3저 호황과 유사한 시장 환경, 코스피 실적 사이클 회복, 글로벌 증시 대비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었다. 당시 KB증권은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을 401조원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이 코스피 7500을 전망한지 약 6개월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이번 <코스피 10,500: 천장은 열려 있다> 보고서에서는 전제가 달라졌다. KB증권은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를 919조원으로 제시했다. 6개월 전 제시했던 401조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도 2025년 91조원에서 2026년 630조원, 2027년 906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KB증권은 이번 목표지수 산정에 배당할인모델을 적용했다. 요구수익률 12.71%, 영구성장률 3.17%, 2036년까지 코스피 배당성향 40% 상승을 가정했다. 2026년과 2027년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259.42%, 40.41%로 반영했다.
◆ AI 메모리 사이클이 전망 바꿨다…반도체가 ‘부품’서 ‘전략 자산’으로
이번 전망 상향의 중심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다. KB증권은 AI 시장이 서버 AI를 넘어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로봇 밸류체인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 등을 단순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라 AI 인프라 성능을 좌우하는 희소 전략 자산으로 평가했다.
RISE AI전력인프라 1년 수익률. [이미지=더밸류뉴스]
최근 시황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코스피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 증시 전망치를 높이고 있으며, JP모건은 기본 시나리오 기준 9000, 강세 시나리오 기준 1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도 강세장 시나리오로 1만1600포인트를 제시했다.
수출 지표도 반도체 쏠림을 뒷받침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8% 증가한 85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AI 메모리 수요와 HBM 가격 상승 기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심의 이익 전망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코스피 시장은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배 증가한 919조원 추정으로 압도적인 실적 개선 전망에도 PER 7.9배, PBR 1.8배, ROE 25%로 아시아 신흥국 평균 대비 30% 이상 할인 거래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특히 한국은 반도체, 전력, 로봇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적화된 산업 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최근 지수 상승에도 코스피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라고 언급했다.
◆ 단기 과열 부담은 변수…그래도 KB證 “천장은 열려 있다”
다만 지수가 빠르게 오른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KB증권도 6월 전후 단기 조정을 예상하면서도 조정 폭은 지난 3월 수준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사이드카 발동이 잦아지는 등 시장 과열 신호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KB증권은 버블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봤다. 급등 자체가 붕괴의 원인은 아니며, 경기 사이클 붕괴나 금리 급등 같은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이 같은 신호가 단기 3~6개월 안에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전망은 단순히 목표지수 숫자를 높인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7500포인트 전망이 “한국 증시가 장기 강세장에 들어섰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면, 이번 1만500포인트 전망은 “AI 실적 장세가 기존 밸류에이션 잣대를 다시 쓸 수 있는가”로 초점이 이동했다.
KB증권은 주도주 확산보다 쏠림 지속에 무게를 뒀다. 반도체, 전력, 우주, 로봇 등 AI 관련주가 이미 급등했지만, 초강세장에서는 주도주 집중 현상이 반복됐다는 판단이다. 결국 코스피 1만500포인트 전망의 관건은 지수 레벨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이익 추정치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