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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승범 기자]

가치투자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투자 지식이 필요한지 걱정이 들 것이다. 경영학이나 회계를 전공하지 않았다면 주식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워렌 버핏은 월터 슐로스(Walter Schloss)라는 투자의 대가를 인용하며 해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워렌 버핏은 1950년대 중반 '그레이엄 뉴먼'에서 슐로스와 함께 일했다.


슐로스는 1955년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조합을 설립, 이후 50여 년간 비용을 공제하고 16퍼센트의 연평균 수익률을 거둔 인물이다. 비용을 공제하지 않은 투자조합의 연평균 수익률은 21퍼센트에 달한다. 슐로스는 대학을 다닌 적이 없고 정식으로 경영학을 공부해 본 적이 없으면서 이런 기록을 만들어 냈다. 슐로스는 1916년 뉴욕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18세에 돈을 벌기 위해 월스트리트에서 사무 보조원으로 일하면서 투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슐로스는 월스트리트의 매니저들이 투자 업무를 하는 것에 자극받아 벤저민 그레이엄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야간 강좌로 개설한 투자 강좌에 다니며 투자 지식을 쌓았다. 훗날 골드만삭스 회장이 된 거스 레비가 슐로스와 함께 그레이엄의 강좌를 수강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으로 4년간 참전해 돈을 모았고 다시 월스트리트로 돌아왔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그레이엄이 운영하는 그레이엄 뉴먼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슐로스는 이 회사에서 워렌 버핏과 함께 일했다.


1955년 그레이엄이 '그레이엄 뉴먼'의 문을 닫기 1년 전에 슐로스는 투자자 19명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모집해 투자조합을 만들고 투자에 나섰다. 그는 운용보수를 받지 않았으며 수익의 25퍼센트만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는 수익을 내지 않았는데도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는 것은 양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운용보수가 없다 보니 그는 연구원도 비서도 없이 혼자 골방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자금을 운용했다.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아끼고 아낀 것이다. 슐로스의 부인 안나는 "남편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저녁이면 방을 돌아다니며 불이 꺼졌는지를 확인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슐로스는 이후 50여 년간 비용을 공제하고 16퍼센트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은 10퍼센트였다. 투자조합의 전체 연평균 수익률은 21퍼센트였다. 이 기간에 그를 엄습한 17차례의 불황과 경기침체를 이겨내고 이룩한 기록이었다. 1960년에는 S&P500지수 상승률이 0.5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슐로스는 비용을 공제하고 7퍼센트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8년 11월 슐로스를 다룬 특집에서 "슐로스가 17번의 경기침체와 불황을 이겨내고 놀라운 수익을 거둔 이유는 오로지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고르는 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신문은 "슐로스는 지금도 컴퓨터를 가져 본 적이 없으며 우편으로 배달되는 기업 정보를 직접 뒤지면서 주식을 고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슐로스는 2003년에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 업무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자신의 돈만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억만장자이다. 올해 나이 93세지만 아직도 주식을 고르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슐로스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손실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는 매우 성실하며 자신에 대한 현실적인 상(象)을 가지고 있다. 돈은 그에게 현실이며 주식 또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안전마진 원칙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슐로스는 워렌 버핏과 달리 수백 종의 주식으로 이루어진 분산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슐로스가 자산가치에 근거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슐로스는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뒤져 주식이 장부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면 투자의 근거로 삼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자산가치는 평가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면 보유 주식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워렌 버핏이 수익가치에 근거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소수의 종목을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과 대별된다. 그러나 슐로스이건 워렌 버핏이건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월터는 극도의 분산투자를 하고 있으며 100종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된 주식들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하는 전부이다. 


그는 주식을 살 때, 그날이 월요일인지 혹은 1월인지, 선거가 있는 해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1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업을 40센트에 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이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다양한 주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업의 본질에 대한 관심도 더 적은 것 같다. 내가 월터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같다. 이것이 그의 강점 중 하나이다. 아무도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현명한 투자자의 현명한 투자법을 받아들여라. 주식 투자에서 모른다는 것은 나쁜 것이다. 그런데 더 나쁜 것은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주식을 평가할 수 있는 투자 지식을 습득하고,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안전마진을 고려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다. 


ksb@buffet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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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30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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