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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기 칼럼] 제약업계 ‘독버섯’ 불법 리베이트, 잊혀질만하면 또 ...

- 수백만에서 수십억 오가기도...교묘한 방식으로 법망 회피

- 상품권・골프채・명품 등 고가 선물... 해외여행 등 향응 제공

- 투명하고 윤리적인 의료 환경 조성...지혜・슬기 한데 모아야

  • 기사등록 2025-09-08 07: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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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강성기 산업부장 부국장]

제약업계 ‘독버섯’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될 수 없는 것일까. 지난달 제약업계는 중견 제약사 회장과 대학병원 및 대형 종합병원 이사장이 연루된 불법 리베이트 파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잊혀질만하면 터지는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검은 거래'라는 오명을 안고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약의 품질과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의료 시스템에서, 의사에게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고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이 관행은 의료 윤리를 훼손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강성기 칼럼] 제약업계 ‘독버섯’ 불법 리베이트, 잊혀질만하면 또 ...일부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와의 사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급 식당에서 향응을 베풀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정부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수수한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죄를 시행하고, 리베이트 적발 시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를 퇴출하는 투아웃제를 도입했다. 또한, 제약사가 의료인에게 제공한 모든 경제적 이익을 의무적으로 기록하는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지출보고서) 제도를 통해 투명성 확보를 꾀했지만 끈질긴 리베이트의 유혹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검은 거래의 실체...수십억원 까지 거액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국내 제약 시장은 수많은 제약사와 복제약(제네릭)이 난립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약들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의사에게 제공되는 리베이트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영업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의약품 영업의 특수성'도 한몫하다. 제약사의 영업사원들은 병원과 의원을 직접 방문하며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처방을 독려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영업사원 간의 비공식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쉽고, 이러한 관계를 이용해 각종 편의와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는 행위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불어, '제도적 허점'도 리베이트 발생을 부추긴다. 과거에는 의약품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흡했고, 처벌 또한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리베이트 쌍벌죄'와 같은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묘한 방식으로 법망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는 그 특성상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렵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와 내부 고발 등을 통해 드러난 사례들을 보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리베이트가 오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단순히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약사 차원의 조직적인 범죄 행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금부터 고가 선물까지…점점 더 교묘해지는 리베이트 수법


리베이트가 오가는 과정은 매우 은밀하고 교묘하다. 과거에는 현금을 직접 건네는 방식이 흔했지만,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베이트 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단순히 돈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다양한 편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강성기 칼럼] 제약업계 ‘독버섯’ 불법 리베이트, 잊혀질만하면 또 ...일부 제약회사들이 의약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의료계에 적게는 수백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실제로 진행되지 않는 학술대회를 열거나, 형식적인 자문 활동에 대해 고액의 강연료나 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정당한 보상처럼 보여 법적 처벌을 피하려는 의도이다. 


의사에게 상품권, 골프채, 명품 등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거나, 골프 접대, 해외여행, 고급 식사 등 향응을 베푸는 것도 주요 수법 중 하나이다. 이는 의사와의 사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처방으로 이어지게 하는 '정성' 영업의 일환이다. 


의사 가족의 취업을 알선하거나 차량을 제공하는 등 직접적인 금전 외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도 동원된다. 이는 단순한 리베이트를 넘어선 관계 형성으로 은밀하게 진행된다. 심지어 병원의 전산 시스템에 접근하여 의약품 처방량에 비례하여 리베이트를 계산하고 지급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수법들은 제약업계의 과도한 경쟁 구도와 의약품 영업의 특수성, 그리고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결국 이러한 불법 거래는 의사의 처방권을 왜곡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약을 처방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끈질긴 악습,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를 끊어내려면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성기 칼럼] 제약업계 ‘독버섯’ 불법 리베이트, 잊혀질만하면 또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가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첫째, '투명성 강화'가 시급하다. 현재 시행 중인 지출보고서 제도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단순히 금액만 기록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 제공의 목적과 세부 내역을 보다 상세하고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보고서 내용을 불시에 점검하거나 의약품 처방 데이터와 교차 분석하는 등 엄격한 관리 감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의료진의 윤리 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의료인이라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업윤리가 필수적이다. 리베이트는 이러한 윤리 의식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리베이트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윤리 강령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에 대한 강력한 시장 퇴출 조치를 시행하고, 의약품 유통 구조를 개선하여 리베이트가 발생할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감시와 관심'이 필요하다. 불법 리베이트는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불법 행위가 의심될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넘어,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 끈질긴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제약사와 의료계의 자율적인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감시가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할 때다.


skk815@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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