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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오픈AI코리아 공식 출범...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

-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오픈AI 초대 지사장..오픈AI 한국 법인 출범과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국면

- 챗GPT 유료 구독자 세계 2위 한국...AI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목표

  • 기사등록 2025-09-15 07: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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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글로벌 AI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픈AI코리아 공식 출범에 이어 11일 서울대 MOU 체결, 12일 파운더스 데이 개최, 그리고 같은 날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의 오픈AI코리아 초대 지사장 내정 소식까지 연이어 전해지며 한국 AI 시장을 둘러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픈AI만이 아니다. 앞서 앤트로픽과 코히어가 7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고, 구글은 8월 아태 최초로 한국에서 '제미나이 API 스프린트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등 글로벌 AI 기업들의 한국 진출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이슨 권 오픈AI CSO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AI 풀스택 국가"라고 표현했다.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풍부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미국 다음으로 챗GPT 유료 구독자가 많고, 주간 활성 사용자가 1년간 4.5배 증가한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진출 러시가 한국 AI 산업에게 기회인지, 아니면 새로운 종속의 시작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연 칼럼]오픈AI코리아 공식 출범...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픈AI코리아의 공식 출범을 알리고 있다. [사진=오픈AI 코리아]

◆오픈AI 한국 진출의 속도전...스타게이트 코리아까지 내다본 장기 포석


사실 오픈AI의 한국 진출은 계속 진행돼 왔다. 지난 5월 '오픈AI코리아 유한회사' 설립 등기를 완료한 후, 10일 공식 출범을 발표하며 아시아 3번째, 전 세계 12번째 지사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현재 서울 광진구에 임시 사무소를 운영하며, 향후 수개월 내 본격적인 서울 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이다.


오픈AI의 한국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오픈AI 포 컨트리즈(OpenAI for Countries)' 이니셔티브다. 이는 단순한 시장 진출을 넘어 각국 정부와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미국 내 인프라뿐 아니라 여러 국가들과 협력해 컴퓨팅 시설, 100조원 규모의 국가 AI 데이터센터 건설, AI 역량(sovereign AI capacity) 증강을 목적으로 한다. 


인력 채용과 파트너십 구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지사의 40명, 싱가포르 지사의 20명 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 사무소도 유사한 규모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크래프톤, 한국산업은행, SK텔레콤과의 기존 협력 관계를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분야 협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10일 제이슨 권 CSO는 "한국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강국이 될 잠재력이 있다"며 "모든 것을 단독으로 하기보다 잘하는 분야의 강점을 살려 다른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한국의 성공 모델"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대와 맺은 MOU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유홍림 총장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10일 서울 출범과 11일 서울대 MOU, 12일 파운더스 데이에 이어 오는 11월 '데브데이 익스체인지'등 올해만 3차례 개발자 행사를 통해 AP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일정들은 단순한 비즈니스 확장이 아닌 한국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장기적 투자 의지를 보여준다.

[박수연 칼럼]오픈AI코리아 공식 출범...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한국의 생성형 AI앱 시장 점유율(2025년 5월) [자료=와이즈리테일]

◆한국 시장의 독특한 매력...AI 풀스택 생태계와 높은 기술 수용성


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완결된 AI 생태계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SK하이닉스의 HBM,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 기술,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통신 인프라까지 AI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의 독특한 조합이다. 제조업 강국의 인프라와 높은 디지털 수용도,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 AI 정책이 결합된 환경이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 환경의 성숙도도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며, AI 도입에 대한 의지와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은 빠른 혁신 수용과 실험 정신이 겸비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성숙한 기술 시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코히어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에 처음으로 사무소를 설립"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앤트로픽, 코히어 등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올해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오픈AI코리아 초대 지사장으로 내정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 4일 "AI는 한국 고유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한층 증폭시켜 사회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열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한국은 AI 기업들에게 기술력과 시장성을 동시에 검증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국내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달 '제미나이 API 스프린트'에 국내 스타트업 40여 곳을 참여시키고, 전국 27개 대학 100명을 '제미나이 대학생 앰배서더'로 임명했다. 심지어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와 캠페인까지 진행하며 대중 인지도 제고에 나선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같은 고품질 시장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시장조사업체 IMARC그룹는 한국 AI 시장이 2033년 300억 달러(약 42조원) 규모, 연평균 26.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한국은 '성장 가능성'보다 같이 가야할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박수연 칼럼]오픈AI코리아 공식 출범...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한국 인공지능 시장 전망(2024~2033년) [자료=IMARC]

◆한국 AI 생태계의 딜레마 극복 과제...글로벌 협력과 기술 자립 필요성↑


그런 점에서 한국 AI 생태계는 지금 결정적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로, 카카오는 오픈AI 제휴로, SK텔레콤은 글로벌 AI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핵심 딜레마는 하나다. 글로벌 빅테크의 하청업체로 살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것인가.


현실은 녹록치 않다. CB인사이트 '세계 100대 AI 기업'에 한국 기업 4곳이 포함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업스테이지, 뤼튼테크놀로지스 등 유망 스타트업 대부분이 여전히 해외 기반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 주권은 커녕 핵심 기술 통제권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생성형 AI 분야의 기반 모델 개발과 운영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그런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최형두 의원이 강조한 "피지컬 AI 육성을 위한 1조원 투자"는 한국이 LLM 경쟁에서는 뒤처졌지만 로봇·제조 결합 AI에서는 선도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AI를 다양하게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업계 전체가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패러다임은 범용에서 특화로 전환되고 있다. 이 변곡점에서 한국은 제조업 강국의 하드웨어 역량과 높은 AI 수용도를 무기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 문제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AI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 것이다. 현 정부의 AI 민관 100조원 공동투자 계획이 정책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계속되는 관련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모색하고 한국 AI 생태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한국은 글로벌 AI 지형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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