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형주 중심 장세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을 겨냥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시장 쏠림을 경계하는 기조를 보이면서 코스닥 액티브 ETF가 하반기 자금 유입 통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코스닥 ETF 봇물…액티브·압축형·방어형까지 세분화
최근 출시된 코스닥 ETF의 특징은 단순 지수 추종보다 전략형 상품이 많다는 점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코스닥지수를 비교지수로 삼되, 종목 선별을 통해 초과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 ETF를 내놨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 CI. [이미지=삼성액티브자산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
삼성액티브 'KoAct 코스닥액티브 ETF'는 투자설명서에서 코스닥지수를 비교지수로 두고,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해 비교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타임폴리오 'TIME 코스닥액티브 ETF'도 코스닥지수를 비교지수로 삼고,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코스닥시장 상장주식에 투자한다. 타임폴리오는 비교지수 성과를 추종하는 포트폴리오와 자사 주식 운용역량이 반영된 포트폴리오를 혼합해 운용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마이다스자산운용 CI. [이미지=미래에셋자산운용·마이다스자산운용]
마이다스 'MIDAS 코스닥액티브 ETF'는 액티브 포트폴리오와 AI 퀀트 포트폴리오를 함께 활용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투자설명서에는 글로벌 트렌드와 업종동향 분석, 중소형 강소기업 발굴 등을 통해 코스닥 내 성장주를 선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래에셋 'TIGER 코스닥액티브 ETF'는 주도주 전략, 알파 전략, 변동성 헤지 전략을 각각 50%, 30%, 20% 비중으로 활용하되 시장 국면에 따라 비중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코스닥150을 기반으로 한 액티브 ETF도 있다. 한화 'PLUS 코스닥150액티브 ETF'는 코스닥150지수를 비교지수로 두고 지수 구성종목 중심 포트폴리오와 리서치 역량으로 발굴한 액티브 포트폴리오를 병행한다. 투자설명서에는 코스닥150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성장산업 전반에 분산 투자하고, 시장 상황과 가격 변동에 따라 산업별 투자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설명이 담겼다.
한화자산운용·하나자산운용 CI. [이미지=한화자산운용·하나자산운용]
채권혼합형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 ETF'는 코스닥150 구성종목에 50% 미만을 투자하고, 약 50%는 단기 국공채 등 채권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다. 코스닥 반등에 참여하되 변동성을 낮추려는 투자 수요를 겨냥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
◆ '국민성장펀드' 기대감…성장주 재평가 동력 될까
운용사들이 코스닥 ETF를 잇따라 내놓는 배경에는 하반기 정책 기대감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 AI, 바이오, 방산, 로봇, 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밸류체인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형 정책금융 프로그램이다. 이들 산업은 코스닥 내 주요 성장 업종과 상당 부분 겹친다.
증권가에서도 국민성장펀드가 코스닥 투자심리 회복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국민성장펀드가 코스닥 성장주와 첨단산업 밸류체인에 우호적인 정책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비상장기업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 등으로 신규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AI 소프트웨어 등 소외 성장주의 투자심리 회복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 33에 위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 전경.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도 코스닥의 성장산업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정원택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장은 “코스닥 시장은 반도체 소부장, 바이오, 방산, 로봇 등 한국의 핵심 성장 산업이 집약된 시장”이라며 “정부의 코스닥 육성 의지와 AI·신산업 시대가 맞물려 성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 ETF는 코스닥 시장의 성장 기회에 보다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ETF가 주목받는 것은 코스닥이 이미 강해서라기보다, 최근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 랠리 이후 정책자금과 순환매가 중소형 성장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코스닥 ETF 출시 경쟁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최근 재정당국은 금융시장 내 ‘쏠림’ 자체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의 직접 맥락은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변동성 점검이지만, 정부가 과도한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를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대형주 중심 장세 이후 코스닥 등 소외 영역으로 관심이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다.
◆ 정책 기대만으론 부족…액티브 ETF ‘선별력’ 입증해야
다만 코스닥 ETF가 성공하려면 정책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보다 변동성이 크고 업종별 성과 차이가 크다. 특히 액티브 ETF는 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목표로 하는 상품인 만큼 운용사의 종목 선별 능력이 성과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상장 초기 코스닥 액티브 ETF 성과에서도 이 같은 위험은 드러났다. 코스닥 대형 바이오주였던 삼천당제약 주가가 급락하자, 해당 종목을 담은 코스닥·바이오 액티브 ETF들의 성과가 엇갈렸다. 당시 'TIME 코스닥액티브'는 삼천당제약을 7.9% 담고 있어 'KoAct 코스닥액티브', 'PLUS 코스닥150액티브'보다 노출도가 높았고, 이 때문에 2거래일 수익률 성과가 경쟁 상품보다 부진했다.
결론적으로 코스닥 액티브 ETF의 성과는 국민성장펀드와 정부 정책이 실제 코스닥 성장주 수급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운용사들이 그 안에서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종목을 선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대신증권은 국민성장펀드가 제약·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AI 소프트웨어 등 소외 성장주의 투자심리 회복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코스닥을 반도체 소부장, 바이오, 방산, 로봇 등 핵심 성장산업이 집약된 시장으로 평가했다.
정책자금 기대와 운용사 선별 전략이 맞물릴 경우, 최근 코스닥 ETF 출시 경쟁은 하반기 자금 유입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