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소각 계획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장중 12% 넘게 급등했다.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과 반도체주 매도세로 전날 9%대 급락했던 주가가 하루 만에 강하게 반등하면서 대규모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CI. [이미지=SK하이닉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4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2.60% 오른 16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9%대 급락한 뒤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로 반등했다.
SK하이닉스 10분 단위 주가 차트. [이미지=네이버금융]
◆ 40조43억 투입해 장내매수…취득분 전량 소각
급락 이후 분위기를 바꾼 재료로는 전날 장 마감 뒤 공개된 대규모 자기주식 취득·소각 계획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407만주를 40조43억4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목적은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취득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1월19일까지다. SK증권을 통해 장내에서 직접 매수하며 1일 매수 주문 수량 한도는 240만7000주다. 취득 예정 주식 2407만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3.3%다.
다만 2407만주는 이사회 결의 전날인 지난 18일 종가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40조43억4000만원을 적용해 산출한 예정 수량이다. 실제 취득 주식 수는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사는 자기주식 취득을 완료한 뒤 이번에 취득한 주식을 일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방식이어서 발행주식 총수는 감소하지만 자본금은 줄어들지 않는다. 회사는 최근 주가가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효율적인 자본 재배치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번 취득·소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공식 발표를 통해 자사주 취득 후 전량 소각과 주주환원 확대 방침을 밝혔다.
◆ 전날 2조 넘게 던진 외국인·기관…주주환원책에 투자심리 반전
이번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는 전날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지난 19일 코스피는 6471포인트로 5.80% 하락했고 장중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KB증권은 글로벌 장기금리 급등으로 기술주의 할인율 부담이 커지고 단기간 급등했던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금리 부담 등 매크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수급 부담도 컸다. KB증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조242억원, 기관은 1조7926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으로 1조8176억원이 빠져나갔고 기관도 471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SK하이닉스 순매도 규모를 합치면 약 2조2894억원이다.
특히 SK하이닉스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집중됐다. KB증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조242억원, 기관은 1조7926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으로 1조8176억원이 빠져나갔고 기관도 471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SK하이닉스 순매도 규모를 합치면 약 2조2894억원이다.
외국인 순매도 1위, 기관 순매도 2위에 이름을 올렸던 SK하이닉스가 장 마감 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다음 거래일 장중 12% 넘게 반등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도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대규모 주주환원 조치로 평가됐다. 로이터는 회사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소각하고 2025~2027년 발생하는 FCF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FCF 50% 이상 환원…40조원 이후 추가 카드도 남았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주주환원 방침도 확대했다. 정책 기간인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발생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고 기존 고정배당과 특별배당 등을 포함한 배당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 향후 현금흐름과 시장 상황, 배당가능이익 등을 고려해 정책 기간 내 자사주 취득·소각을 지속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추가 환원 규모와 방식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안내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시장 예상보다 강한 주주환원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40조원 자사주 취득은 주주 입장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며 “20~3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예상했는데 이를 상회하는 규모가 발표됐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당초 올해 연내 40조~60조원의 주주환원 규모를 예상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 규모를 20조~30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발표된 취득 예정금액은 40조원에 달했다. 김 연구원은 추가적인 환원 정책도 공유될 예정인 만큼 당초 예상했던 주주환원 규모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40조원이 일회성 환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회사가 기존 2025~2027년 누적 FCF의 50% 환원 정책을 '50% 이상'으로 변경했으며 향후 주주환원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크게 가져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대규모 매도세에 9%대 급락했던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 발표 직후 두 자릿수 반등에 나선 만큼 시장의 관심은 향후 주주환원 규모로 옮겨갈 전망이다. 회사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배당과 추가 자사주 취득·소각을 포함해 어떤 후속 환원책을 내놓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