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9년여에 걸친 재산분할 분쟁이 종착역에 다가섰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의 재상고 기한이 14일 자정 끝난다.
양측이 법정 다툼을 이어가지 않으면 국내 재산분할 소송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판결이 확정된다. 특히 최 회장이 지급을 미룰 경우 하루 약 1억3000만원의 지연손해금이 붙는 만큼 재상고 여부뿐 아니라 향후 현금 마련 방식에도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자정까지 재상고 없으면 15일 0시 판결 확정…하루 이자만 1억3000만원씩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1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가운데 한쪽이라도 이날 자정까지 재상고장을 제출하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반대로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거나 상고포기서를 내면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은 15일 0시를 기해 확정된다.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미 확정된 위자료 20억원과 별개의 금액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재산분할금은 즉시 지급 대상이 된다. 최 회장이 이를 모두 지급하지 않을 경우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완납일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 944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약 472억원, 하루 약 1억2930만원에 해당한다.
재계에서는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산분할금은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유 현금 활용과 금융권 차입, 배당 확대 또는 일부 자산 유동화 등이 가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은 판결 확정 여부와 최 회장 측의 대응 방향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 다시 9440억원…SK주식 분할 대상 유지
SK그룹 [이미지=SK그룹]두 사람의 법적 분쟁은 최 회장이 2015년 언론을 통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한 이후 본격화됐다. 최 회장이 신청한 이혼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2018년 정식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노 관장도 2019년 맞소송을 내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둘러싼 공방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항소심은 위자료를 20억원으로 높이고 재산분할액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부부가 혼인 기간 함께 형성한 재산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판단 가운데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했다. 노 관장 측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불법성이 있는 자금이므로 재산분할 과정에서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유지해 그대로 확정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파기환송심은 문제의 300억원을 노 관장의 기여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 자체는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체 재산 가운데 노 관장의 몫을 3분의 1로 산정해 최종 분할액을 9440억원으로 결정했다.
결국 이번 재상고 여부는 단순히 분할금 규모를 둘러싼 다툼을 넘어 SK주식의 재산분할 대상성, 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 최 회장의 현금 지급 부담을 다시 대법원에서 판단받을지를 결정하는 선택이 된다. 양측이 재상고를 포기하면 2017년 이혼 조정 신청 이후 9년여간 계속된 법정 공방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