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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점은 줄고 책임은 늘고'…은행대리업, 공공성과 현실성의 간극

- "창구는 생겼는데 책임은 누구 몫?"...은행대리업, 설계부터 꼬였다

- '금융이 사라진다'...비대면 전환 속 남겨진 사람들

- 우체국 공간, 은행 순환 파견...영국은 책임도 함께 내놨다

  • 기사등록 2026-02-19 10: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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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승재 기자]

디지털 금융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의 그늘은 더 짙어지고 있다. 은행은 경영 효율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점 폐쇄'를 택하는 추세다. 하지만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에게 지점 폐쇄는 '금융 단절'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은행대리업'을 시범 도입하며 포용 금융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실무는 우체국이 맡고 책임은 은행이 떠안는 구조여서 갈등의 불씨를 내포하고 있다.


◆ '대리점은 우체국, 책임은 은행'…은행대리업 구조의 불균형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부터 시범 도입하는 '은행대리업'은 은행 지점이 없는 지역 주민들이 우체국이나 일부 저축은행 창구에서 은행의 예금·대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당장은 전국 20여 개 우체국에서 4대 시중은행 업무의 일부를 대행한다.


[기자의 눈] \ 지점은 줄고 책임은 늘고\ …은행대리업, 공공성과 현실성의 간극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2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한 '은행 업무 위탁을 통한 은행대리업 서비스' 및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 [자료=금융위원회 한컷뉴스 캡쳐]

하지만 구조를 살펴보면 묘한 구석이 있다. 업무는 우체국 직원이 처리하고, 사고가 나면 은행이 책임진다. 실제로 규제에 따라 진행되는 시범사업의 조건 중 하나는 '고객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전적으로 은행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사고 대응 역량과 통제 권한이 없는 곳에 실무를 맡기고, 모든 책임은 은행이 맡게 하는 구조다.


게다가 정부는 지점 폐쇄 자체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비(非)도심 지역에서 은행 점포를 줄일 경우,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 감점을 부여하고, 이 결과를 지자체 금고 선정 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입장에선 인건비·임대료를 감당하며 수익성 낮은 점포를 유지해야 하고, 폐쇄를 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 정책은 책임의 무게가 은행 쪽으로만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공공성을 지닌 사업자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현실과 구조적 변화까지 외면한 채 은행만 규제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 "1시간 정도 전동스쿠터 타고 은행 가요"…지방이 겪는 디지털 격차의 현실


며칠 전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 다녀왔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답게,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지점 없이 모바일로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모델을 강조했다.


시중은행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점포를 줄이고 IT 시스템에 투자하며, 이른바 '선진 금융'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면 거래는 예외가 되고, 비용 효율과 판매관리비 절감이 절대 가치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기자의 눈] \ 지점은 줄고 책임은 늘고\ …은행대리업, 공공성과 현실성의 간극전국 은행 점포 수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이런 흐름은 인터넷은행만의 전략이 아니다. 지난 5년간 전국 은행 지점 수는 900개 넘게 줄었다. 서울·광역시는 대체 수단이라도 있지만, 고령 인구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선 '은행이 사라진다'는 건 곧 '금융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기자의 눈] \ 지점은 줄고 책임은 늘고\ …은행대리업, 공공성과 현실성의 간극[이미지=더밸류뉴스 I AI 생성]

기자는 최근 경남 고성에 사는 70대 고령 고객과 통화하며 이 문제를 실감했다. "5km쯤 떨어진 은행에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마을버스도 안 다니는 길인데, 비라도 오면 아예 나가질 못한다"는 말이었다. "시골은 원래부터 농협 하나 있는 게 전부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융 접근이 원래도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지금은 그나마 있던 창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은행 없는 지역에 은행 기능을 보완한다'는 은행대리업의 취지는 분명히 의미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과연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운영과 책임 구조는 타당하게 설계됐는지는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해외에선 책임과 실무를 나누는 '균형 설계'로 접근했다


해외에서도 은행 점포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영국은 지역 내 현금 서비스 공백을 막기 위해 '뱅킹허브(Banking Hub)' 모델을 도입했다. 우체국 공간에 복수 은행이 공동 입점하는 방식으로, 요일별로 각 은행 직원이 직접 현장을 순회하며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기자의 눈] \ 지점은 줄고 책임은 늘고\ …은행대리업, 공공성과 현실성의 간극영국이 지역 내 현금 서비스 공백을 막기 위해 도입한 '뱅킹허브'. [사진=POSTOFFICE(UK)]

공간 운영은 우체국이 맡고, 상담과 책임은 은행이 지는 구조다. 각 은행이 번갈아 고객과 직접 마주하기에 민원 대응이나 실수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신뢰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점 운영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대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만을 따져 지역에서 철수한 은행들이, 최소 인력 파견으로도 공공성 회복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의 은행대리업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은행 단독 부담 구조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제도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영 주체, 책임 주체, 정책 설계자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나누는 '균형 설계'가 필요하다.


포용 금융은 혼자 짊어질 수 있는 짐이 아니다. 협업과 분담의 구조 없이 공공성만 앞세우는 제도는 오래가기 어렵다.


[기자의 눈] \ 지점은 줄고 책임은 늘고\ …은행대리업, 공공성과 현실성의 간극윤승재 더밸류뉴스 기자. [사진=더밸류뉴스 I AI생성]


eric978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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