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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전기차 100만대 시대, 20% 늘어난 보조금이 주목받는 이유

- 글로벌 전기차 보조금은 축소 국면…한국은 유일하게 확대 기조 유지

-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논란, 국적보다 제도 설계의 결과가 쟁점

- 보조금 9360억원 체제, 전기차 전환 비용 성격 갈리는 시점

  • 기사등록 2026-01-26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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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전기차 보조금은 한때 ‘시간을 사는 정책’이었다. 충전 인프라도, 배터리 기술도, 소비자의 신뢰도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보조금은 미래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기술이 성숙하고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시장이 버텨낼 수 있도록 돕는 임시 장치였다. 그래서 보조금은 언제나 ‘초기 확산기’라는 단서를 달고 있었다. 영원한 제도라기보다, 언젠가는 접혀야 할 정책이라는 점이 전제였다.

[박수연 칼럼] 전기차 100만대 시대, 20% 늘어난 보조금이 주목받는 이유전기차 100만대 시대, 한국의 구매 보조금 총예산은 전년대비 20% 확대됐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현재 그 전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1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22만대가 팔렸고, 전기차는 전체 신차 시장의 13%를 차지했다. 더 이상 낯선 기술도, 소수의 선택지도 아니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는 이 숫자를 정책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 독일, 중국은 보조금을 종료했고 미국은 지원 범위를 좁히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한국의 선택은 다르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총예산을 9360억 원으로 늘렸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규모다. 보급 속도가 충분히 붙은 시점, 주요국들이 출구를 모색하는 국면에서 나온 ‘확대’ 결정이다. 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전기차 전환을 어디까지 왔다고 판단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정책적 메시지에 가깝다.


전기차 100만대는 상징적인 숫자다. 실험 단계를 벗어났다는 신호이자, 정책의 성격이 바뀌어야 할 분기점이다. 이 시점에 보조금 확대 결정은 몇 가지 의문을 던진다. 지금의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성장기인가, 아니면 보조금에 기대어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는가. 보조금 확대는 단순한 지원 규모가 아니라, 한국의 전기차 전환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다.

◆ 전기차 보급 속도 가속…정책은 ‘초기 확산기’ 프레임 유지


대부분의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구매 보조금이 종료되거나 축소됐다. 영국과 독일은 2023년 구매 보조금을 폐지했고, 중국 역시 2023년부터 구매 보조금을 종료했다. 미국은 구매 보조금 대신 세액공제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나, 원산지와 배터리 요건 강화로 실질적인 지원 범위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구매 보조금 총예산을 확대했다.

[박수연 칼럼] 전기차 100만대 시대, 20% 늘어난 보조금이 주목받는 이유[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2025), IEA Global EV Outlook 2024, 각국 정부 발표]

구매 보조금 외의 정책 수단에서도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종료했지만, 전기차 취득세 전액 면제를 50% 감면으로 전환하며 세제 지원을 완만하게 축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 역시 세액공제를 중심으로 한 지원 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연방 차원의 충전 인프라 지원은 전면 확대 국면에서 선택적·조정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주요국 전기차 정책이 직접적인 구매 지원에서 세제, 규제,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가 보조금을 접을 수 있었던 배경은 서로 다르다. 유럽은 탄소배출 규제를 통해 제조사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다. 평균 배출량을 맞추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하고, 이를 피하려면 판매 차량의 상당 비중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중국은 이미 저가 생산 체계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역시 대규모 내수와 정책 일관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은 이들과 출발 조건이 다르다. 내수 시장은 제한적이고, 유럽식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 중국과 같은 규모의 생산 체계를 전제로 삼기도 어렵다. 이런 조건 속에서 보조금은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전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완충 장치로 기능해왔다.

문제는 그 완충 장치가 언제까지 필요하냐는 점이다. 전기차 침투율이 13%를 넘어선 지금도 동일한 정책 수단이 유효한가, 아니면 정책의 성격을 바꿀 시점에 접어든 것은 아닌가. 보조금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수연 칼럼] 전기차 100만대 시대, 20% 늘어난 보조금이 주목받는 이유[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결국 한국의 선택은 ‘역행’과 ‘전략’ 사이 어딘가에 있다. 지금의 보조금 확대는 글로벌 흐름을 거스르는 예외일 수도 있고, 조건이 다른 시장에서 선택한 별도의 경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일시적 조정인지, 구조적 고착의 시작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 기술 기준 중심 보조금 설계…가격 경쟁 구조 왜곡


보조금 논란 중심에는 중국산 전기차가 있다. 오는 2월 출시 예정인 BYD 돌핀은 국고 보조금 109만원을 받는 반면, 국산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490만원을 받는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 평가에 따른 결과지만, 격차는 4배 이상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박수연 칼럼] 전기차 100만대 시대, 20% 늘어난 보조금이 주목받는 이유[자료=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각 제조사 공시가격(2025.1월 기준)]

더 논쟁적인 지점은 실구매가다. BYD 돌핀은 보조금과 제조사 할인을 적용할 경우 일부 조건에서는 2000만원 중반대까지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 규모가 더 크더라도, 지자체별 보조금과 옵션 구성에 따라 실구매가 경쟁력은 달라질 수 있다.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 국산차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 상황을 두고 “국민 세금으로 중국 기업을 지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시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일 뿐 특정 국가를 차별하지 않은 제도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 논쟁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제도가 어떤 의도로 설계됐는지가 아니라, 그 결과가 시장과 산업에 어떤 신호를 주는지가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의식해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술력, 사후관리, 산업 기여도를 평가해 보조금 대상을 선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수입차 중심 구조에서 이 제도가 실제로 국내 산업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준이 형식에 머문다면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BYD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보조금 제도는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있는가, 아니면 산업 경쟁력과 무관한 소비자 보조에 머물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정책의 성격은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 보조금 9360억원 체제…출구 전략 없는 재정 확대


보조금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지속성이다. 정부는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이 30%에 도달할 때까지 보조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13.1%에서 30%까지 가는 데 몇 년이 걸릴지는 불확실하다. 그 기간 동안 매년 1조원 안팎의 재정을 투입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박수연 칼럼] 전기차 100만대 시대, 20% 늘어난 보조금이 주목받는 이유[자료=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차 보급현황(2025.12)]

특히 올해 말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은 줄어드는데, 보조금은 유지·확대되는 구조가 어떤 정책 신호를 주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제 축소 이후 보조금까지 줄어들 경우 시장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지금 보조금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충전 인프라, 전력망, 배터리 재활용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축소는 전환 속도를 급격히 늦출 수 있다는 논리다. 단기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비용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핵심은 보조금의 규모가 아니라 역할과 종료 조건이다. 지금의 보조금 총예산 9360억원 증액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과도기적 비용일 수도 있고, 보조금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구조가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 차이는 향후 몇 년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전기차 100만대 돌파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그 성과 뒤에 남는 것이 시장의 자생력인지, 재정 의존 구조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구호가 아니라, 이 보조금이 어떤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이제 독자와 시장, 정책 당국이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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