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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신기술은 우리의 일자리를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 것인가? 신기술은 우리의 직업을 어떤 형태로 변화시킬까?

우리는 직업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곤히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 듬으며 나는 내가 가진 일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한다. 실은 직업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단계는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내 명함에 찍힌 나를 수식하는 직함은 사회가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실업이 고통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업은 단지 먹고 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까지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잡킬러> 차두원 김서현 공저. 한스미디어

잡킬러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과 김서현 '기술과가치' 연구원이 함께 쓴 <잡 킬러>(Job Killer)는 이처럼 우리에게 소중한 직업이 신기술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잠식될 수 있는가를 통계와 수치룰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또, 신기술에 의한 일자리 파괴에 속수무책으로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지점에 관심을 가져야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신기술이 단순 노무직 부문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단계를 지나 법조, 기자 등의 전문직 종사자의 일자리까지 대체하는 광범위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는 파산 관련 법률 자문이 가능한 인공 지능(AI)인 '로스(ROSS)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기업 IBM과 스타트업 벤처인 로스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가 협력해 개발한 로스는 법률 자문을 위해 문서 수십억건을 검토하는데, 초당 연산 조회수가 80조회에 이르러 순식간에 판례를 검토해 법률 자문을 해준다. 인간 변호사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수일이 걸리는 업무를 순식간에 해내는 것이다. 로스는 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10개월 동안 파산 관련법을 학습했다.
로스의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바탕으로 IBM과 로스인텔리전스는 로스의 법률 자문 분야를 행정, 민사, 이혼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고소득 전문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변호사는 신기술의 확산으로 '사라질 직업' 1순위가 됐다.

미국 스타트업 켄쇼(Kensho)가 개발한 '워렌'(Warren)은 정보 수집은 물론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분석 결과 및 유망 종목을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의 이름을 본따 워렌으로 명명된 이 인공지능은 월간 고용 동향을 비롯한 경제 지표가 나오면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IBM이 인공지능 왓슨은 최근 금융 분야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왓슨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 은행(IB), 투자자문사, 펀드업계에 채택돼 고객 정보를 분석한 후 투자자에게 적합한 종목을 제안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고도의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지던 투자 분석가, 펀드 매니저같은 일자리도 인공지능과 신기술에 의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노무직과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직은 이미 신기술에 의해 일자리 파괴가 광범위하게 진행된지 오래이다. 미국 스타트업 모멘텀머신이 내놓은 버거봇(Burger Bot)은 단 몇초만에 햄버거를 만들고 포장한다. 이는 패스트 푸드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전망이다.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 인건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맥도날드는 버거봇을 도입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미국 내 3400개 점포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2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맥도날드의 전 CEO 에드 랜시(Ed Rensi)는 "직원들의 시급을 인상시켜주느니 차라리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서라는 직업도 신기술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2020년이 되면 비서 직종이 컴퓨터와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로 완전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영국 내 19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애플의 인공 지능 비서 시리(Siri)와 같은 가상 비서 서비스에 인간이 밀려났다.


이런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 책은 "지금의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양극화도 실은 신기술이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MIT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는 미국 노동 시장 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신기술이 중산층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고 밝히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인 랜들 콜린스(Randall Collins)는 "미래의 진정한 위협은 로봇(신기술)을 소유한 소수의 자본가 계급을 위해 신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라이스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모셰 바르디(Moshe Vardi)는 2016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1980년대 이후 고숙련 고소득의 제조업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면서 전체 국부는 증가하지만 가계 소득은 감소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해법은 있는걸까? 이 책에도 여전히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신기술이 미래의 일자리의 개념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 책은 향후 인간의 직업은 신기술 개발자와 관리자, 신기술과 함께 일하는 자, 신기술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자의 3가지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간 복잡하게 분류돼 온 직업의 유형이 이들 3가지로 명쾌하게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에 나는 공감했다. 이들 3가지 유형의 직업 가운데 가장 비참한 직업은 '신기술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자'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의 지시를 받기 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창의성을 갖고 수행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기술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일하는자가 미래 직업의 대다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이 책은 묻고 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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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7-08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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