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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정호 기자]

버핏의 올해 나이는 86세다. 그는 1965년 35세에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권을 획득해 이 회사를 초우량 거대 기업으로 키웠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국가와 비교하면 세계 50위권인 뉴질랜드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임직원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에서 버크셔 해서웨이(30만명)보다 큰 기업은 월마트(220만명)뿐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현금 561억달러(약 68조원)는 미국 100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업이 가진 현금보다 많다.


문제는 이런 거대 기업이 워런 버핏이란 한 사람의 절대적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운명=워런 버핏의 자연 수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이 영생불멸할 수 없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분명하다. 버핏 이후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로렌스 커닝햄 미국 워싱턴대 법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이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탐구하고 있다. 그동안 버핏을 소개한 책은 많았지만 그가 최대주주(지분 34.4%)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조명한 책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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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햄 교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 문화가 버핏이란 경영자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 문화는 자율 경영, 신뢰와 정직, 비용 절감 등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전적으로 버핏의 경영 철학 산물이라는 것이다.

버핏은 1972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계열사인 블루칩을 통해 웨스코파이낸셜이란 금융회사의 지분 8%를 매입했다. 그런데 웨스코파이낸셜을 인수한 가격이 이 회사 주가 11달러보다 높은 주당 15달러였다. 더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자 경쟁자들은 거래 규정 위반이라고 물고 늘어졌고 버핏은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받았다. 그렇지만 버핏은 이 회사의 가치가 그럴 만하다고 확신했고, 시간이 지나자 이런 정직한 행동은 좋은 평판으로 이어져 이후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정직과 신뢰라는 기업 문화로 발전했다.

1991년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던 금융회사 살로몬브러더스의 경영을 맡게 된다. 이 회사가 부실 채권 매입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버핏은 CEO로서 살로몬브러더스의 내부 비리를 척결하고 회사를 회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버핏은 이 경험을 통해 부실한 기업에 경영자를 새로 투입해 회사를 회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미 뛰어난 경영자에 의해 우량하게 경영되는 기업’을 인수해 자율 경영을 보장한다는 원칙으로 확립됐다.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의 CEO들은 자율 경영을 100% 보장받고 있다. 계열사 CEO의 태반은 미국 오마하의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를 방문한 적도 없다. 한국의 기업 문화로는 이해되지 않는 풍경이다. 이들은 연말에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본사에 보고만 할 뿐이다.

저자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런 기업 문화가 버핏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작동할 수 있도록 내재화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 문화는 주주, 임직원, 경영자들에게 DNA의 형태로 각인돼 있다”며 “버핏 사후 누군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 문화를 하찮게 여긴다면 그는 ‘버크셔해서웨이주의자’에 의해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의 복합 대기업인 마몬그룹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마몬그룹은 1999년 창업자인 제이 프리츠커(그 유명한 ‘프리츠커 건축상’을 제정한 사람이다)가 타계하자 곧 무너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창업자의 영향력이 회사 구석구석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몬그룹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기업 문화가 임직원과 회사 전체에 DNA 형태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마몬그룹은 2007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인수돼 지금은 계열사로 있다.

버핏은 1993년 자신의 사후에 벌어질 일에 대비해 극비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 유언장에는 버핏 사후 버크셔 해서웨이는 경영을 담당하는 CEO와 투자를 담당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 두 사람이 역할을 분담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핏의 뒤를 이을 CEO로는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인 내셔널인뎀너티 대표 아지트 자인과 또 다른 계열사인 벌링턴노던샌타페이(BNSF) 대표 매슈 로즈가 거론되고 있다. CIO로는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업무를 맡고 있는 토드 콤스와 테드 웩슬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재 주가는 우리 돈으로 2억원가량 된다. 여전히 이 주식은 살 만할까. 책을 꼼꼼히 읽다 보면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bj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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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2-18 2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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