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봉 풀무원 총괄CEO가 취임 2년 차에 '해외사업 흑자'라는 오래된 숙제를 풀기 시작했다. 풀무원의 해외식품제조유통부문은 미국·중국·일본에 생산 거점을 넓히는 동안 적자가 누적돼 전사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2026년 1분기 해외부문 손익이 전년 동기 53억원 적자에서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회복됐다. 1988년 공채 4기로 입사한 첫 공채 출신 총괄CEO가 38년간 쌓은 재무·구매·영업·현장 경험을 '외형보다 이익'으로 바꿀 수 있을지가 풀무원 2기 전문경영인 체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 이우봉 총괄CEO는…
△1962년 10월 27일 경기 남양주 출생(64) △경기 남양주 심석고 졸업(1980) △강원대 회계학과 졸업(1988) △동국대 경영대학원 MBA(2011) △풀무원식품 입사(1988. 7) △풀무원샘물 사업지원실장(1997) △풀무원푸드머스 경영지원실장(2005)·전략구매실장·외식사업부장 △풀무원식품 경영지원실장(2011.5) △풀무원푸드앤컬처 대표이사(2019) △풀무원 전략경영원장(2023. 7) △풀무원 총괄CEO 대표이사(2025. 1~현재)
◆ 취임 첫해 최대 매출… '이익의 질' 고도화 착수
풀무원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CEO의 평가 기준은 무엇보다 '실적'이다. 이우봉 대표의 취임 첫해 성적표는 외형 성장과 이익의 질 측면에서 엇갈렸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3조3802억원으로 전년대비 5.2% 늘었고 영업이익은 932억원으로 1.5% 증가하며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써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2024년 2.9%에서 지난해 2.8%로 낮아졌고 당기순이익도 344억원에서 131억원으로 61.9% 감소했다. 전년의 법인세 환입 기저효과와 외화환산이익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0.4% 수준의 순이익률은 풀무원이 단순한 매출액 성장만으로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반전은 취임 2년 차인 올해 1분기 시작됐다. 매출액 850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68.9% 오르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30억원 적자에서 5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국내 식품서비스유통 부문의 신규 수주 확대와 운영 효율화, 해외 법인의 손익 구조 개선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취임 첫해 이뤄낸 외형 성장을 둘째 해에 실질적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미국 두부로 해외 적자 탈출… 체질 개선 속 '완전 흑자' 과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사업부문이다. 해외식품제조유통부문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2억원, 265억원, 455억원, 222억원, 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이 대표는 해외 사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권역별 고수익 제품 중심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풀무원 글로벌 생산설비 및 사무소 현황. [자료=풀무원]
미국 시장에서는 주력 제품인 두부와 아시안 누들, 중국에서는 면류와 냉동 K푸드, 일본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제품 라인업과 공장 운영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해외 부문 매출액 18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전년동기 53억원 적자에서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진전됐다. 완벽한 연간 흑자 전환 단계는 아니지만 적자 폭을 축소하며 구조적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 법인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 후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두부 매출액은 2242억원으로 12.2% 성장했고 고단백 제품 '하이 프로테인 두부' 매출액은 2021년 156억원에서 지난해 415억원으로 늘었다. 동부 아이어 공장 증설과 대형 신규 유통 채널 확보가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 법인도 회원제 채널 공급 확대 및 간편식 고도화를 이뤘으며 일본 법인은 생산 거점 효율화로 적자 폭을 40% 이상 감축했다. 네덜란드 유럽 법인 설립까지 마치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풀무원 미국법인 매출액, 영업손익. 단위 억원. [자료=풀무원 사업보고서]
◆ 미국·중국·일본 해외 턴어라운드… CAPEX 관리 및 신종자본증권 축소
이 대표는 올해 총괄CEO 직속으로 '미래사업부문'을 신설하고 60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모아 직접 지휘하고 있다. 리빙케어, 반려동물, B2E, 푸드테크, toO 사업 및 사내벤처 프로그램 'P:Cell'을 이 부문 아래 통합해 애자일(Agile)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특히 사내벤처 P:Cell은 임직원들의 '창업가 행동양식'을 이끌어내는 핵심 제도다. P:Cell 참가를 통해 최종 사업화 인큐베이팅 대상으로 선정되면 최소 1년에서 최장 3년간의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쳐 사업 모델이 확립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3년간의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이 기간 3개년 중기 목표를 수립하고 최종 연도에 목표 지분가치를 달성하면 이에 정해진 보상률을 적용한 금액을 창업팀에 보상하는 정교한 성과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AX(AI Transformation) 혁신실을 통한 AI 접목도 생산·물류 프로세스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발걸음도 구체적이다. 풀무원은 식품서비스유통 사업의 성장을 지속하고 해외 법인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는 한편 설비투자(CAPEX)를 집중 관리해 건전한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대비 올해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일부 축소해 질적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 재무·구매·영업 훑은 현장형 CEO… '38년 풀무원맨'의 리더십
이우봉 풀무원 총괄CEO가 지난 2월 9일 서울 수서 본사에서 열린 '풀무원 미래사업부문 신성장 SBU' 출범식에서 신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내부 임직원들이 말하는 이우봉 대표의 강점은 '치밀한 숫자 감각'과 '현장형 소통'의 결합이다. 강원대 회계학과 출신답게 재무·구매·영업 현장을 두루 거치며 쌓은 수치 감각이 송곳처럼 철저하지만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서류 검토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국·중국 등 주요 해외 법인과 국내 현장을 종종 직접 찾아 현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풀무원푸드앤컬처 대표 시절에도 수백 곳의 사업장을 직접 발로 뛰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닥친 적자 위기를 고정비 절감과 브랜드 고급화로 돌파해 턴어라운드 신화를 썼다. 당시에도 현장 조리원 및 스태프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던 모습이 임직원들 사이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풀무원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1년간 지식·사업·소통·리더십·도덕성 등 다각도 검증을 거쳐 이 대표를 선임했다. 창업주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연착륙한 풀무원 승계 시스템의 두 번째 시험대인 셈이다.
올해 1분기 실적 호조로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해외 사업의 지속적인 연간 흑자 안착과 CAPEX 관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품질 관리 신뢰 회복 등 넘어갈 산이 많다. 38년 동안 풀무원과 함께 성장해온 '순혈 풀무원맨'이 그룹의 오랜 해외 적자 고리를 끊고 내실 있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완성시켜나갈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