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해상보험(이하 삼성화재)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교통안전 전문 연구기관인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자동차보험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보험사의 역할을 '사고 보상'에서 '사고 예방'으로 확장했다. 지난 25년간 축적된 연구는 정부 정책과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졌고, 민간 보험사의 연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교통안전 정책의 밑거름이 됐다.
◆ 보험사가 연구소를 만든 이유…"보험금보다 사고를 줄이는 것이 먼저였다"
손해보험사의 역할은 사고가 발생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있다. 그러나 사고 자체가 줄어든다면 고객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비와 생산손실, 보험금 지급 등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도 함께 줄어든다. 삼성화재가 2001년 교통안전문화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러한 '예방 중심 보험'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에 위치한 삼성화재 본사 머릿돌. [사진=삼성화재]
연구소는 자동차보험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자와 차량, 도로환경을 분석하고 고령 운전자와 어린이 보호구역, 개인형 이동장치(PM), 전기차, 자율주행, 이상기후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교통 위험을 연구했다.
차량 충돌 재현 실험과 운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는 정부와 경찰청, 국회 등에 정책 자료로 제공되며 교통안전 제도 개선의 근거가 된다.
교통사고로 인한 국내 사회적 비용은 한국교통연구원 추산 기준으로 연간 26조원을 웃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은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사회적 비용을 함께 줄이는 공공적 가치로 이어진다.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데이터와 연구를 통해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 연구는 정책이 되고, 정책은 국민 안전으로 이어졌다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가 논문이나 보고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와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 고위험군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등 50여 건의 교통안전 관련 법령 개정에 기여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차량 충돌 재현 실험을 통해 교통사고 예방 연구를 진행했다. [사진=삼성화재]대표 사례인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연구소가 제한속도 하향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정책 마련 과정에 참여한 사례다.
정부 분석 결과, 전국 시행 이후 100일 동안 5030 적용 지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317명에서 277명으로 12.6% 감소했고, 보행 사망자는 167명에서 139명으로 16.7% 줄었다. 차량의 평균 통행속도는 약 시속 1㎞ 감소해 안전성과 교통 흐름을 동시에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연구소는 아파트 단지와 대학 캠퍼스 내 도로를 공적 관리 대상에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와 음주운전 재범 방지 대책,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페달 오조작 사고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오며 교통안전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연구 결과가 실제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 학계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사고 보상' 보험에서 '사고 예방' 보험으로…다음 25년을 준비하다
최근 교통환경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인형 이동장치(PM) 확산, 고령 운전자 증가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소도 새로운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운전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교통사고 위험 요인과 운전자 행동을 분석했다. [사진=삼성화재]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최근 10년간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지만 재범률은 평균 43.9% 수준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관련 사고는 2020년 15건에서 2025년 101건으로 증가했고,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페달 오조작 사고는 최근 5년간 사고 건수가 2.3배, 사망자는 3.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교통환경에 맞는 정책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목표는 사고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줄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인형 이동장치(PM), 고령 운전자 등 미래 교통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연구를 통해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전했다.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지난 25년은 민간 보험사가 축적한 사고 데이터가 공공정책으로 연결되고 그 정책이 다시 국민 안전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온 과정이었다.
보험의 역할이 사고 이후 피해를 보상하는 데 그쳤던 시대를 넘어 사고를 예방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점은,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다음 25년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