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이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지 5년 만에 구형모 사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뚜렷해졌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장남인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LX홀딩스 지분을 두 차례 증여하면서다. 구 사장은 지주회사 최대주주에 올라 2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 부담과 향후 그룹의 성장 동력 확보는 과제로 남았다.
LX그룹 구형모 사장과 구본준 회장. [자료=더밸류뉴스]
구본준 회장 체제에서 마련한 사옥 임대 수익 기반을 바탕으로, 구 사장이 신사업과 실적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새로운 경영 체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 구본준 지분 7.85% 증여… 5년 만에 구형모 중심 지배구조 재편
구본준 회장은 지난 8월 10일 구형모 사장에게 LX홀딩스 보통주 610만주를 증여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7.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어 9월 11일 381만5000주를 추가 증여하면서 두 차례에 걸친 지분 이전을 마무리했다. 총 증여 주식은 991만5000주다. 두 차례 증여를 거치며 구 사장의 보통주 지분율은 25.15%로 높아졌고, 구 회장의 지분율은 7.38%로 낮아졌다. 이로써 현재 구 사장은 LX홀딩스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LX홀딩스 소유주식 변동. [자료=LX홀딩스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
이번 증여는 LX그룹의 지배구조에서 구 사장의 위치를 한층 분명하게 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지분 승계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영 성과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 차원의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주요 계열사의 실적과 신사업 성과를 뒷받침하는 것이 구 사장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다.
◆ 수백억원대 증여세 부담… 배당 정책 변화 가능성 점검
대규모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도 살펴볼 대목이다. 구 사장이 증여받은 LX홀딩스 주식 991만5000주의 가치는 10월 16일 종가 7950원을 기준으로 약 788억원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최고세율 50%와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20%)가 모두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증여세는 최대 473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단순 추산액일 뿐 확정된 수치는 아니다. 실제 과세표준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2026년 현재 세법상 세부 요건에 따른 할증 적용 여부나 과거 증여 내역 합산 등에 따라 최종 납부 세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증여세 재원 마련과 관련해 LX홀딩스의 배당 정책 변화 가능성도 주요 쟁점이다. 대주주가 수백억 원의 세금을 납부하려면 현금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배당 수준으로는 절세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LX홀딩스의 2025년 배당성향은 약 16.6%다. 현행 세법에 도입된 '주주환원 확대 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적용받아 대주주의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추려면 꽤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그 위에서 배당성향을 25% 이상으로 올리면서 전년 대비 배당액을 10% 이상 늘리거나, 아예 배당성향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특례 대상이 될 수 있다. 승계 과정을 거치며 LX홀딩스가 이러한 특례 요건을 채우기 위해 구조적인 주주환원 확대에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사옥 매입과 니켈 사업, 구본준의 유산… 구형모의 과제는 '안착'
지분 승계를 마친 구형모 사장 체제의 핵심 과제는 기존 경영진이 추진한 대규모 투자의 '안착'이다. LX홀딩스는 지난해 12월 31일 5120억원을 투입해 LX광화문빌딩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2026년 상반기 별도 기준 약 107억7700만원(전체 영업수익의 13.6%)의 부동산 임대수익이라는 자체 수익원을 확보했다.
LX홀딩스 매출액 비중. [자료=LX홀딩스 반기보고서]
주력 자회사인 LX인터내셔널 역시 석탄 중심의 자원사업을 니켈 등 2차전지 핵심광물로 다각화하기 위해 과거 1329억원을 투입, 인도네시아 AKP 니켈 광산 지분 60%를 인수하는 등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이처럼 부동산 임대수익이라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원과 2차전지 핵심광물 사업이라는 신성장 동력은 모두 구본준 회장 체제에서 결단한 유산이다.
따라서 구 사장 앞에는 개별 계열사의 경영을 넘어, 기존 경영진이 깔아둔 인프라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자본 배치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특히 전기차 캐즘과 광물 가격 하락 등 전방 산업의 침체 속에서, 니켈 광산의 수익성을 방어하고 신사업을 흑자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가 새로운 지배구조의 리더십을 평가할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