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진행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을 마무리했다. 총파업 돌입 직전 도출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으로 가결됨에 따라 파업으로 인한 100조 손실 우려는 해소됐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향후 5조원 규모의 상생 기금 조성 계획을 제시하며 사태 수습과 경영 쇄신에 나섰다.
◆ 73.7% 찬성으로 임금 협약 마침표...노사 2026 임금협약 조인식
27일 오전 11시 경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경기 용인시 기흥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이날 사측에서는 여명구·김형로 부사장이, 노조 측에서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과 김재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석했다.
27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경기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여명구(왼쪽) 삼성전자 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조인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사후조정 회의를 거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22일부터 27일 오전까지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5.5%, 찬성률 73.7%로 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
여명구 부사장은 조인식에서 "이번 타결을 시작으로 노사가 한 마음이 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고, 최승호 위원장은 "노사가 장기간 논의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으며, 앞으로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일괄 상향' 요구와 '성과주의' 충돌...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타협점 도출
이번 교섭에서 노사가 가장 팽팽하게 맞선 지점은 성과급 산정 방식과 분배 기준이었다. 당초 노조는 기존 성과인센티브(OPI)의 상한선(연봉의 50%)을 전면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적자를 기록한 비메모리 부문 등에도 부문 단위로 고르게 재원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경영 원칙을 고수하면서, 최종 합의는 '기존 제도 유지'와 '신규 트랙 신설'이라는 절충안으로 처리됐다.
삼성전자 노사 입금·성과급 교섭 주요 내용 비교 표.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기존 OPI 지급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DS(반도체) 부문에 한해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원 규로 신설했다. 노조가 요구했던 15% 재정은 이 특별경영성과급에 한정해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 것으로 합의됐으며, 해당 성과급에 대해서는 노조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지급률 상한선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일괄 보상 요구 역시 분배 비율 조정과 유예기간 부여로 타협점을 찾았다. 사측의 제안대로 DS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의 60%를 실적을 견인한 사업부에, 40%를 부문에 배분하기로 했으며, 공통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쟁점이 됐던 적자 사업부에 대한 차등 배분은 노조의 반발을 고려해 1년간 유예, 2027년분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외에 임금 인상률은 6.2% 선에서 타결됐으며, 최대 5억원의 저금리 주택 대출 등 전사적 복리후생 개선안이 포함됐다.
◆ 타결 이면의 불씨...사업부 간 보상 이견·주주가치 훼손 우려
파업이라는 최악의 생산 차질 사태는 면했으나, 교섭 과정에서 노출된 조직 내부의 이견과 외부 주주들의 반발은 향후 경영진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남았다.
삼성전자 성과급 보상 기준 차이에 따른 '노노 갈등' 조짐이 관측된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우선 내부적으로는 사업부별 보상 기준 차이에 따른 '노노 갈등' 조짐이 관측된다. 73.7%의 찬성률 이면에는 약 26%의 반대표가 존재한다. 합의안의 핵심인 특별경영성과급 상한선 폐지와 재원 배분이 특정 흑자 사업부에 유리하게 설계되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인 DX 부문 소속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일 과반 노조 체제하에서도 DX 부문을 포함해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뚜렷한 만큼, 내부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통합할 상시적 갈등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성과급 금액 상한선 폐지와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고정하는 구조가 기업의 고정 인건비 부담을 영구적으로 높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이 격화되며 대규모 R&D(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인 시점에, 인건비 확대로 인해 배당 등 주주환원 재원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 사장단 "경영 전반 성찰"...5조원 규모 상생 기금 조성 발표
임단협 타결과 맞물려 제기되는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 사장단은 조인식 직후 메시지를 발표했다. 사장단은 "국민과 주주, 고객, 임직원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이라는 경영철학을 돌아보고 노사관계와 경영 전반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조성하여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2·3차 중소 협력사 지원 △산업재해기금 조성 △포용적 금융 확대 △AI 인재 육성 산학협력 등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기여 방식은 이사회 및 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