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대표이사 안재용)가 글로벌 공중보건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RSV 예방항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저개발국 접근성까지 고려한 구조라는 점에서 중장기 전략의 방향성이 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 CI(왼쪽). Gates MRI CI(오른쪽). [이미지=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게이츠재단 산하의 비영리 의학 연구기관인 게이츠 엠알아이(Gates MRI, The Gates Medical Research Institute)와 ‘RSV 예방용 단일클론 항체 후보물질(RSM01)’을 도입(License-in)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한 RSM01은 생후 첫 RSV 유행 시기를 앞두고 있거나 해당 시기에 태어난 신생아와 영아를 대상으로 한 예방 항체로, 1회 투여만으로 RSV 유행 시즌 전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치료용 단일클론 항체 발굴과 엔지니어링에 특화된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애디맵(Adimab)이 Gates MRI와 협력해 개발했다.
현재 RSV 예방은 주로 임산부 접종이나 일부 고위험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접종 시기와 의료 접근성 문제로 보호받지 못하는 영아가 적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예방항체가 이러한 공백을 보완해 보다 폭넓은 영아 보호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SM01은 초기 임상과 비임상 연구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험실 시험과 동물실험에서 RSV 감염과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기존 예방 의약품의 효과가 제한적인 일부 RSV 유형에서도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초기 임상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고, 1회 투여 후 약 5개월 이상 예방 효과가 유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영유아 대상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다만 인도와 Gavi(세계백신면역연합) 지원 국가는 비독점 공급 구조를 적용한다. 계약에는 글로벌 접근성(Global Access) 조항도 포함돼, RSV로 인한 영아 사망률이 높은 저개발국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생산공정 개발이 병행될 예정이다.
RSV는 전 세계 영아와 소아에서 중증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매년 생후 6개월 미만 영아 약 10만 명이 RSV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97%가 저·중소득 국가에서 발생해 글로벌 공중보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글로벌 RSV 예방항체 시장은 오는 2032년 약 45억 달러(약 6조6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RSV 예방 제품의 가격 접근성과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NIP) 편입 여부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번 RSV 예방항체 도입은 공중보건 기여와 사업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파이프라인”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기술 중심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3년부터 게이츠재단과 장티푸스, 소아 장염 등 다양한 백신 개발을 협력해 왔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파트너십을 확대해 글로벌 공중보건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