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문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
우리는 ‘풍경’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정원이 아름다운 교외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도심의 프렌차이즈보다 비싸지만, 사람들은 줄을 선다. 호텔의 ‘가든 뷰’, ‘파크 뷰’, 혹은 ‘오션 뷰’ 객실의 숙박료는 가장 높지만, 가장 먼저 매진된다. 우리가 지불했던 것은 단순한 음료값이나 숙박비가 아니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녹색 지분’에 대한 권리금이자 ‘생명력’이라는 도심의 자원을 쟁취하려는 경제적 선택이다.
이 ‘녹색 갈증’은 단순한 감성적 유행인 것일까, 아니면 지가(地價)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된 것일까. 자본이 왜 그토록 가까운 자연에 집착하며 그 곁에 닻을 내리려 하는지, 그 경제적 메커니즘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해묵은 격언이다. 좋은 입지를 결정하는 전통적인 기준은 ‘물리적 거리’다. 주변 지하철역, 일류 학원가와 같은 도시의 인프라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따지는 싸움이었다. ‘거실 창을 열었을 때 어떤 경관을 소유할 수 있는가?’, 혹은 ‘걸어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잘 조성된 녹지가 있는가?’가 그 땅의 진짜 등급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삶의 반경 안에 얼마나 풍요로운 자연이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신축 하이엔드 아파트들이 단지 내에 거대한 숲을 조성하고, 수십억을 들여 인공산을 만드는 것은 단지 내부 자체를 독점적인 ‘녹색 입지’로 탈바꿈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좋은 입지’를 타고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경을 통해 그 땅을 최고의 입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늘날 조경은, 도심 속 평범할 수 있는 땅을 탐나는 부의 거점으로 바꿔놓는 영리한 선택인 것이다.
![[설명문의 독서 설명문] ⑥ 땅의 가치를 올리는 비밀](/data/cheditor4/2512/8f42ea77fdc185b8c5144e18c318c76bfd336582.jpg)
조경, 가까운 자연. 전진형 지음, 21세기북스
“조경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조경, 가까운 자연』의 저자인 전진형 교수는 조경의 경제적 가치를 말한다. 건물은 낡지만, 조경은 풍요로워진다. 조경이 존재함으로써 건물은 감가상각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진다. 책에서 소개된 성수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낡은 공장 지대의 거친 벽돌이 힙한 감성으로 재탄생한 비결은 단순히 낡음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거친 벽돌을 타고 오르는 덩굴, 건물 사이사이의 포켓 가든, 심지어 내부 공간에도 초록들이 우거진다. 벽돌과 콘크리트 속에 피어난 조경엔 묘한 중력이 있어, 자본과 사람을 끌어당긴다. 낡은 성수동이 ‘좋은 입지’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지가(地價)를 넘어, 조경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또한 압도적이다. 쓰레기 소각장 위에 녹지 스키장을 만들어 사계절 내내 관광지로 작동하게 한 덴마크의 ‘코펜힐’은 조경이 어떻게 혐오 시설을 랜드마크로 탈바꿈하는지 보여준다. 최근 도쿄의 심장부로 등극한 ‘아자부다이 힐스’는 입체 녹지를 통해 기후 적응, 식량 제공, 생물 다양성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주변보다 높은 지가(地價)는 덤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과 데이터를 토대로 조경이 매우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투자 행위라는 것을 증명한다.
높은 가치에는 수많은 역학관계가 얽혀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생명력이 깃든 곳에 자본의 닻을 내린다는 점이다. 전진형 교수의 저작은 조경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동산 투자자에게는 가치를 읽는 선구안을, 사회에는 건강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제안하는 이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의 자산 목록에 ‘자연’이라는 가장 확실한 우량주를 담으라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자연을 두는 선택,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삶과 자산의 우상향 곡선을 동시에 그려나가는 가장 확실하고도 아름다운 투자다.
설명문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비평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