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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펙트 vs 아마존 이펙트, 무엇이 다른가...'건강한 메기' 효과 관심↑

- 한국식 자본주의에 맞추며 '생태계 포식자' 아마존과 다른 길 걸어

  • 기사등록 2023-07-09 17: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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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양희정 기자]

"아마존과 경쟁하려 하지 마라. 어차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자결하는 편이 낫다."


'유통 공룡' 아마존이 시어스(Sears·백화점), 토이저러스(Toysrus·장난감), 짐보리(Gymboree·아동복)를 비롯한 유통 기업 수천 곳을 파산시키는 것을 지켜본 미국의 어느 유통 전문가가 내뱉은 말이다. 


1995년 7월 제프 베이조스가 31세에 자신의 집 창고에서 창업한 아마존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아마존의 영광의 뒤안길에는 경쟁사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존이 책, 의류, 의약품, 부동산 중개 등의 신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경쟁사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거나 주가가 폭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아마존 이펙트'(Amazon effect)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런데 한국의 쿠팡은 아마존과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산업 생태계를 오히려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포식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키우는 '건강한 메기'(Amur catfish)라는 것이다.  


쿠팡 직원들이 로켓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쿠팡]

◆최근 4개월 신규 고용 1만명↑


쿠팡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이는 1순위는 뭐니 뭐니해도 고용 창출이다. 


쿠팡은 올들어서만 고용을 1만명 늘려 국내 주요 기업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 4월말 국민연금 가입자수 상위 50대 기업 기준으로 쿠팡과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로지스틱스의 가입자 수는 6만6150명으로, 작년 말보다 9752명 증가했다. 이 결과 올 들어 8000여 명 이상을 고용한 주요 50대 기업 중 고용인원 증가 1위를 기록했다. 펜데믹 완화로 인한 단기 아르바이트직 감소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시국을 맞아 고용 흐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고객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전국 주요 물류센터 거점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삼성전자(2685명), 현대자동차(911명), SCK컴퍼니(804명), 한국도로공사(502명) 순이었다. 


‘2022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말 기준 6만 5772명을 고용했다. 2020, 2021년 2년 연속 국내 고용증가 1위를 기록했다. 쿠팡의 청년고용자수는 2019년 9371명에서 2021년 2만 656명으로 184%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고용자수는 6595명에서 2만 85명으로 205% 증가했다. 


쿠팡은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최근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MOU(업무협약)를 맺고 물류 현장 관리, 자동화설비 유지보수,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중소,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살리기도 쿠팡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쿠팡의 식품 판매액이 전년비 20% 증가했고, 증가분의 대부분이 중소 중견 기업과 스타트업 제품들이었다. 


PB제품믈 쿠팡에 공급하는 중소 제조사의 지난 1년 성장 추이. [자료=쿠팡] 

구체적으로 올 1~5월 PB제품 '곰곰 즉석밥'을 만드는 중소기업 제품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7270% 증가했고 김 카테고리에서 중견기업 풀무원식품(234%)을 비롯해 충청도 소재 광천김(49%), 어업회사법인 순수해작(221%), 농업회사법인 자연향기(615%) 등 전국 지역 곳곳의 중소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 자체 브랜드(PB) 곰곰 단백질바를 납품하는 강원도 강릉 소재 기업 에스앤푸드의 경우 2019년 쿠팡 입점 첫해 매출 2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으로 15배가량 급증했다. 진열 매대가 제한적이고 입점 등 판로 개척이 어려운 오프라인과 달리 제약 없는 쿠팡의 열린 '온라인 공간'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 LG생건 등 대기업과 납품가 갈등 빚기도 


이같은 성과의 이면에 부작용과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비비고 만두 등 주요 제품의 쿠팡 납품을 중단했다. 즉석밥 브랜드 '햇반' 납품가격을 두고 쿠팡과 합의점을 찾기 못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납품가격 협상과정에서 쿠팡이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이 과도한 요청을 했다고 맞서고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현재 계속 협상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과 제조사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농심, LG생활건강과도 비슷한 마찰이 있었다. 농심 ‘백산수’의 경우 로켓배송 서비스는 막혔고, 여전히 쿠팡 내에서 일반배송으로 판매된다. 또한 신라면, 너구리 등 주요 제품 역시 로켓배송이 가능해도 단품 구매가 불가능하다.


쿠팡이 내세우는 고용창출은 일용직, 계약직 증가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늘어나는 배송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일용직과 계약직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쿠팡 사업보고서]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높은 플러스(+) 효과 


그렇지만 쿠팡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플러스(+)와 부작용 등의 마이너스(-)를 합산하면 플러스쪽으로 기운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유통 업계의 한 전문가는 "쿠팡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성비 높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며 성장하고 있다'로 정리된다"며 "대기업과의 갈등은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갈등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국내 중소, 중견 기업과 스타트업이 혜택을 입었다는 플러스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쿠팡의 올해 1분기 식품 판매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20% 증가한 실적을 냈다.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 품목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새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것이다. 


쿠팡이 아마존과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마존 같은 '생태계 포식자'가 아니라 '건강한 메기' 역할을 하는 것과 관련, 한국 자본주의와 미국 자본주의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미국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기업의 자유경쟁을 장려하는 자유방임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도 자유방임주의 폐해다. 반면 한국 자본주의는 정부가 공익을 위해 적극 나서는 정부주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쿠팡이 흑자전환하고 이익이 증가하면 사회 기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에서 쿠팡은 45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8계단 상승했다. 매출액 31조3660억원, 순이익 200억원을 기록했다.


hejung07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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