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이 미래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을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와 로보틱스, 피지컬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술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의 성과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영업익 줄었지만 매출 신기록...HEV 판매 역대 최대
현대자동차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개최해 올 2분기 매출액 49조2153억원(자동차 36조8324억원, 금융 및 기타 12조3829억원), 영업이익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K-IFRS 연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8% 감소했다.
판매는 부품사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과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판매는 18만7661대로 역대 분기 최대를 기록했고,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9%로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됐다. 전동화 차량(xEV) 판매 비중 역시 26.9%를 기록하며 친환경차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8%를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는 연초 제시한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하반기에는 더 뉴 그랜저를 비롯한 주요 신차 출시와 생산 정상화를 통해 상반기 물량 차질을 만회하고 수익성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4년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당 2500원의 분기 배당도 유지하며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간다.
◆ SDV 전환의 핵심은 포티투닷…차량을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대표 이미지. [이미지=현대차그룹]현대차그룹 SDV 전략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이 있다. 포티투닷은 차량 운영체제(Vehicle OS), 중앙집중형 전자·전기(E&E) 아키텍처, 자율주행 플랫폼 등을 개발하며 그룹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8월 포티투닷에 약 2500억원의 추가자금을 투입하며 차량 운영체제와 AI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차량을 단순한 하드웨어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로드맵도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SDV 시험 차량을 통해 통합 제어 시스템을 검증한 뒤 차세대 플랫폼 차량에 독자 운영체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AI 기반 운전자 보조 기능과 자율주행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차량을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다만 SDV 전환은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차량 운영체제 개발에는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자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확보한 수익 기반을 토대로 SDV와 AI,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제조 경쟁력에 소프트웨어와 AI를 결합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동차 판매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미래 기술 투자가 기존 완성차 사업과 결합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