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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재무제표Q] ③고려아연 최윤범측 집중투표제가 '소액주주의 독(毒)' 되는 3가지 이유

- 23일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통과되면 장씨, 최씨 갈등 장기화... 고려아연 회복 불가능할 수도

  • 기사등록 2025-01-10 08: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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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숨겨진 경영 현황과 투자 포인트를 짚어보는 '이민주의 재무제표Q'를 연재합니다. 재무제표가 얼핏 딱딱하고 일상 생활과 무관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재산 증식과 성공 투자의 길잡이임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민주 기자는 미국 퍼듀대 MBA(경영학석사)를 졸업했고 '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 읽는 법', '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 등을 펴냈습니다.
[더밸류뉴스=이민주 기자]

고려아연은 '한국주식시장의 숨은 진주'가 CEO 1인에 의해 얼마나 단기간에 망가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케이스로 남을 것이다. 최윤범 회장측이 제안하는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에 도입된다면 이미 막바지에 이른 이 회사의 부실한 경영 지표가 반영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6년만에 단기차입금 98배↑... '탁월한 기업'→'그저그런 기업' 전락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 지표를 어느 정도로 악화시켰는지는 그가 취임하기 바로 이전인 2018년 재무제표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4년 재무제표를 보면 드러난다(이하 K-IFRS 별도). 


2018년 고려아연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왜 이 회사가 '한국 주식 시장의 숨은 진주'이자 '탁월하고 웅장한 기업'으로 주목받았는 지가 짐작된다. 


그해 고려아연의 단기차입금은 163억원이고 연간 이자비용은 2억2000만원이었다. 이 단기차입금은 매출채권 할인이다. 흔히 '단기차입금'하면 떠오르는 '은행에서 급하게 고금리로 꾼 돈'이 아니다. 설령 이 단기차입금이 은행에서 꾼 돈이더라도 조(兆) 단위 연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대기업임을 감안하면 이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해 고려아연은 매출액 5조 5277억원, 영업이익 6475억원, 당기순이익 46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두자리수이다(11.71%). 



[이민주의 재무제표Q] ③고려아연 최윤범측 집중투표제가 \ 소액주주의 독(毒)\  되는 3가지 이유최근 10년 고려아연 단기차입금, ROE(자기자본이익률) 추이. 단기차입금은 K-IFRS 별도, ROE는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고려아연 사업보고서]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고려아연이 알짜 우량 기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7165억원)은 영업이익(6475억원)보다 많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찰다발'이 (장부상) 영업이익보다 많은 것이다.  이것이 우량 제조기업 시그널이라는 것을 전문가들은 안다.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살펴보면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 회사는 현금성자산 1조813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금 4037억원과 단기투자자산 1조4038억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단기투자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녹십자홀딩스(2.97%), 인터플렉스(6.01%)를 비롯한 상장주식(매도가능금융자산)이 상당수여서 현금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수익을 잘 내서 현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숨은 진주'임을 2018년 고려아연 재무제표는 웅변하고 있다.  


◆연 이자비용 '2.2억→1105억'... 502배↑


그로부터 6년 후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24년으로 최윤범 CEO 체제 5년차이다.  


2024년 3분기 기준 고려아연 단기차입금은 1조5959억원이며 이로 인해 갚아야 할 연이자비용은 1105억원이다. 2018년 대비 각각 98배, 502배 급증했다.  매출채권 할인이 아니라 고금리로 조달한 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2일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키로 한 것을 반영한 수치이다. 고려아연은 이 가운데 사모사채 1조7000억원을 연이자율 6.5%로 조달키로 했다. 금액으로 단순 환산하면 연이자비용 1105억원이며 2023년 고려아연 당기순이익 5334억원의 20.7%에 해당한다.  


영업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관계도 역전됐다. 2024년 1~3분기(1~9월) 영업현금흐름(4264억원)은 영업이익(6272억원)의 67.9%에 불과하다. 이게 어떤 시그널인지는 전문가들은 안다. 2018년과는 정반대 시그널이다. 


[이민주의 재무제표Q] ③고려아연 최윤범측 집중투표제가 \ 소액주주의 독(毒)\  되는 3가지 이유영풍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일지. 

현금성자산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고려아연의 현금성자산은 1조785억원이다. 외견상 2018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성격은 완전 딴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조(兆) 단위 단기차입금으로 조달한 현금이다. 2018년의 장사를 잘해 쌓아둔 매도가능금융자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마디로 고려아연은 최윤범 CEO 체제에 들어서면서 '한국 주식시장의 숨은 진주'에서 '그저그런 기업' 수용소로 강제 유배된 셈이다.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울부짖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숨은 진주'가 보인다. 선대 최씨 가문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고려아연 펀더멘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소액주주 배반 '전과'... 유상증자 2.5조 발표했다 반발 직면하자 철회


최윤범 회장측은 소액주주를 배반한 '전과'가 있다. 지난해 10월 최윤범 회장측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시장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으로 철회했다.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빚 내서 경영권 방어하고, 그 빚을 주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갚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가는 당일 30% 폭락했다.


앞서 최윤범 회장측은 고려아연 연평균 당기순이익의 4.5배(2조7000억원)를 자사주로 매입해 '허공에 태우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1조8000억원을 들여 1주당 89만원에 9.85%(204만주)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자사주 매입금액의 대부분은 차입금이었고 이를 갚는답시고 앞서 언급한 2조5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민주의 재무제표Q] ③고려아연 최윤범측 집중투표제가 \ 소액주주의 독(毒)\  되는 3가지 이유고려아연 지분 현황. 2024. 12. 23. 단위 %. [자료=각사 집계]

최윤범 회장측은 오는 23일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란 기업 주총에서 이사진을 뽑을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선임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최윤범 회장은 "집중투표제는 주주 친화적이며 주주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소액주주를 배반한 '전과자'의 발언이다. 그럼에도 일부 소액주주 단체는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이것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장씨와 최씨의 갈등은 장기화하고 고려아연의 펀더멘털은 아예 회복 불가능해질 수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최윤범 회장측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영풍·MBK가 추구하는 이사회 재편이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직이 무너지든 말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논리가 정치권이 아닌 곳에서도 활개치고 있다.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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