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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AI만 쳐다봐선 성장 없다"…경제 석학들이 꺼낸 대한민국 '진짜 성장' 해법

- 국민경제자문회의·KDI, ‘AI 시대, 진짜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 포럼 열어

- 김세직 “AI만으론 부족…HI가 성장 병목”…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 제시

- 류근관·전문가들 “AI는 연결이 핵심”…인재·수요·데이터·산업 생태계 혁신 주문

  • 기사등록 2026-09-01 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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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홍승환, 추승수 기자]

"AI 시대라고 AI만 쳐다보고 AI에만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AI 시대, 진짜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 정책 포럼에서는 AI(인공지능)를 둘러싼 투자 경쟁보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각'과 이를 실제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국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공동 개최한 이날 포럼에는 김세직 KDI 원장과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기조 발제자로 나섰다. 이어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좌장으로 권석준 성균관대 공과대학 부학장,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포럼의 화두는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혁신·생산성·경제성장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현장] \지난 3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서 AI 시대, 진짜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 포럼을 한국개발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공동 개최했다. [사진=더밸류뉴스]김세직 "AI만으론 안 된다…'HI'가 성장의 병목"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세직 KDI 원장은 한국 경제가 장기간 이어진 성장률 하락을 끊기 위해 AI와 함께 'HI(Human Idea·휴먼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김세직 KDI 원장이 성장률 하락을 끊기 위해 HI에 투자해야 한다 강조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김원장은 자신이 2016년 제시한 이른바 '5년 1% 하락의 법칙'을 들어 한국의 장기성장률이 지난 30년 동안 약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추세 장기성장률이 0%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2030년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료에도 2025~2026년 추세 장기성장률이 0%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막지 못하면 2030년 전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문제는 그동안 성장 해법을 '돈과 기술'에 지나치게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김원장은 AI가 발전할수록 이미 존재하는 전문지식에 대한 접근은 쉬워지는 반면,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상대적 가치는 오히려 높아진다고 봤다.


김원장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려면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HI, 아이디어가 먼저 나와야 하고 이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전문지식이 결합돼야 한다"며 AI 시대 새로운 기술의 생산함수를 'AI×HI'로 설명했다. 발제자료 역시 새로운 기술을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휴먼 아이디어'와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전문지식'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자체에 재산권과 보상을 부여하는 제도도 제시했다. 김원장이 제안한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는 독창성을 인정받은 아이디어를 상시 등록하고 원작자의 이름과 일정 기간 권리를 인정한 뒤 정부 구매와 플랫폼 거래 등을 통해 경제적 보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KDI는 이미 내부적으로 정책 아이디어 등록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그는 교육 역시 정답을 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근로자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며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장의 발제자료는 HI 주도 성장을 위한 핵심 축으로 아이디어 권리 보호·경제적 보상·창의력 교육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류근관 "모델 순위보다 중요한 건 '연결'…AI를 전국에서 쓰게 해야"


두 번째 발제자인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AI 자체보다 이를 실제 산업과 사람에게 연결하는 국가 운영체계에 무게를 뒀다.


[현장] \류교수가 AI 자체보단 실제 산업과 사람에게 연결하는 국가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류교수는 한국의 성장률 하락 궤적이 약 27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성장둔화가 이어질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구 감소와 AI 확산이라는 두 변화를 동시에 활용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료에서도 AI 시대 국가잠재력 회복의 핵심을 인재·수요·데이터·지역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로 제시했다.


특히 류교수는 'AI 3대 강국'이라는 순위 경쟁 자체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AI 모델 경쟁만으로 국가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모델과 데이터, 컴퓨팅 역량을 실제 제조·서비스·지역 산업으로 확산시켜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류교수는 '빅 모델·빅 데이터·빅 컴퓨팅(Big Model·Big Data·Big Computing)'을 '빅 어플리케이션(Big Application)'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의료·교육·금융·행정·지역 등에서 AI가 실제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체계도 평생학습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봤다. 기존처럼 대학에서 한 차례 교육을 마치고 노동시장으로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AI로 기존 지식과 기술의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다시 대학과 교육기관으로 돌아와 역량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교수는 서울대에서 운영한 AI·빅데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며 청년에게 AI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이 현장의 문제를 AI 과제로 정의하도록 함께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료 역시 AI 인재의 공급만큼 기업의 '수요 창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전환에는 빅 모델뿐 아니라 빅 디맨드(Big Demand)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팹만 늘려선 부족"…토론자들 '현장으로 가는 AI' 한목소리


패널 토론에서도 정부의 AI·반도체 투자를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기존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장] \AI 시대 진짜 성장을 위한 패널 토론이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류근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세직 KDI 원장,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부학장, 김재준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 이윤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더밸류뉴스]

권석준 성균관대 공과대학 부학장은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 "굉장히 시의적절하고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많은 돈을 투입해서 팹을 증설하고 인프라와 수요자 시설을 투자하는 것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뿐 아니라 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전후방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제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AI 모델, 이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 데이터센터와 전력·용수 인프라를 개별 사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능 생산'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론 AI 시대에는 메모리가 기술적 병목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한국이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AI 모델에 맞는 메모리를 정의하고 설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권교수는 "핵심 키워드는 메모리가 사실상 파운드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메모리가 병목이라는 것은 그만큼 메모리 영역에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이 '잘 만드는 나라'에서 '먼저 설계하는 나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평가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가 잘 안 된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생각을 기존 잣대로만 평가하는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AI를 작품이나 아이디어의 평가 과정에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AI 평가 심사원'과 같은 제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 후반에는 KDI가 추진 중인 아이디어 등록제에도 이러한 AI 평가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AI 산업에서 정부 역할을 '승자를 고르는 것'보다 시장과 수요를 만드는 데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국내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을 지적하며 제조업에서 쌓은 경쟁력을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AI 도입 비용과 데이터 부족으로 대기업보다 AI 전환이 어렵다며 정부 조달부터 기존 구축형 시스템통합(SI) 중심 방식에서 소프트웨어 제품과 구독형 서비스를 반복 구매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특정 기업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교수는 토론에서 정부가 개별 미래 승자를 고르기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제품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경쟁환경과 수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통 인프라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개별 기업의 성공까지 선택하려 할 경우 민간 자금과 벤처 생태계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논의를 관통한 메시지는 하나였다. AI 투자 규모와 모델의 순위만으로는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만들 사람을 키우고, 그 아이디어가 보상받게 하고, AI와 반도체를 기업 현장과 서비스업까지 확산시키는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원장은 발표를 마치며 "AI 시대라고 AI만 쳐다보고 AI만 투자하고 AI 교육만 해서는 안 된다"며 "AI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하는 HI가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ongsh789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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