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이 지난 9일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향후 5년간 110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내놨다. 이는 “부동산 중심의 금융 구조를 초혁신경제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으로, 국내 금융사 중 가장 구체적이고 공격적인 생산적 금융 청사진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9일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향후 5년간 110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이미지=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적 금융 93~98조원 △포용적 금융 12~17조원 등 총 110조원을 산업과 민생에 투입한다.
진옥동 회장은 “금융이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닌 산업 혁신의 엔진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저성장과 불균형 구조를 깨기 위해 금융의 본질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신한금융이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생산적 금융 로드맵’의 집약판이다. 신한금융 자료에 따르면, 그룹은 지난 9월부터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신설해 은행·증권·카드·캐피탈 등 7개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했으며, 각 분과별로 추진 과제와 투자 목표를 세분화했다.
◆ 반도체·에너지·지역 인프라 중심 10조원 ‘전략투자’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선제적 파이낸싱이다. 신한금융은 반도체 클러스터 교통·용수 인프라 등 첨단산업 기반에 약 5조원을 투입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CTX) 프로젝트에도 5조원을 배정한다.
이 두 축만으로 10조원 규모의 전략산업 파이낸싱이 시작된다. 또, 신한은행과 신한자산운용은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개발펀드 등 약 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으며, 연말까지 인프라 개발펀드를 포함해 3000억원 추가 조성을 계획 중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기업과 공동 투자펀드를 결성해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에도 자금을 공급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금융상품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장기 투자 프로그램”이라며 “민간금융이 정부의 초혁신경제 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신한금융은 ‘국민성장펀드’에도 10조원을 출자해 AI·반도체·기후에너지·콘텐츠 등 ‘K-붐업 산업’ 지원에 나선다. 특히 혁신 스타트업, 코스닥 상장 예정기업, Pre-IPO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자금 순환을 강화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사다리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 17조원 규모 ‘포용금융’...민생 회복도 병행
신한금융은 산업뿐 아니라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포용적 금융(12~17조원)도 병행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자영업 부채와 고금리 대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대표 프로그램은 ‘브링업·헬프업 프로젝트’다. ‘브링업 & 밸류업’은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해 금리를 낮춰주는 프로그램이며, ‘헬프업 & 밸류업’은 고금리 서민대출의 금리 인하 및 감면을 통해 실질적인 부담을 줄인다. 또,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해 금리 경쟁력을 높이고, 배드뱅크 출연 및 새출발기금 확대로 채무조정과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신용회복이 곧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자료에 따르면, 그룹은 포용금융 관련 KPI를 자회사 경영평가에도 반영해 경영진 인센티브와 연동시킬 계획이다.
◆ PMO 통한 실행·리스크 관리...“자본건전성+성장 두 마리 토끼”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실행관리 체계의 제도화’다. 신한금융은 9월 출범한 ‘생산적 금융 PMO’를 중심으로 △분과별 과제 설정 △혁신기업 발굴 전략 구체화 △자본 영향도 분석 △이사회 보고체계 일원화 △성과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격월 단위 점검을 통해 계획의 실행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 '생산적 금융 PMO' 조직도. [이미지=신한금융그룹]
리스크 관리도 핵심 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일반 대출보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본건전성과 성장 간 균형이 관건”이라며 “신한금융은 이미 내부 리스크모델을 통해 투자·대출별 위험도를 정교하게 산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역시 “산업과 민생 자금이 안정적으로 순환되도록 관리해, 금융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번 계획을 이달 초 보고받았으며, 11월 말까지 자회사별 세부 목표를 확정한 뒤 12월 그룹 통합 경영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생산적 금융 실적을 경영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성과 중심의 생산금융’으로 제도화할 방침이다.
◆ “금융이 성장의 주체로”...리스크 넘어선 구조적 전환 실험
신한금융의 110조 프로젝트는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닌, ‘금융을 통한 산업정책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국가 전략산업에 직접 자금이 유입되는 모델은 과거 공공금융기관 중심이었지만, 민간 금융그룹이 이 역할을 선도적으로 맡은 것은 드문 사례다.
다만 과제도 있다. 정책금융과의 조율, 경기 침체 국면에서의 리스크 관리, 실제 산업 전환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금융이 ‘부동산 담보’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산업 생태계와 민생’을 함께 살리는 구조로 나아가려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진옥동 회장은 “한국 금융이 더 이상 뒤에서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라, 앞에서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신한금융이 초혁신경제의 선도 모델이 되어 산업·민생·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