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은 한때 각각 45조원, 33조원에 육박했는데, 우리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3일 신년 인사에서 "기업의 흥망이 걸린 변곡의 기로에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하나금융그룹의 강점인 '오프라인 채널'을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퍼스트로 무장해 글로벌 리딩 금융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지난 한해의 성과와 관련,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이 그간 만들어온 성장의 역사가 아이러니하게도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하게 하면서 변화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IPO(기업공개)를 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는데,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객관적으로 이유를 따져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덩치만 큰 공룡은 결국 멸종했으며. 찰스 다윈에 따르면 살아남는 좋은 '영리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장하기 위한 전략 1순위로 ‘강점의 레벨업’을 꼽았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은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고객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인간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빅테크의 진출이 어려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서비스를 강화하고 그룹이 가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디지털 퍼스트로 핵심기반부터 재설계할 것”
김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이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 퍼스트'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김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룹의 디지털 핵심기반부터 재설계하여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며 "주요 기술의 내재화, 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것이 선행돼야 외부 기업과의 제휴나 투자를 통한 생태계의 완성도 가능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도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리딩 금융사로 도약할 계획도 밝혔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은행 뿐만 아니라 모든 그룹사가 협업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서 디지털로 무장해 함께 진출해야 한다"며 "성장동력 다변화를 위한 외부와의 전략적 제휴 및 투자와 글로벌 IB채널 강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금 하나금융그룹의 핵심역량은 개인금융, 기업금융, WM(자산관리), IB 등 금융의 전통적인 영역에 대부분 국한돼 있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강화해 금융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금융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과 글로벌로 나아간다면 하나금융그룹의 미래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