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한국은 캐나다 방산 역량 강화를 도울 최적의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한화오션이 추진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고 있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대통령이 정상외교 무대에서 직접 한국 방산 경쟁력을 강조한 것은 사실상 한국 원팀에 대한 측면 지원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국이 방산 강국으로서 캐나다의 안보 역량 강화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은 캐나다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 즉 CPSP다. 캐나다 정부는 최대 12척의 차세대 잠수함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 8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한국 한화오션을 2개 적격 공급자로 선정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사업이 해군의 차세대 작전능력 확보뿐 아니라 캐나다 방위산업 역량 강화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대한 개념도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KDDX에선 경쟁, 캐나다에선 ‘원팀’
이번 사업의 특징은 국내 함정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어온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해외 대형 수주전에서는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이른바 ‘원팀’ 구도가 만들어져 HD현대중공업이 '원팀'정신에 따라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에서 경쟁하는 관계지만, 캐나다 사업에서는 독일 TKMS에 맞서 한국 조선·방산 역량을 하나로 묶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공식 적격 공급자 명단에는 한화오션이 이름을 올렸다. HD현대중공업은 자신을 CPSP 한국 원팀의 핵심 멤버로 설명하며 캐나다 조선사 Davie Shipbuilding과 상업·해군 조선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단순 보조 참여자가 아니라 캐나다 현지 산업협력과 장기 조선 네트워크 구축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은 전면에서 KSS-Ⅲ 잠수함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도산안창호급 KSS-Ⅲ 잠수함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도착해 캐나다 해군과의 연합훈련 및 성능 시연에 나섰다. 한화 측은 KSS-Ⅲ가 실전 배치돼 있고 생산 중인 플랫폼이라는 점, 장거리 항해와 북극권 작전 요구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승부처는 ‘잠수함 성능’보다 산업 패키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이고, 북극권 안보·태평양·대서양 작전 수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평가의 핵심은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납기, 정비·유지보수 체계, 캐나다 현지 일자리, 기술협력, 장기 산업 파급효과까지 포괄한다.
한국 원팀의 강점은 빠른 납기다. 한화오션은 캐나다에 2035년까지 4척을 먼저 인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이터는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2035년까지 잠수함 4척 인도를 제안했으며, 빠른 인도가 캐나다가 중시하는 요소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산업협력 카드도 붙었다. 한화그룹은 캐나다에서 조선, 철강,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통해 2040년까지 최소 2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잠수함 수주전을 단순 방산 계약이 아니라 캐나다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대한 장기 투자 패키지로 제시하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캐나다 최대급 조선사인 Davie Shipbuilding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 조선 기반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Davie는 캐나다 해군·해안경비대 사업과 북극권 선박 수요에서 전략적 의미가 큰 조선사다. HD현대중공업이 Davie와의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캐나다 정부가 중시하는 현지 산업 환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 독일 TKMS와 마지막 경쟁…정상외교가 변수
한국의 맞상대는 독일 TKMS다. TKMS는 유럽 잠수함 시장의 강자이고, NATO 회원국 네트워크와 독일·노르웨이 협력 패키지를 앞세우고 있다. 캐나다가 NATO 회원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측의 제안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도 한국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와 경쟁 중이며, 한국 고위급 대표단이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수주 지원 활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수주전 막판에 한국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한 신호로 해석된다. 방산 수출은 기업 간 가격·기술 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 간 신뢰, 안보협력 수준, 후속 군수지원 보장, 전략산업 협력 패키지가 함께 작동한다. 대통령이 직접 캐나다 총리에게 한국 방산의 신뢰성과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에 정치·외교적 무게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 사업이 성사될 경우 한국 조선·방산 수출의 성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기존 K방산 수출이 지상무기·탄약·자주포·전차 중심이었다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고부가 해양방산, 장기 MRO, 현지 산업협력, 북미 안보 네트워크까지 포괄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국내 조선 빅2가 해외 대형 방산사업에서 협업 모델을 만든 첫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한국 조선업, ‘상선 강국’에서 ‘해양방산 파트너’로
이번 수주전의 본질은 한국 조선업의 포지션 전환이다. 한국은 LNG선·컨테이너선·탱커 등 상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와 미·중 해양경쟁, 북극 항로, 잠수함 전력 증강 흐름 속에서 해양방산 시장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축적한 잠수함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KSS-Ⅲ 플랫폼을 전면에 세우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함정 건조 경험과 대형 조선 생산역량,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를 보완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캐나다 입장에서도 단일 기업의 제안보다 한국 조선산업 전체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이 대통령의 “최적의 파트너”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단순히 잠수함을 파는 나라가 아니라, 캐나다의 안보 역량과 방산 제조 기반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산업 파트너라는 메시지다. 캐나다 사업의 최종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외교를 계기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원팀’ 전략은 막판 수주전에서 한층 힘을 받게 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 관계자들은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 전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는 공조를 취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이 대표해 사업을 진행 중이고, HD현대는 원팀의 정신에 따라 적극 지원하는 영역을 맡아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