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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함께 비 맞아주는 금융"…황기연 수출입은행장, 권위 벗고 발품 팔아 ‘수출 활력’ 넣는다

- 황기연 은행장 취임 100일 간담회…"답은 현장에 있다"

- 지역주도성장펀드 1.3조 및 비수도권 110조 공급…‘산업 생태계’ 복원 주력

- AI 22조 및 첨단산업 50조 지원…“글로벌 수주는 국가 대항전, 총력 대응”

  • 기사등록 2026-02-11 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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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승재 김도하 기자]

취임 후 100일간 보인 수장의 행보는 마치 첫 돌을 맞은 아이가 자신의 장래를 결정할 물건을 집어 드는 '돌잡이' 순간처럼 진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집어 든 것은 '권위'가 아닌 '현장'이었고, '말'이 아닌 '실행'이었다.

 

[현장]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출입은행]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황기연 은행장의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단상에 오르기 전, 황 은행장은 취재진 쪽으로 먼저 방향을 틀었다. 밝은 표정으로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악수를 청했고, 명함을 건네며 짧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6년 만에 연 이번 공식 기자간담회는 취임 100일을 맞은 황 은행장의 첫 공개 소통 자리였다.

 

◆ "비가 올 때 같이 맞아주는 금융"…'현장'에서 답을 찾다

 

황 은행장은 인사말에서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도 고마운 사람이지만, 우산이 없을 때 함께 비를 맞아주며 손을 잡고 그 시간을 같이 느끼는 사람이 가장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출입은행]

그는 단순히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을 넘어 위기의 순간에 기업과 같은 자리에 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기업의 어려움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실제로 취임 후 약 100일 동안 전국 7개 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국회와 정부 등 유관기관과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발품을 팔아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며 밀착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중형 조선사 보증 재개와 ‘수출활력 온(溫) 패키지’ 등은 이러한 현장 건의가 반영됨을 시사했다.

 

◆ 5년 150조 '수출활력 ON'…지역경제와 상생금융에 총력

 

황 은행장은 “수은의 올해 정책 방향 중심에는 저성장 극복과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사업인 '수출활력 ON(溫) 금융지원 패키지'로 5년간 총 150조원을 투입해 수출 대도약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현장] \수출활력 ON(溫) 금융지원 패키지. [이미지=한국수출입은행]

구체적으로는 △고환율·관세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 △특정 시장 의존도 완화를 위한 수출 다변화 지원 △콘텐츠·푸드·뷰티 등 K-컬처 소비재의 해외 진출 촉진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친환경·고부가 전환 지원 △유턴기업 전주기 금융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고환율과 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금리를 수도권은 2%p, 비수도권은 2.2%p 인하하는 등 파격적인 금융 비용 절감을 지원한다.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향후 3년간 중소·중견기업에 110조원 이상을 공급하고,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한 여신 공급 비중을 35%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중소중견 지역주도성장펀드'를 조성해 수은 약정액(2500억원)의 1.5배를 지역 기업에 의무 투자하도록 설계했다.

 

또 대기업 협력사의 자금 회수를 돕는 상생금융 규모를 3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컨설팅 지원 예산 역시 기존 100억원에서 150억원까지 늘려 정책 자금의 온기가 지역 구석구석까지 닿도록 할 방침이다.

 

◆ AI 22조 및 첨단산업 50조 지원…'국가 대항전'급 수주 경쟁력 강화

 

황 은행장은 글로벌 수주 환경을 ‘국가 대항전’에 비유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지원 계획을 밝혔다.

 

먼저 AI 대전환(AX) 선도를 위해 5년간 22조원 규모의 ‘AX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 등 전 분야를 지원한다. 특히 지난해 수은법 개정에 맞춰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벤처 전용펀드 신설 등 투자 기능도 강화한다.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는 50조원, 방산·원전 등 전략수주 분야에는 100조원을 투입한다. 이 중 방산은 유럽과 중동을 넘어 아시아와 미주로 시장을 넓히고 지상·공중 위주에서 해양 품목까지 지원 범위를 다각화해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 경제안보와 신시장 개척…‘글로벌 사우스’ 공급망 구축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한 경제안보 강화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수은 출연금 850억원을 활용해 국고채 수준의 초저금리 대출을 시행하고, 중소·중견 공급망 기업을 위해 2500억원 규모의 ‘핵심광물·에너지 펀드’를 조성으로 광물의 생산부터 제련, 재자원화까지 전 단계예 걸친 투자를 지원하며 기업의 공급망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

 

[현장] \공급망 안정화 사업 지원 예시. [이미지=한국수출입은행]

대한민국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한 '글로벌 사우스' 진출 지원도 고도화된다. 황 은행장은 “현재도 수은 전체 여신의 약 45%를 개도국 관련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며 “수은이 보유한 다양한 정책자금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수출시장과 생산기지 등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확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으로 도로와 항만 등 기초 인프라를 구축해 우리 기업의 수주 이력(Track Record) 확보를 돕는 동시에, 개발금융으로 현지 산업 생태계 조성을 병행 지원하는 구조다.

 

약 50분간 이어진 간담회에서 황 은행장은 모든 발표를 직접 소화하며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창립 5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서 그는 거창한 수사 대신 발품과 실행력을 강조했다.

 

끝으로 “앞으로도 외부 고객과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수은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해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답은 현장에 있고, 발품을 팔아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행보는 지난 50년 성과를 넘어 수은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미래 100년을 향해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ric9782@thevaluenew.co.kr hsem5478@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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