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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린의 Cool북!] ㉒ 사도 사도 마음이 헛헛하다면, 절약 아닌 취향!

  • 기사등록 2025-10-2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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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출판전문가의 속 시원한 독서 솔루션 ‘황예린의 Cool북!’을 연재합니다. 버라이어티하고 거친 야생의 사회생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고 싶은 현직 출판마케터가 책장에서 찾은 해결책을 처방합니다. 황예린은 책 읽는 삶이 가장 힙한 삶이라는 믿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때때로 그것을 사야 한다. 그런 강렬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너무 비싸진 않지만 작고 갖고 싶었던 것들로 방을 차곡차곡 채워 물건의 숲을 만들어 왔다. 이번엔 가죽 재킷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니, 따뜻하고 멋있는 가죽 재킷을 장만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출퇴근하면서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잠시 생각할 짬이 날 때마다 나의 마음은 가죽 재킷을 사는 일로 달려갔다. 도대체 가죽 재킷이 뭐라고 나는 모든 시간과 관심을 쏟아부었을까? 그 답은 ‘저소비 생활’에 있었다.


[황예린의 Cool북!] ㉒ 사도 사도 마음이 헛헛하다면, 절약 아닌 취향!‘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지음, 정지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이미지=알라딘]

책 ‘저소비 생활’은 제목만 들었을 땐 투철한 절약 정신으로 미니멀한 삶을 사는 법을 담은 책 같다. 하지만, 이 책이 얘기하고 싶은 건 돈 쓰는 법이 아니다. 저자는 책장 곳곳에서 당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그것을 사서 정말 행복한가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이 이제는 너무나 진부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돈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아니냐고 되묻는 요즘이 아닌가. 그렇게 자조하는 사람 중 물건을 사서 오래도록 행복해졌다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돈을 들일수록 불만이나 불안이 해소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극명한 변화일수록 그 순간의 기분 전환은 되겠지만, 생각처럼 오래가지 않고 또 뭔가를 갖고 싶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_ ‘저소비 생활’ 중에서


그렇게 원하던 물건도 막상 손에 들어오면 그 기쁨과 황홀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 물건만 내 것이 되면 나는 ‘더 힙한 나’, ‘더 행복한 나’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냥 뭔가 하나 더 있는 내가 될 뿐이었다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저자 가제노타미는 무언가를 꼭 사야겠다고 충동을 느끼는 근원적인 이유에 계속해서 파고든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우리가 돈을 쓰는 때는 현재의 내 상황과 인간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라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는 물건의 사양이 아니라 마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그래야 진짜 원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마음의 소리를 소중히 여겨야 자연스레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다. _ ‘저소비 생활’ 중에서


생각해 보자. 퇴근길 갑자기 통닭 한 마리, 비싼 브랜드 아이스크림 한 통, 빵집에서 빵을 한가득 사 오던 아버지의 모습을. 늦은 시간 양팔 한가득 무언가 사오던 그날은 유난히도 힘든 날이었다는 걸, 직장인이 된 우리들은 이제 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사지 않고 못 버티는 순간의 이면에는 결핍이 자리하고 있다. 그 결핍을 돈으로 손쉽게 해결하려 하는 것이라는 아픈 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소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신뢰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성격이나 취향 같은 본질은 예전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세간의 이상향을 무리해서 좇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환경에서 지내는 게 훨씬 중요하고, 맞지 않는 곳은 빨리 떠나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_  ‘저소비 생활’ 중에서


돈이 결핍을 진정으로 채워줄 수 없다면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저소비 생활’은 ‘적은 물건과 돈으로 살아가는 일=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즉, 나로서 헛헛한 마음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들, 큰 노력 없이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들로 채우는 것이 저소비 생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괜히 100원, 200원 절약하겠다고 좋아하는 것을 참지 말고, 정말 좋아하는 것들에는 적당히 투자하길 권한다. 그래서 쓸데없는 데 돈을 쓰고 싶어지지 않도록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자는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으면 돈을 낭비하거나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줄어든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그만큼 고민이 줄어든다. _ ‘저소비 생활’ 중에서


자꾸만 물건을 사들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절약 정신이나 더 많은 돈 아니라 나를 돌보는 마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제는 더 이상 변명이나 핑계를 댈 구석도 없다. 아무리 사고 또 사서 택배 상자로 가득 채워도 마음이 헛헛했다면 이제는 나의 마음과 삶을 돌아볼 때이다. 지나치게 이것저것 많이 사는 걸 알지만, 멈출 수 없어서 괴로운 나 같은 이들에겐 이 책이 꼭 필요하다. 구멍이 숭숭 난 우리의 가슴 속에 드는 찬 바람을 막아줄 반창고가 되어, 허전한 맘이 과소비로 흘러가지 않게 막아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들을 깨닫고, 정말 좋아하고 필요한 것들로만 나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


[황예린의 Cool북!] ㉒ 사도 사도 마음이 헛헛하다면, 절약 아닌 취향!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wendy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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