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에 워라밸까지 챙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직장인이 한 번 쯤 꿈꿔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실현시킨 회사가 있다. 바로 국민 주류 회사 ‘하이트진로’다. 전반적으로 보수가 낮은 편인 유통 업계에서는 꽤 놀라운 일이다.
하이트진로는 충분한 직원 복지, 이로 인한 장기 근속자 증가, 풍부한 경험을 통한 내실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외부적으로는 공격적인 투자와 해외 주류 시장 확보를 통해 곳간을 두둑이 채웠다. 특히 한류 열풍이 강한 동남아 시장을 주력으로 소주 수출을 늘리고 있다.
◆유통사 중 급여 1위… 직원 복지→장기 근속자 선순환 구조
하이트진로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상장 식품기업 20곳 중 임직원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곳으로 선정됐다. 임원과 직원 급여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임직원 상반기 급여. [자려=더밸류뉴스]
하이트진로 임원인 김인규 대표이사와 박태영 사장은 올해 상반기 각각 7억5754만원, 6억5935만원을 벌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각각 1억2626만원, 1억989만원이다. 또 다른 임원인 박문덕 회장이 전체 임원 중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는데, 총 47억9507만원으로 매달 7억9918만원을 받은 셈이다. 직원 평균 급여도 6196만원으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월급으로 약 1033만원을 받은 셈이다. 타 기업 평균 급여는 주로 2000만원에서 4000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임원과 직원 모두가 높은 급여를 받기 때문에 격차도 그만큼 적다. 박문덕 회장을 제외하고 김인규 대표이사와 박태영 사장은 각각 직원 급여의 12.2배, 10.6배 되는 보수를 받았다. 이는 전체 기업 중 최하위였다. 박문덕 회장은 77.4배로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87.3배) 다음으로 격차가 컸다.
하이트진로의 보수가 높은 이유는 높은 평균 근속연수와 충분한 복지 덕분이다. 국내 식음료 업계가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젊은 임원들로 빠르게 교체하는 반면 하이트진로는 임원 배치를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다. 올해 1분기 오너 일가, 사외이사, 고문을 제외한 재직기간 10년 미만 임원은 홍성암 부사장, 유태영 상무보 2명뿐이었다. 이달 기준 각각 8년 7개월, 9년 2개월 근무했다. 대부분은 재직기간 10년 이상에 50~60대로 이뤄져 있어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가장 어린 임원은 1978년생 정용기 상무보로 재직 13년차다.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니기 좋은 회사라는 뜻이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복리후생으로 장기근속 포상, 복지카드 제공, 자녀 학자금, 자기계발 지원 등 총 12가지의 복지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장기근속 포장을 통해 금전적 지원, 포상휴가,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지원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충전시키고 있다.
◆임원 교체는 소극적, 사업은 적극적… 동남아 중심 글로벌 주류 브랜드로 발돋움
보수적인 임원 교체와 달리 투자는 공격적으로 하는 편이다. 특히 주류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12일 글로벌 인스타그램 계정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과일 소주 '자두에이슬' 조합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하이트진로 글로벌 인스타그램]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2일 자사의 글로벌 인스타그램 계정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과일 소주 '자두에이슬' 조합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을 통해 이목을 끌고 하이트진로 소주와의 새로운 조합을 소개해 해외 고객들이 국내 소주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개시물은 525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특히 동남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동남아는 한류 문화의 인기가 높은 곳으로 라면, 주류 등 K푸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남아 지역의 매장에 가면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롯데칠성의 ‘순하리’와 ‘새로’ 시리즈 등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월 베트남 북부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착공했다. 연간 500만 상자(약 1억5000만 병)를 생산할 수 있는 소주 공장을 건설 중이고 완공 시기는 내년이다.
하이트진로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현재 국내에서는 내수 경기의 장기 침체, 음식점 및 유흥업소 매출 감소, 건강 관리 열풍으로 인한 음주 문화 축소 때문에 주류 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분기 매출액 6466억원, 영업이익 6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8%, 5.4% 감소했다. 이중 국내 소주 매출액은 3119억원, 맥주 매출액은 1996억원으로 각각 7.2%, 0.2% 감소했다.
다행히 한국의 소주 수출 비중이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소주 최대 수출국은 미국(24.3%)이고 중국(19.9%), 일본(19.2%)이 그 다음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향 과일소주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3.6% 증가한 1369만 달러를 기록했고 북미 기준으로는 14.1% 증가했다. 일반 소주도 아세안 지역에서 14.7%, 북미 시장에서 2.2% 성장했다.
◆박문덕•김인규 듀오 하이트진로 성장 일등공신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박문덕 회장과 김인규 대표이사의 협업이 주효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먼저 박문덕 회장은 박경복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박경복 회장이 1969년 조선맥주를 인수해 1993년 하이트맥주를 출시하며 업계 1위가 됐다. 이에 힘입어 1998년 사명을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이후 2005년 소주 기업 진로를 인수했고 2011년 하이트맥주와 진로를 합병해 지금의 ‘하이트진로’가 탄생했다.
박문덕 회장은 하이트맥주를 성공시킨 일등공신이다. 1991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오비맥주에 밀려 업계 2위였던 조선맥주를 바꾸고자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했고 이 과정을 통해 하이트맥주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생산현장 중심 기업문화를 영업과 마케팅 중심으로 바꾸고 100% 암반천연수를 콘셉트로 마케팅을 펼쳐 업계 1위를 달성했다. 현재는 오비맥주가 2012년 출시한 카스가 1위이고 하이트진로는 진로를 통해 소주 시장 1위를 유지 중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는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2011년 하이트진로의 영업총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2017년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그는 오비맥주의 카스 출시 후 부진의 늪에 빠진 하이트맥주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17년 국내 최초 발포주 ‘필라이트’를 선보여 맥주사업의 적자를 먼저 줄였고 이어 2019년 ‘테라’를 선보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필라이트는 출시 20일 만에 초도물량 6만 상자가 완판됐고 1년 10개월 만에 5억캔 넘게 팔렸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1년 만에 누적 6억8000만병이 판매됐다.
김 대표는 맥주의 성공에 이어 현재 ‘진로의 세계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마케팅 및 투자는 모두 그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박 회장이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밑바닥을 탄탄하게 다지고 김 대표가 이를 지지대 삼아 해외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하며 하이트진로가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