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북미 시장에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지난 18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관련 제품에 함량 비율만큼 50%의 관세를 적용했지만 관세 발효 전 선주문을 통해 충격을 완화한 데 이어, 콘덴싱 제품 수요 증가와 하반기 신제품 효과가 맞물리며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관세 발효 전 선주문으로 대응… 3Q에도 효과 반영 예정
경동나비엔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경동나비엔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3923억원, 영업이익은 73.7% 급증한 5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온수기 및 보일러 가격을 3~7% 인상하고, 선제적으로 확보한 재고를 활용해 미국의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우려로 지난 6월 관세 발효 전부터 북미에서 선주문이 이어졌다”면서 “이후에도 주문이 지속되고 있어 3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스온수기 수출액 3억9651만 달러 가운데 91.6%가 미국으로 향했고, 가스보일러 수출액 1억8202만 달러 중 절반가량도 미국 시장이 차지했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액 3651억원 중 미국 법인(캐나다 포함)이 58.2%를 차지했다.
◆미국 HVAC 전환 수혜… 콘덴싱·히트펌프 수요 증가 전망
특히 미국 내 온수 시장이 HVAC(냉난방) 시장으로 바뀌면서 콘덴싱 제품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경동나비엔은 2012년 미국에 콘덴싱 순간식 온수기를 선보이며 저탕식 온수기가 대세였던 시장 판도를 바꿨다. 순간식 가스 온수기는 온수가 필요할 때마다 가스를 이용해 소량의 물을 가열시키는 시스템으로, 가스 사용과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특징을 내세워 급속도로 시장을 잠식했다. 이후 꾸준히 수출비중을 늘리면서 북미 콘덴싱 온수기 연간 판매량은 2008년 2만대에서 지난해 80만대까지 증가했다.
나비엔 콘덴싱 ON AI 광고. [사진=경동나비엔 공식 유튜브]
경동나비엔은 2023년 11월 출시한 ‘하이드로 퍼니스’를 통해 HVAC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이 제품은 북미식 난방 구조에 최적화된 기술로, 향후 퍼니스 시장 내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9년부터 판매되는 가스 온수기에 콘덴싱 기술의 의무화를 예고하고 있어 경동나비엔 가스 온수기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회사는 미국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과 함께 미국식 주거구조에 호환되는 제품을 출시하고 현지에 물류창고를 지어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 등 애프터서비스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히트펌프, 온수기, 콘덴싱, 에어컨, 수처리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하반기 실적에 신제품 효과가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북미 난방 방식인 '퍼네스'는 올해 판매망 확대와 마케팅에 집중하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보일러 회사가 아니다… 2025년 ‘생활환경 솔루션 기업’ 도약의 시작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기업을 넘어 ‘생활환경 솔루션 기업’의 도약을 선언했다. 보일러 사업을 통해 축적한 물과 공기 제어 기술을 통해 생활 전반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가전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비엔 제습 환기청정기 광고. [사진=경동나비엔 공식 유튜브]
지난해 SK매직의 가스레인지·전기레인지·전기오븐 영업권을 425억원에 인수했고, 여기에 경동나비엔의 환기청정기, 후드, 쿡탑을 연계해 지난 3월 본격 운영한 주방기기 브랜드 '나비엔매직'을 통해 제습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현재 약 3000억원 수준이며, 향후 관련 제품군이 확대되면 2배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동나비엔은 미국 시장에서도 이미 보일러·온수기 점유율 40%를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어 내년 5월 미국에 ‘콘덴싱 하이드로 에어컨’을 선출시해 에어컨 시장으로도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